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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는 왜 안 볶는데 ‘볶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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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는 왜 안 볶는데 ‘볶이’죠?

김대영 2023년 9월 18일

케이팝, 케이 콘텐츠, 케이푸드 등 한국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점점 커진다. 그중 떡볶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떡볶이는 사실 다른 음식보다 세계화가 되기에는 한계가 많은 음식이었다. 떡볶이의 특징 때문인데 우리가 좋아하는 매콤하고 쫄깃한 이 맛을 선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떡볶이의 위상이 최근 세계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떡볶이를 세계화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사실 2009년 이명박 정부의 한식 세계화 정책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외국들이 좋아하지 않는 식감과 매운맛으로 그 당시에는 큰 반응을 일으키기엔 부족했다. 그렇다면 최근 떡볶이 열풍은 어떻게 봐야 할까? 바로 홍보의 주체가 다르다는 것인데, 2009년의 떡볶이가 정부 주도하에 이뤄졌던 세계화였다면 지금의 떡볶이 열풍은 소비자 위주, 그러니깐 떡볶이를 소비자가 스스로 홍보하는 형태로 열풍이 불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 문화 열풍이 우리 음식문화를 더욱 친근하게 만든 효과이기도 하다.

떡볶이의 위상이 많이 올라갔는데 우리는 과연 얼마나 이 떡볶이라는 음식에 대해 알고 있을까? 먼저 이름부터 이야기하자면 떡볶이는 ‘떡’이라는 명사와 ‘볶다’라는 동사의 명사형인 ’볶기’의 합성어다. 즉 볶기라는 조리법을 사용한 떡 음식이라 해석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다. 우리가 아는 볶는다는 조리법이 사실상 지금의 떡볶이의 조리법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요즘에 먹는 떡볶이는 사실 떡 조림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고 사전에서 찾아본 결과 안타깝게도 관습적으로 써 온 음식명의 형태에 대하여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답을 보게 되었다.

그러니깐 옛날부터 관습적으로 써온 이름이기에 사전 등재를 시켰지만, 이것이 왜 떡볶이라는 이름을 가진 것에 대한 기록이나 이유는 정확히 없다는 것이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등재된 떡볶이에 대한 기록을 찾아봤는데, 재밌게도 떡볶이를 두 가지 음식으로 구분해 놓았다.

1. 가래떡에 쇠고기와 각종 채소를 간장양념과 기름에 볶은 음식
2. 어묵, 채소를 고추장 양념에 끓여 먹는 음식

그러니깐 지금 떡볶이라 불리는 음식은 크게 2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조림과 볶음, 그렇다면 지금의 떡볶이는 왜 조림의 형태를 띠면서도 볶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을까?

옛 궁중에서 즐기던 궁중 떡볶이가 산업화를 거치면서 지금의 고추장 떡볶이로 변화한 단계를 보면 그 해답이 있지는 않을까? 우리나라는 분식 장려 운동을 통해 밀을 활용한 떡, 고추장을 먹을 수 있게 되었는데, 이때부터 떡볶이는 볶음이 아닌 수분이 많은 조림의 형태가 더 어울리는 음식이 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면 볶음요리를 할 때 요리하시는 분들이면 이해가 빠를 텐데 사실 고추장은 볶음의 형태와 잘 맞지 않는다. 고추장의 당분이 볶음이라는 높은 온도 조리법에 타기 쉽다. 특히 떡과 같이 어느 정도 익어야 하는, 그리고 그 소스가 떡에 스며드는 시간이 필요한 재료일 경우 볶음보단 조림의 형태가 더욱 용이했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심화시킨 데에는 초등학교 앞의 떡볶이집들이 또 한몫했다. 사실 우리가 떡볶이 하면 생각나는 형태가 바로 학교 앞 분식집이다. 그런데 사실 이 떡볶이들은 손님이 가면 볶아서 주는 형태인가? 아니다. 만들어 놓고 손님이 주문하면 퍼주거나 하나씩 꽂아 먹는 문화였다. 그러니 사실 볶음의 형태로 떡볶이를 즐기기엔 우리의 소비 형태가 제한적이었다. 최근 또 재밌는 이름이 보여서 이야기하자면 ‘국물 떡볶이’다. 심지어 우리나라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도 등재된 단어인데 사실 의미상으로 풀면 말도 안 되는 음식이다. 물이 많은데 볶기라는 조리법을 사용하는 떡 요리가 된다.

하지만 음식의 이름이라는 것이 때때로 의미보다는 사용의 빈도가 명분이 될 때가 있다. 가령 닭갈비가 닭의 갈비로 만든 것이 아니고 연포탕에 연포가 두부를 뜻하는데, 두부보단 낙지가 들어간 탕의 이미지가 된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이 떡볶이라는 음식을 보고 알 수 있는 점은 음식의 언어가 항상 논리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때에 따라 특정 음식에 대한 명칭이 만들어질 때는 실제와 다른 방식으로 생겨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떡볶이의 명칭부터 시작해 음식의 이름에 관해 이야기했다. 최근 한국문화, 심지어 한식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평소에 생각지도 못했던 음식 이름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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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음식이야기를 좋아하고 즐깁니다. 음식의 가치를 올바르고 정확하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팟캐스트 "어차피, 음식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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