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앤슨이 이번 앙 프리뫼르에 대한 업계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이번처럼 높은 평가를 받은 빈티지에 왜 많은 양이 팔리지 않았는지 알아보며, 앙 프리뫼르 모델의 새로운 대안을 생각해본다.
와인 브로커들은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보르도에만 약 80명이 활동하고 있지만 보르도 앙 프리뫼르에 참여하는 건 대략 10명이다. 대부분의 거래가 벌크 와인 이나 규모가 작은 샤토의 와인을 병입 후 판매하는 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앙 프리뫼르는 보르도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2퍼센트 정도만(금액 면에서는 10퍼센트 정도이지만) 차지한다. 얼마 전 2016년 앙 프리뫼르를 마무리 지은 250개 샤토와 400개 브랜드를 담당한 소수의 브로커가 보기 드물게 공식적인 인터뷰를 했다. 비공개를 요구한 인터뷰가 10대 1로 훨씬 많았지만 어쨌거나 그렇게 모은 내용을 이 자리에서 전하고자 한다.
올해 인터뷰를 한 사람은 브로커 연합의 부사장 얀 제스탱이었다. 그는 이번 앙 프리뫼르가 전반적으로 ‘긍정적’이었다고 요약했다. 가격 변동이 없는 샤토와 최대 20퍼센트까지 올린 샤토로 나뉘긴 하지만 가격 상승률이 평균 12퍼센트라고도 덧붙였다. (퐁테 카네가 44퍼센트, 피작이 47퍼센트나 가격 인상을 발표했던 날에는 자리를 비웠던 것이 분명하다.)
헤드라인을 장식한 가격 인상은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고, 평균 가격이 보여주듯 대부분의 샤토들은 2010년 가격보다 훨씬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되었다. 예를 들어 샤토 마고의 경우 2010년에는 700유로였던 반면 2016년에는 490유로였다.
그럼에도 서리가 내리지 않았다면 사정은 더 나았을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두 기억할 것이다. 시작이 좋아서 많은 샤토들이 수확량이 높아 시장에 많은 양을 내놓을 수 있다고 전망했었다.
가격은 자신감을 불러왔다. 특히 코스 데스투르넬과 몽로즈 같은 경우 2015년에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서리가 내렸고, 피해 정도를 파악하는 약 일주일 동안 잠시 대기 상태가 이어지더니, 생산량이 줄어듦과 동시에 가격이 천천히 위를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단 그런 일이 벌어지자 서리 피해를 거의 입지 않은 샤토도 가격 인상에 기꺼이 동참했다.
제스탱은 프랑스 언론에 확실한 ‘비포 앤 애프터’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샤토들이 2015년보다 와인을 5-10퍼센트 더 시장에 내놓았으며, 서리 이후에는 10-20퍼센트 정도가 적어졌다고 밝혔다.
보르도 2016은 훌륭한 빈티지다. 최근 몇 십 년을 통틀어 최고 중의 하나다. 그런데도 앙 프리뫼르를 통한 판매량은 2009년이나 2010년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
대부분의 와인상들은 2015년과 비슷한 수치를 발표했다. 살 가치가 있는 것들도 있었다. 프티 무통은 확실히 요즘 ‘핫한’ 브랜드다. 올해 가격이 32퍼센트나 올라 인기가 조금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카뤼아데 드 라피트에 비해서 저렴하면서도 훌륭한 와인이고, 확실한 인기도 있다. 카농, 코스 데스투르넬, 몽로즈 역시 높았던 2015년 가격을 고려하더라도 사기 좋은 와인이라는 사실은 덧붙일 필요도 없다.
대규모 샤토들 외에도 2016년의 가성비 좋은 와인들로는 샤토 메이네이(병 당 20파운드), 샤토 라베고르스(20파운드), 샤토 데귈(16파운드), 샤토 오름 드 페즈(21파운드), 샤토 샤스 스플린(22파운드) 등이 특히 흥미로우니 추천하고 싶다.
그러나 내가 만났던 ‘오프 더 레코드’ 브로커들은 90퍼센트 이상이 곧장 판매로 이어졌던 2009년과 달리 대략 30퍼센트에 달하는 와인이 최종 소비자로 판매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런 의문이 든다. 샤토들이 이렇게 좋은 빈티지에도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지 못했다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그 이유는 아마도 100곳이 넘는 네고시앙들의 거래 내역을 추적한 엘리노어 와인 인덱스의 크리스찬 노이트허닥트가 가장 잘 요약했을 것이다. “높은 점수를 받고 과거 빈티지에 비해 높은 가격/점수 비율을 올린 와인들은 인기가 매우 높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소량의 와인에만 적용되었어요. 나머지 와인, 즉 이런 혜택 없이 가격이 매겨진 와인의 경우에는 더 낮은 가격에 바로 살 수도 있는 이전 빈티지를 더 선호했죠. 따라서 네고시앙들은 높은 가격이 매겨진 와인을 빨리 장부에서 치울 수 있도록 얼른 유통하고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는 소수의 와인은 가지고 있고 싶어 하지만, 시장은 정확히 그 반대를 원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네고시앙들이 보관하고 싶어 하는 와인을 사고 싶어 하는 거죠.”
