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소개되는 와인은 암암리에 정해져 있고 또 새로운 와인이 소개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 많다. 이탈리아는 20개 주 모든 곳에서 와인이 생산된다. 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소비하는 데도 일생이 필요하다. 솔직히 그래서 시칠리아 와인은 그 섬의 사람들, 관광객들, 지극히 이탈리아 와인에 빠져 있는 와인 애호가를 제외하고는 잘 알지 못하고 기회가 주어지지는 않는다. 이런 상황을 전면에 나서며 섬의 와인을 알리는 와인즈 오브 시칠리아 DOC는 그래서 박수와 응원을 받아야 마땅하다.
시칠리아 와인에 날개를 달아준 시칠리아 토착 품종
시칠리아는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으로 각각의 지형마다 색이 다른 토양과 기후조건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토착 품종이 재배된다. 물론 세계적인 품종인 샤르도네, 시라, 메를로 등이 오픈된지도 이미 오래전이다. 시칠리아 와인을 돋보이게 만드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토착 품종의 재배와 유기농이 가능한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기후이다. 더군다나 사방으로 뚫린 섬의 위치로 인하여 받아들여지는 양조의 독특한 기술은 이곳의 와인을 현대적이고 일상에서 쉽게 마실 수 있고 음식과의 페어링조차 캐주얼하고 또는 심각할 정도로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매력을 가졌다. 이렇게 생산되는 시칠리아 와인의 주체가 되고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해 주고 있는 시칠리아의 대표적인 품종을 꼽자면 수도 없지만 그 중 그릴로(Grillo, 네로 다볼라(Nero d’Avola), 카리칸테(Carricante), 네렐로 마스칼레제(Nerello Mascalese), 프라파토(Frappato) 등을 주목할 수 있다.
한식과의 페어링조차 완벽한 시칠리아 와인
지난 5월 31일, 와인즈 오브 시칠리아 DOC 협회의 주최로 미쉐린 가이드에 선택된 한식 레스토랑 <주은>에서 한식과 시칠리아 와인의 페어링 행사가 진행되었다. 레스토랑 <주은>은 한식 공간의 헤드 셰프 출신인 박주은 셰프와 화려한 경험과 대회의 수상으로 빛나는 김주용 소믈리에의 합작으로 아름다운 한국의 미를 보여주고 있는 곳이다. 여기에 시칠리아를 대표하고 있는 토착 품종인 그릴로, 프라파토의 변화무쌍한 와인들까지 합세했으니 그 테이블의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그릴로의 날이라고도 해도 무색하지 않을 이번 행사는 시칠리아 전역에서 재배되고 지역과 숙성에 따라 자유자재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릴로의 일반 화이트에서부터 레이트 하비스트의 스위트 와인까지 무한대의 가능성을 열어주었고, 빼놓을 수 없는 레드 품종 네로 다볼라와 프라파토의 이색적이면서도 독특하고 우아한 와인의 맛에 반해버린 시간이었다. 여기에 맞서는 한식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메밀 증편과 탕평채, 월과채, 산적, 황태찜, 채끝 등심 숯불구이 등 다양한 한식 메뉴는 제철 재료와 한식 양념의 맛이 조화로워 과하지 않은 맛으로 가장 기본적인 한식의 맛을 보여주었다. 이날 행사를 진행한 <이인순와인랩>의 이인순 대표는 “신선하고 가벼운 스타일의 시칠리아 와인은 다양한 음식과 페어링이 가능하다. 이번 행사는 고급스러운 파인 다이닝으로 진행했지만, 메뉴에 사용된 재료는 한식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식재료가 대부분이고 시칠리아 와인들이 우리 식재료와 잘 어우러지며 맛의 조화를 이루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