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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달콤한 상상… 과일이 와인을 만났을 때

와인의 달콤한 상상… 과일이 와인을 만났을 때

임지연 2023년 6월 13일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는 혹평을 받아온 일본 와인 업계가 새 혁신으로 난제 해결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최근 일본에서는 각 지역 고유의 특산품을 활용해 색다른 풍미의 최상급 와인을 생산하는 흥미로운 움직임을 보이는 곳이 여럿이다.

출처: 픽사베이

그 첫 주자는 아오모리현 니시츠가루군 아지가사와이다. 일본 혼슈 최북단의 아오모리현은 십수 년 전부터 외부로 인구가 크게 이동하는 등 상주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든 지역인데, 사람들이 지역을 떠나고 남은 곳에서 이곳의 최고 특산품이라고 평가받았던 수박이 와인과 만나 새로운 지역 활력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이 지역 기반 산업이 돼 왔던 농업과 그중에서도 일부 과일 생산량은 일본 전체 중 무려 절반 가까이가 이 일대에서 생산된다고 하니 얼마나 맛 좋은 수박이 이 지역 토양을 기반으로 재배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 일대에서 수박이 얼마나 유명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은 아오모리현을 통하는 기차역 인근의 유명 식당들은 조리해 판매하는 요리의 종류가 무엇이든, 지역 특산품인 수박과 조합해 손님상에 내놓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흥미롭게도 이 일대 냉면집에서는 면 그릇 안에 소담하게 썰어내서 더 먹기 좋은 수박 한 점이 상에 내어진다.

그리고 최근에는 일본 북부의 작은 마을에 불과했던 아오모리현 아지가사와 농부들이 직접 재배한 수박으로 만든 오묘한 핑크빛 로제 와인이 상품화된 사실이 큰 관심을 받으면서, 일본의 주요 와이너리 관광 상품으로 유명세를 얻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주로 상쾌한 단맛이 특징으로 꼽히는 수박 와인은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주로 식전주나 디저트용 와인으로 최고라는 평가를 받아오는 분위기인데, 이 마을 아지가사와 주민협의회는 지난 2021년을 기점으로 총 두 곳의 와이너리 시설을 마을 중심부 일대에 설치, 운영해오고 있다.

와인에 사용되는 수박은 베니마쿠라라는 품종의 수박으로 최초로 와인과 수박의 결합을 시도했던 이 지역 농민들과 주민협의회 관계자들은 일본에서 유명하다고 이름이 알려진 와인 전문가들을 차례로 초빙해 수박이 가진 본연의 풍미와 가장 화려한 레드 빛깔을 와인에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 총력을 기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수박이 최초로 발효될 때 생성되는 수박 특유의 풀 냄새를 제거하는 데 온갖 노력이 동원됐다.

Sun Mamoru 와이너리에서 출시한 수박 와인 / 출처: asahi.com

과도한 단맛을 지양하면서도 고농도 과일의 풍미를 기대하는 와인 소비자들을 위해 화려한 맛을 와인에 담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인데, 실제로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고급 수박 와인의 맛을 본 이들은 하나 같이 화려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단맛이 으뜸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이 지역 특산 수박 와인은 마을로 들어서는 휴게소와 마을 곳곳의 와인 전문점 등에서 2,000엔(약 1만 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지역 특산물과 와인의 조합이라는 흥미로운 와인 상품의 개발은 비단 이곳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일본 나라현 북부에 위치하는 야마토고리야마시에서도 이 지역 특산품인 무화과를 활용한 와인 생산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분위기가 목격되고 있다. 나라 분지 북부에 위치, 다이쇼 시대부터 이 일대는 일본에서 손꼽히는 무화과 생산지였는데 현재는 약 50개의 농가들이 무려 450헥타르 규모의 농지에서 연간 23톤에 이르는 대량의 무화과를 생산해 오고 있다. 워낙 매년 대규모로 생산되는 무화과 탓에 일부 제품들은 재배 직후에도 상처가 나거나 물렀다는 이유로 상품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안타까운 사례가 있었는데, 이를 안타깝게 여긴 이 지역 농민들이 지난 2020년 무렵부터 오사카 환경 농수산연구소와 고도로 발전된 와인 전문 레시피를 공유하면서 무화과와 와인을 접목한 새로운 맛의 와인 상품화에 박차를 가해왔다.

야마토고리야마의 명물 무화과 / 출처: asahi.com

그러던 것이 지난 2021년 1월 무렵부터 약 1톤 규모의 무화과로 1,800병에 달하는 무화과 와인(도수 10도)을 첫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처음으로 생산돼 상품화를 앞둔 와인병의 디자인은 간사이 문화예술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맡겨져 그 의미를 더했다. 전문가나 홍보 업체보다 비록 전문가는 아니지만, 꿈 많은 예비 전문가들인 고등학생들에게 와인병 디자인 작업을 부탁했고, 이후 학생들이 그려낸 총 20여 개의 와인병 디자인 도안 중 한 개를 선발해 실제 상품화하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현재 일본 각 지역의 와인 전문 판매점과 대형 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이 지역 무화과 와인은 1병당 1,360엔(약 1만 3,000원), 816엔(약 7,800원) 두 개 종류로 구분해 유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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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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