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4월 ‘여성의, 여성에 의한, 그러나 모두를 위한 와인 이야기’라는 기사를 썼습니다. 캘리포니아의 4천 개가 넘는 와이너리 중 여성이 보유한 와이너리가 4%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쓰기로 마음먹었던 기사였죠. 뵈브 클리코의 시작을 알렸던 퐁사르당 여사부터 미국 최초의 여성 와인 메이커 이자벨 시미까지 조사하던 중 발견한 사실은, 이 여성들 역시 모두 백인들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와인의 기원이 어디였든 간에, 와인을 본격적으로 상업화시켜 와인 산업의 발전을 일으킨 것은 유럽이었습니다. 덕분에 오랜 시간 와인은 백인 사회를 중심으로 소비되어 왔죠. 그러나 오늘날, 2021년의 세상은 누구든 와인을 소비하고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더 건강한 그렇기에 오늘은 역사에서 오랜 시간 소수였던 Minority가 만들어가는 와인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Woburn Winery> 1940~
미국의 와인 산업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처음 등장한 건, 미국의 3대 대통령이었던 토마스 제퍼슨(Thomas Jefferson,1743~1826)의 와인 밭에서 일했던 노동자로서였습니다. 다만 그 포도밭을 ‘소유’하지 못했기에 역사 속에 기록되지 못했던 것뿐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1933년, 미국 땅에서 첫 포도 재배를 시작한 흑인이 있었으니, 바로 John June Lewis, Sr입니다. 그는 제1차 세계 대전 중 프랑스서 머물며 와인과 포도 재배에 발을 딛게 됩니다. 이후 미국 버지니아로 돌아와 1940년 Woburn Winery라는 미국 최초로 흑인이 소유한 와이너리를 열었습니다. 뿐만아니라 Woburn Winery는 자체적으로 수확한 포도만을 이용해서 와인을 양조하는 버지니아 유일의 와이너리라는 측면에서도 그 의미가 컸던 곳이었죠.
<Rideau Vineyard>
Iris Rideau는 1937년 뉴올리언스에서 태어난 프랑스 크리올계 미국인입니다.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이러한 경험을 발판 삼아 사업가로서의 재능을 십분 발휘한 그녀는 1989년 산타바바라에 6에이커(약 7,300평)가량의 토지를 구입했습니다.
식음에 대한 관심도 컸던 그녀는 이 땅에 그녀만의 와이너리를 꾸려가기 시작했고, 6년 후 24에이커 가량의 토지를 더 구입할 정도로 와이너리 운영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론 지역의 품종을 특히 좋아했던 그녀 덕분에 Rideau Vineyard에서는 론 품종이 많이 재배되었으며, 종종 그녀가 만들어내는 크리올 요리와 함께 즐기는 시음회가 재미있기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Vision Cellars>
소노마 카운티에 위치한 Vision Cellars는 텍사스 밀주업자 아버지를 둔 Mac Mcdonald 소유의 와이너리입니다. 그는 1952년, 1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부르고뉴 와인을 맛보고는, 언젠가는 이러한 와인을 똑같이 만들어 내겠다는 꿈을 갖게 되죠. 그리고 1995년까지 오롯이 와인 제조 기술을 배우는 데 전념했습니다. 그리고 1997년 Vision Cellars의 첫 번째 빈티지를 출시하며 꿈을 이루게 됩니다.
하지만 그의 큰 업적은 와이너리뿐 아니라, 바로 아프리카계 미국인 와인 생산자들의 단체인 AAAV (Assocaition of Aftricn American Vintners)를 설립했다는 것에 있습니다. 미국 내 흑인 양조업자들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유대감을 쌓으며, 산업 육성을 위해 만들어진 이 협회는 현재 30명 이상의 회원이 가입해 있다고 합니다.
물론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직접 소유한 와이너리 말고도, 많은 대중에게 알려진 흑인 소유의 레이블도 있습니다. 존 레전드(John Legened)가 나파밸리의 Raymond Winery와 함께 만들고 이름 붙인 LVE(Legend Vineyard Exclusive) 컬렉션과, 만든 존 레전드(John Legened)의 LVE 와인 컬렌션과, NBA 선수 Dwayne Wade와 Pahlmeyer의 합작인 D.wade Cellars가 그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물론 와인 산업에서 흑인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이 추세는 미국에만 그친 것이 아닙니다. 와인을 만들어온 역사가 300년을 훌쩍 넘긴 남아공에서도 2000년대 들어 기존 와인 산업의 주된 세력이던 백인들이 아닌 흑인 양조기술자와 와이너리가 눈에 띄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09년 흑인 가족이 운영하는 므후디 와이너리가 영국 막스앤스펜서(M&S)에 입점하는 쾌거를 이뤘고, 2004년 남아공 최초의 여성 흑인 양조 기술자였던 은트시키 비엘라(Ntsiki Biyela)는 2009년 올해의 여성 와인 양조기술자에 선정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Longevity Winery 소유주이자 Association of African American Vintners 회장인 Phil Long에 의하면, 미국에 있는 8천 개가 넘는 와이너리 중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소유한 와이너리는 0.1%가 채 안 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보여주고 있는 변화에 대한 의지와, 환영의 태도가 이 0.1%라는 숫자를 바꿔 나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기사를 흥미롭게 보신 여러분께 추천드리고자 하는 다큐멘터리가 있습니다. 7명의 흑인 와인 메이커에 대한 인생 이야기를 볼 수 있는 Journey between the Vines : The Black Winemaker ‘s Story. 여유로운 어느 주말, 독자 여러분의 시간을 조금 더 풍성하게 보내기 위해 추천해 드리며, 다시 만날 때까지 Sant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