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앤슨이 새로이 와인바를 연 보르도 와이너리를 소개한다. 아마 당신의 생각과는 크게 다를 것이다.
베르나르 마그레즈가 파리의 2구 오페라에서 단 몇 분 거리 떨어진 곳에 진출했다. 그곳이 2017년 9월에 문을 닫았고 “다시 열 계획은 현재 없다”는 소식을 이제야 들었지만 말이다.
샤토 오브리옹은 파리의 또 다른 세련된 동네, 이번엔 그랑 팔레 옆에 와인바이자 와인숍, 레스토랑인 르 클라랑스를 열었고 이곳은 조금 더 오래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유명한 확장 계획들은 샤토 라투르의 런던 텐 트리니티 스퀘어 클럽과 함께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샤토 마고가 부동산 재벌 코린 멘첼로풀로스의 막내딸 알렉산드라 프티-멘텔로풀로스와 함께 런던 메릴러번에 라 클라레트를 열었다. (그녀는 이 두 곳이 직접 연관되어 있지 않다고 누누이 강조하긴 하지만 말이다) 모두가 어마어마한 예산이 투입된 아름다운 곳들이다.
따라서 보르도에서 이와 비슷한 일을 하는 첫 번째 샤토가 상당한 자금력과 똑똑한 마케팅팀을 갖춘 등급 포도원이 아니라 AOC 앙트르 뒤 메르, AOC 보르도, AOC 보르도 쉬페리외르 라벨로 와인을 만드는 여성이라는 사실을 알고 희한하게 만족스러운 기분이 드는 것도 이해가 될 것이다.
샤토 레스트릴의 에스텔 루마주가 만든 샤토 앙 빌이라는 이름의 작지만 아름다운 와인바 겸 와인숍이 2017년 12월, 보르도의 오래된 마을 뤼 생 제임스에서 문을 열었다.
13세기 성인 자크 드 콩포스텔 순례 경로의 중심지였던 뤼 생 제임스는 2016년 보르도의 새로운 에너지를 대표하며 「르 몽드」지에 실리기도 했다.
2006년에 보행자 전용 도로가 된 이곳에는 다양한 바와 커피숍(그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북스 앤드 커피다), 도크 데 에피스 스파이스 숍과 프랑스 남서부에서 몇 안 되는 전통 현악기 가게(이곳에서 에르베 베라르데가 바이올린과 기타 같은 다양한 현악기들을 만들고 수리한다)처럼 독특한 소형 부티크 숍들이 즐비하다.
런던의 브릭 레인과 뉴욕의 블리커 스트리트(5년 전엔 그랬다), 홍콩의 할리우드 로드를 떠올리면 된다.
이런 것들이 루마주가 이곳을 택한 핵심 이유였다. 특히 그곳이 그녀가 만드는 와인 스타일을 반영하고, 그곳에 그녀가 생각하는 낮은 가격의 보르도 아펠라시옹 와인이 표적으로 삼아야 할 고객들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2013년부터 소매점을 낼 계획을 세웠지만 2016년이나 되어서야 적당한 곳을 찾을 수 있었어요.” 내가 그곳을 찾아가고 며칠이 지난 이번 주, 루마주가 내게 해준 말이다.
“샤토 레스트릴의 정신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곳을 찾아야만 했어요. 보르도의 화려한 쇼핑 거리가 아니라 어딘가 친근한 곳, 고품질 제품을 취급하는 독립적인 가게들이 골고루 섞인 곳이어야 했죠.”
왠지 모르게 상당히 고무적인 이야기다. 소규모 보르도 생산자가 겪는 어려움이 무척이나 많기 때문이다. 그들을 모두 합치면 이 지역 생산량의 52%를 책임지고 있지만, 수입은 그에 비교해 턱없이 적다.
앙트르 뒤 메르 지역(여기에는 AOC 보르도도 상당 부분 포함된다)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39%가 벌크로 판매된다. 그리고 그렇지 않은 와인에도 가격 상한선이 분명 존재한다.
5유로, 극히 드문 경우 10유로 위로 올라가는 순간, 구매자들이 겁을 집어먹는다. 이 드넓은 지역(이론상으로는 보르도 포도밭 전역이 이에 포함되어 모두가 AOC 보르도나 AOC 보르도 쉬페리외르 라벨을 쓸 권리가 있지만, 현실에서는 이름 있는 빌라주와 코뮌 아펠라시옹을 제외한 모든 곳을 가리킨다)에서 최고의 테루아와 그렇지 못한 테루아의 차이가 어마어마할 수 있고, 일부 지역은 대단히 품질 좋은 석회암, 점토, 자갈로 이루어져 있는데도 말이다.
물론 땅값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곳에 땅을 사려면 헥타르 당 평균 2만 유로 정도면 된다. 그 땅을 2000년에 샀다면 가격이 2-25%가량 떨어졌겠지만, 주변의 다른 아펠라시옹은 너무 높아 어지러울 정도까지 값이 올라갔다.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 클라세는 헥타르 당 600만 유로를 호가한다)
샤토 레스트릴은 5대에 걸쳐 루마주의 가문 소유였고, 그녀는 뉴질랜드와 칠레에서 와인을 만드는 양조학자로서 오랫동안 영국에 살다가 보르도로 돌아왔다.
그리고 샤토 앙 빌을 열면서 보르도 와인을 소비자들에게 혁신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최초의 샤토 소유주가 되었다.
바로 지난주인 2월 1일, 소테른의 샤토 기로가 레스토랑 라 샤펠 드 기로를 열었다. 니콜라 라스콩브 그룹에서 운영을 맡았으며 이로써 샤토 기로는 샤토 라 도미니크, 마르키 달렘므, 캉달, 레오냥, 트로플롱 몽도, 린쉬 바주, 스미스 오 라피트, 다가삭과 함께 레스토랑을 갖춘 샤토 대열에 올랐다.
하지만 2017년 12월 샤토 앙 빌이 문을 열기 전까지 보르도시 안에서 그와 같은 일을 한 곳은 없었다. 프랑스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관광 도시에서 큰 기회를 놓치고 있는 셈이었다. 루마주는 이 점을 간파하고 여행사, 시내 호텔, 관광 안내소 등과 협력하고 있다. 이 모든 일이 아름답지만 고요한 앙트르 뒤 메르의 생 제르맹 드 푸슈 코뮌에서보다 시내에서는 더욱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이곳이 우리의 15개 와인의 소매 통로가 되어주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와인 한 잔에 가볍게 먹을 것을 찾아 들르는 손님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 필요가 있죠. 지금까지는 잘 되고 있어요. 개업하고 몇 달 동안 기대한 것보다 손님이 더 많았고,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도심 속 피크닉, 목요일에는 퇴근 후 행사, 금요일에는 앙트르 뒤 메르 와인과 함께 하는 굴 요리 같은 행사들을 기획했죠. 지금까지는 우리뿐이지만 흥미를 보이는 곳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보르도시와 주변 샤토들 사이에 이런 관계를 더 만들 수 있다면 더 좋죠. 하지만 처음으로 시도한 곳이 앙트르 뒤 메르의 와이너리였다는 사실이 저는 언제나 기쁠 거예요.”
작성자
Jane Anson
번역자
Sehee Koo
작성일자
2018.02.08
원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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