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날씨가 따뜻해지는 요즘, 밖에서 편하게 앉아 시원한 맥주 한잔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오늘은 이런 날씨에 잘 어울리는 생맥주에 대하여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생맥주의 정의를 말씀드리기 전에 맥주의 제조과정을 아주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효모가 보리에서 나오는 당분을 이용해 발효를 끝낸 뒤 밑에 가라앉아 있습니다. 이 가라앉은 효모를 제거하거나 죽이지 않고 그대로 살아있는 형태로 통에 담아 판매하는 것을 생맥주라고 합니다.
양조한 그대로의 맛을 즐기실 수 있는 것이 생맥주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막걸리처럼 살아있는 효모가 있기에 오랜 시간 동안 보관할 수 없어 생산일로부터 유통기한이 짧은 것이 단점입니다.
게다가 상온에서는 효모가 다시 활동할 수 있어서 유통 시에도 항상 차가운 온도를 유지해주어야 하는 콜드 체인이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이렇게 유통기한이 짧고 소매점에서도 항상 냉장고에 비치해두어야 한다는 부분은 공간 차지와 비용면에서 상당히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 살균과 여과를 통해 만들어진 병맥주나 캔맥주입니다.
병맥주나 캔맥주는 효모가 제거되거나 죽은 상태로 있기 때문에 온도의 영향을 받지도 않고 유통기한 또한 생맥주에 비해 길어지기 때문에 효율적인 것은 맞지만, 위의 과정을 통해 맛과 향도 일부 제거되기 때문에 본연의 맛을 즐기기엔 아쉬움이 남습니다.
도로에서 한 번쯤은 보셨을 주류 도매사 차량을 보면 대낮에 맥주 통(케그)을 상온에 노출한 채 배달하는 경우를 보실 수 있는데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대기업의 맥주들은 병맥주와 같이 살균과 여과의 과정을 거친 후에 생맥주 통에 담아 유통하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생맥주의 정의로 보자면 대기업이 유통하는 맥주는 생맥주라고 정의하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아직 국내의 크래프트 맥주 제조사들의 대부분은 여과와 살균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생맥주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예로, 마트에 판매하는 하이네켄 케그와 같은 제품도 상온에 보관하여 판매하는 측면으로 봐서는 살균과 여과를 통해 제거된 상태이므로 병맥주 또는 캔맥주와는 큰 차이가 없는 맥주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정리해드리자면, 우리에게 익숙한 카스, 하이트, 테라 등은 생맥주와 병맥주의 퀄리티 차이가 없고 유통 시 보관온도나 생산날짜가 신선할수록 더욱 맛있게 느끼실 수 있습니다.
생맥주는 병맥주와는 달리 운영자의 능력에 따라서 조금씩은 다른 퀄리티의 맥주를 맛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장 내에서 맥주 소비량이 많다면 최근 양조 된 맥주를 받아 판매할 확률이 높으므로 보다 신선한 맥주를 드실 수 있습니다.
또한, 만약 맥주를 드셨을 때 식초와 같은 신맛이 나타난다면 맥주 라인이나 퍼싯, 연결하는 장치들을 청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특히 상온에서 맥주를 보관하고 급격히 차갑게 하여 서빙하는 냉각기 서빙 시에는 첫 맥주의 관은 오염으로 상할 수 있으니, 업장을 운영하시는 분이라면 첫 잔은 꼭 버리시고 판매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위에 말씀드린 내용은 대부분의 경우를 말씀드린 것입니다. 따라서 대기업은 무조건 살균과 여과의 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니며, 모든 병맥주는 무조건 살균과 여과의 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크래프트 맥주 제조사에서도 살균과 여과를 거치는 생맥주 제품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살균과 여과의 과정을 거쳤다고 해서 맛없고 질 낮은 맥주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맥주는 내 입맛에 맛있는 맥주이므로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 맛있게 드시길 추천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