이러한 상황은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볼 가치가 있다. 네고시앙들은 예부터 기꺼이 샤토들을 위해 와인을 보관해왔다. 영국 와인상들은 역사적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와인 재고를 보유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금리가 역사적으로 낮고 샤토들도 내놓는 양이 점점 더 적어지고 있는데도 장기 보관이 필요한 보르도 와인을 사려고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래서 현재 앙 프리뫼르는 과거 빈티지에 새로운 역학을 제시한다. “이건 우리가 작년에 발견한 겁니다. 2014년 앙 프리뫼르에 관심이 높았고 올해도 같은 것을 느꼈죠. 많은 사람들이 2015 빈티지를 더 많이 사려고 한 것 말입니다. 하지만 그건 본래 앙 프리뫼르의 목적이 아니지요.”
그렇다면 앙 프리뫼르를 성공적으로 치르기가 왜 이리 힘든가? 이것은 무슨 뜻인가?
“이 모델은 더 계속할 가치가 없다는 뜻입니다.” 페트뤼스와 라투르 같은 핵심 보르도 브랜드들을 취급하는 미국의 대규모 유통업체인 JJ 버클리의 숀 비숍의 말이다. 보르도의 인기에 크게 좌우되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 앙 프리뫼르가 최적의 길이 아니라고 믿고 있다.
30년 넘게 보르도에서 활동한 시그니처 셀렉션스의 네고시앙 제프리 데이비스 역시 앞으로의 예후에 대해 부정적이다. “이제는 샤토들이 수익의 90퍼센트를 챙기고 싶어 합니다. 관련 업자들의 관심을 유발하기에는 말도 안 되는 수치죠.”
가격과 관련된 문제들은 잘 기록이 되어 있다. 그런데 다른 모든 것들보다 앞서는, 어마어마하게 큰 또 다른 문제도 있지 않은가? 오늘날은 아마존이 드론으로 물건을 배달하는 실험을 하고, 우버와 딜리버루가 고객 서비스의 기대치를 바꾸어 놓은 세상이다. 하지만 앙 프리뫼르만은 이러한 경향을 완전히 비껴간 듯하다.
비숍은 이렇게 말한다. “앙 프리뫼르의 고객 서비스는 거의 0에 가깝습니다. 고객의 지갑이 너무나도 다양한 방향으로 열리는 오늘날 승자는 혁신적인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쪽이 될 겁니다. 거기다가 도시에 사는 사람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과 몇 년씩 보관해두어야 하는 와인을 산다는 개념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지고 있는 상황까지 합쳐지면, 앙 프리뫼르는 진정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지죠.”
그렇다면 앙 프리뫼르를 밑바닥부터 뜯어고쳐야 할 시기가 온 것일까? 그렇게 하려면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샤토들은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싶어 하고 재고에 대한 통제력을 점점 더 높이고 싶어 한다. 와인상과 판매망에서는 마진을 지키는 한편 고객을 유인할 길을 찾고 싶어 한다. 그리고 소비자는 기분 좋은 구매 경험과 사야 할 이유를 원한다.
라투르라면 해답이 있을거라 생각하기 쉽고 버클리도 분명 그렇게 말하겠지만, 샤토들이 눈여겨봐야만 하는 경고의 조짐이 있다. 리벡스의 제임스 마일스는 라투르의 거래가 최근 “절벽에서 떨어졌다”고 말했다. 2012년에는 거래 금액 면에서 차지한 비중이 8.85퍼센트였으나 2017년에는 2.79퍼센트로 떨어졌고, 판매량 측면에서 보면 4.03퍼센트에서 1.37퍼센트로 줄어들었다. “다른 네 개 1등급 샤토들의 활동이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힘 있는 브랜드들도 영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죠.” 리벡스의 에드 잭슨의 말이다.
나는 라투르가 보관하고 있었던 예전 빈티지(2012년부터)들을 판매하기 시작할 때까지는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솔직히 와인이 마실 수 있는 상태가 되기 전 너무 과한 거래를 막는 것이 그들의 목표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샤토들은 그들만큼의 브랜드 가치를 갖고 있지 못하고 재정적으로 뒷받침되지도 않는다는 사실은 여전히 남는다. 따라서 분명 지금은 더욱 잘 맞는 다른 방식을 찾아야 할 때다.
보르도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 치고 앙 프리뫼르를 없애버려야 한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이것은 다른 그 무엇보다도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수단이며, 바이어와 비평가들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고급 와인 생산지를 잘 이해할 훌륭한 기회이기도 하다. 그저 새로운 활력이 필요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잘 높여줄 수 있는 길은 투명성과 고객 서비스다. 내가 오래전부터 주장해오던 것이 필요하다. (모든 샤토 사이에 널리 퍼진 합의이기도 하고 라투르 역시 이에 동참할 수 있다.) 전체 재고 중 10-20퍼센트 정도를 비슷한 수준의 이전 빈티지보다 낮은 가격에 내놓는 것이다. 샤토는 몇 퍼센트를 내놓는지 솔직하고 확실히 밝혀야 하고, 그것을 이용해 나중에 출시할 상당 부분 재고를 위한 진정한 흥미와 성장 가능성을 노려야 한다. 사실상 무질서한 방식이기는 해도 이것이야말로 그들 모두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 아닌가.
“그렇게만 한다면 앙 프리뫼르는 정말 놓쳐서는 안 될 이벤트가 될 겁니다. 하지만 누가 먼저 나설까요?” 버클리의 말이다.
작성자
Jane Anson
번역자
Sehee Koo
작성일자
2017.7.20
원문기사
*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로 Decanter Magazine에 저작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