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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본좌’ 프랑스서 지는 레드 와인, 뜨는 로제 와인

와인 ‘본좌’ 프랑스서 지는 레드 와인, 뜨는 로제 와인

임지연 2023년 7월 25일

1990년대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진 프랑스 와인 시장에서의 레드 와인의 시들한 인기와 대비해 로제 와인의 인기는 연일 뜨겁다. 최근 미국 ‘American Association of Wine Economists’(AAWE)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프랑스 레드 와인 판매 규모는 지난 1990년대 대비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단 30년 사이에 와인 ‘본좌’로 불리는 프랑스에서 레드와인에 대한 인기가 급락한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일까.

출처: AAWE 트위터

실제로 프랑스 국내 와인 시장에서 레드 와인 생산량은 지난 1995년 약 800만 헥토리터에 달했던 반면 지난 2020년에 들어와서는 그 생산량이 단 400만 헥토리터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이와 대조적으로 로제 와인 생산량과 판매량은 같은 시기 동안 무려 93% 급증해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1995년 단 150만 헥토리터만 생산됐던 로제 와인은 2020년 기준 300만 헥토리터 규모로 생산량과 판매량이 급증했을 정도다.

프랑스 와인 시장의 갑작스러운 지각 변동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이전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무알코올’ 와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소비 현상이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프랑스 보르도에서 와이너리를 운영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익명의 와인 전문가는 프랑스 와인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 중인 무알코올 음료 시장의 성장이 수천 년간 지속된 와인 시장이 급변하게 만든 주요한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18~35세 프랑스 청년 가운데 비교적 높은 도수로 생산, 판매되는 것이 일반적인 레드 와인을 대체해 그보다 낮은 도수가 종류별로 출시되고 있는 화이트 와인과 로제 와인을 찾는 성향이 뚜렷하게 목격되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산 레드 와인의 평균 알코올 도수는 13.5도 수준인 반면 로제 와인의 평균 도수는 12도, 화이트 와인은 10도 수준에 머무는 덕분에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더 낮은 알코올 도수의 화이트, 로제 와인을 찾는 현상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 젊은 세대들은 이전과 비교해 자국산 와인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프랑스 레드 와인 소비가 급감한 또 다른 원인으로 꼽혔다. 18~35세 프랑스 청년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약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프랑스 와인을 꾸준하게 섭취한다고 답변한 이들의 수는 무려 7%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레드 와인과 로제 와인의 맛을 가르는 결정적인 기준으로 꼽히는 알코올 함량은 어떤 양조 과정을 통해 분류되는 것일까. 와인의 알코올 함량은 포도의 수확 시기와 발효 과정이 깊은 관련성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다. 레드 와인 제조를 목적으로 수확되는 포도는 프랑스에서 대개 8~10월 사이의 늦은 수확을 하는 것이 보통인데, 잘 성숙한 최고급 포도일수록 당도가 높고, 발효 중에도 알코올 농도가 높아지는 등 레드 와인으로의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로제 와인은 포도 수확 시기부터 레드 와인과 완연히 다르다. 프랑스인들은 오래전부터 로제 와인을 ‘여름의 맛’이라고 불러왔는데, 대표적인 로제와인 생산지는 단연 프로방스를 꼽을 수 있다.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전체 로제 와인 중 약 88%를 생산하는 프로방스가 여름의 맛을 생산하는 대표적 지역인 것인데, 지금으로부터 무려 2600년 전, 포카에아인이 마르세유를 설립하면서 프랑스에 포도나무를 심은 것을 시작으로 프로방스는 프랑스에서도 가장 최초이자 최고급 와인을 생산하는 대표 지역이 됐다. 와인 제조 왕국이라 불리는 프랑스에서도 이처럼 한 가지 와인이 큰 비중을 차지하며 생산되는 것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프로방스가 유일무이한 사례다.

프로방스 와인의 양조에는 열두 가지 이상의 포도 품종이 사용되는데, 뜨거운 지중해성 태양 아래에서 자란 포도는 적절한 기온을 유지한 채 양조 돼 각 품종의 품질에 따라 조합, 균형 잡힌 와인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그렇게 생산된 프로방스의 로제 와인은 무려 연평균 1억 5,000만 병에 달한다. 그 덕분에 프랑스 성인들은 연평균 약 20병의 로제 와인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소비할 수 있다. 프랑스인들의 로제 와인에 대한 높은 관심은 전 세계에서 매년 소비되는 전체 로제 와인 중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29%가 프랑스에서 소비된다는 조사 결과만으로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을 정도다. 두 번째로 로제 와인이 많이 팔려 나가는 국가는 미국으로 연간 전체 생산량의 약 14%가 미국에서 소비되고 있다.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는 로제 와인, 이번 여름에는 독자들도 여름에 마시면 더 가볍고 산뜻한 맛을 내는 로제 와인만의 매력에 함께 빠져보자.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의 장점을 고루 갖추고 있는 로제 와인은 서양식 요리뿐만 아니라 한식과도 훌륭한 조합을 이루는 그야말로 와인계의 ‘팔방미인’이라고 하니, 프랑스 청년들이 빠져 있는 로제의 맛에 우리도 흠뻑 취해보면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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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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