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 또는 Burgundy) 와인을 마실 때 도멘(Domaine)인지 메종(Maison)인지 궁금해지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실제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말이다.
도멘은 와인 양조 시 양조가가 소유한 에스테이트에서 수확한 포도만을 사용할 경우를 가리키며, 메종은 포도나 포도즙을 구매하여 와인을 양조하는 경우를 말한다. 내 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 것인지 남의 밭에서 수확한 포도를 사서 만들 것인지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다.
도멘과 메종 와인을 모두 생산하는 와이너리도 꽤 있다. 마트 와인 코너에도 자리 잡고 있는 조셉 페블레(Joseph Faiveley)나 루이 자도(Louis Jadot)가 그러하다. 한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와인 중 도멘 레이블을 달고 나오는 와인이 메종 레이블 와인보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비싸다. 동일 빈티지의 빌라쥬급 르루아(Leroy)나 르플레이브(Leflaive) 와인을 보면 도멘이 메종 가격의 3배를 훌쩍 넘기기도 한다. 이를 두고 모든 도멘에 일반화하기는 어렵겠지만 도멘 와인이 더 비싼 건 사실이다.
와인 레이블을 보고 도멘인지 메종인지 알 수 있는데, 보통 도멘이라고 명시적으로 나타내거나 ‘Mis en bouteille au Domaine’과 같이 도멘에서 병입 했다는 표시가 있다. 도멘 와인이 메종 와인보다 비싸다면 퀄리티에도 차이가 있을까?
자기 포도밭(빈야드)에서 포도를 수확한다는 것은 밭을 수시로 관리 감독하기에 용이하고, 퀄리티 원재료를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에스테이트 관리에 드는 비용은 온전히 와이너리 몫이니 최종 결과물에 그 비용이 반영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러나 메종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름을 건 와인이기에 포도나 포도즙 선별을 위한 엄격한 기준이 존재한다. 특정 생산자의 포도만을 매입하기도 하고 퀄리티 생산자들과 계약을 맺어 일정한 품질 유지에 힘쓰기도 한다. 그러니 도멘이든 메종이든 제대로 만드는 양조가가 있는 곳이라면 맛있는 와인이 탄생할 확률이 매우 높다.
내가 좋아하는 올리비에 번스타인(Olivier Bernstein)은 네고시앙으로 시작해 명성을 날린 후 빈야드를 매입했다. 와인 비즈니스에서 네고시앙(Negociant)은 상인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이들은 포도, 포도즙 또는 와인을 포도 재배자들로부터 사들여 파는 사람이다. 원재료인 퀄리티 포도를 구매해서 와인을 양조하는 올리비에 번스타인은 2000년대 중반부터 와인 비평가들이 눈여겨본 슈퍼 스타다. 그는 그랑 크뤼 밭과 프리미에 크뤼 밭에만 집중하여 와인을 만들었으며(생산량이 적을 수밖에 없다), 포도 품질에 매우 신경을 썼다. 리샤 세겡(Richard Seguin)이 올리비에 번스타인 와인을 양조했는데, 2016년 빈티지를 끝으로 올리비에 번스타인에서 나와 자신의 이름을 건 와인만을 만들고 있다. 리샤 세겡의 와인도 핫템으로 등극했는데 원재료인 포도에 대한 이해와 양조 기술이 더해져 훌륭한 메종 와인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니 실제로 그 밭을 소유했는지 여부보다는 어떤 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누가 만드는지가 중요하다. Domaine de Comtes Lafon의 와인이 아니더라도 도미니끄 라퐁(Dominique Lafon)이 만든 화이트 와인이라면 주저 없이 집어 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