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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는 흔들어 마시는 게 더 맛있을까?

맥주는 흔들어 마시는 게 더 맛있을까?

최준호 2021년 8월 24일

아래의 사진처럼 특정 스타일에서는 맥주를 따를 때 일정량을 남긴 뒤 흔들어 마저 따르라는 안내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맥주는 흔들면 거품이 나는데 정말 좋은 걸까?’ 혹은 ‘정말 흔들어 마시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오늘은 이 내용에 대하여 설명해 드리려 합니다.

병에 표시된 안내문 / copyright 2012. Reddit All rights reserved

먼저, 맥주의 주재료와 효모의 역할, 특징에 대해 설명해 드리는 편이 이해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맥주의 주재료는 맥아, 홉, 효모, 물 이렇게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가장 중요하고 까다로운 요소는 바로 효모입니다.

이 효모는 맥아가 제공해주는 당을 먹고 ‘발효’라는 과정을 진행하는데, 이 과정을 거쳐야만 알코올이 생성되어 우리가 발효주라 부르는 술이 완성됩니다. 모든 발효 과정이 끝나면 효모는 바닥으로 가라앉아있는데, 이는 죽은 것이 아니라 할 일을 다 해 지쳐있는 상태입니다.

발효 후 가라앉아있는 효모의 모습 / copyright 2015. Craft Beer Feed All rights reserved

지쳐있는 효모를 다시 발효하는 온도(대략 상온)에 노출하면 효모는 다시 일해야 하는 줄 착각하여 다시 활동성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거의 모든 에너지를 소비한 효모는 부적절한 발효 또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이는 맥주에 적절하지 않은 풍미를 제공합니다. 어떠한 풍미가 나는지는 다음 과정에서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 맥주를 제조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이 효모가 안정되어야 유통 및 보관에 용이하기 때문에, 이 효모를 죽이거나 걸러내는 과정을 진행합니다. 효모를 죽이는 과정을 ‘살균’, 효모를 걸러내는 과정을 ‘여과’라고 하는데, 두 과정 모두 진행하는 편이 맥주의 안정성에는 좋으나 경우에 따라 하나만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헤페-바이젠(Hefe-Weizen) 예시 / copyright 2012. Flickr All rights reserved

대부분 우리가 접하는 캔 또는 병맥주의 경우에는 위의 과정을 모두 거쳐 효모가 병 내부에 존재하지 않는데, 특정 스타일에는 의도적으로 효모를 병 내에 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효모를 살균만 하고 여과를 진행하지 않았으며, 대표적으로 독일의 ‘헤페-바이젠(Hefe-Weizen)’이라 불리는 스타일이 있습니다. 여기서 ‘Hefe’는 효모를 뜻하는 단어로, 효모가 있으면 무게감과 약간의 풍미를 더 해주는 역할을 하여 흔들어 마시는 안내문이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섞어 마시는 편이 맛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 막걸리에 비유하자면 깔끔한 막걸리를 좋아하시면 막걸리의 투명한 윗부분만 마시고, 묵직한 맛을 좋아하면 아래의 누룩까지 섞어 마시는 기호처럼 위 맥주도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막걸리처럼 큰 차이가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코르크 마개로 밀봉된 Bottle Conditioned Beer / copyright 2012. Flickr All rights reserved

마지막으로, 효모가 병 내에 있다고 해서 함께 마시는 편이 무조건 좋지 않은 경우가 또 있습니다. 바로 벨기에 맥주를 마실 때 종종 나타나는데, 벨기에는 ‘Bottle Conditioned Beer’라 불리는 ‘병 내 발효 맥주’가 있습니다. 이는 의도적으로 병 내 발효를 이용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풍부한 맛을 주기 위해 살균이나 여과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판매합니다.

이 맥주는 효모까지 서빙할 경우 떫은맛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꼭 아래에 효모를 남겨둔 채로 서빙하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더하여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병 내 발효 맥주는 내부에서 탄산압이 강해지는 경우가 많아 코르크 마개로 밀봉되어 있어 구분하기에 용이합니다.

병맥주를 따르는 모습 / copyright 2018. Freepik All rights reserved

정리하자면 병이나 캔에는 대부분 살균과 여과의 과정을 거쳐 효모가 존재하지 않지만, 특정 스타일에는 존재할 수 있습니다. 또한 효모가 있다고 하여 무조건 같이 마시는 편이 좋은 것이 아니라, 기호에 따르거나 스타일에 따라 호불호가 있거나 떫은맛을 줄 수 있습니다.

오늘은 ‘맥주는 흔들어 마시는 것이 맛있을까’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 무엇보다 다양한 맥주를 마셔보며 자신의 취향과 적절한 서빙 방법을 찾아 드시는 편을 추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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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

모두가 자신만의 맥주를 찾는 그 날까지, 세상의 모든 맥주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 go@mashij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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