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독일 비스바덴(Wiesbaden)에서 2022 국제 영 소믈리에 대회(International Young Sommelier Competition 2022) 결승전이 열렸다. 비자 문제로 참석하지 못한 터키 대표를 제외한 독일, 캐나다, 멕시코, 미얀마, 노르웨이 등 11명의 세계 최고의 영 소믈리에들이 치열한 승부를 펼쳤고, 대한민국 대표로 출전한 김민준 소믈리에(정식당 소속)가 준우승의 쾌거를 거뒀다.
2007년을 시작으로 올해 15회를 맞이한 국제 영 소믈리에 대회(Concours International des Jeunes Sommeliers)는 1950년 프랑스 파리에서 설립된 전 세계 미식가들의 모임인 ‘세계 미식 협회(쉐인 데 로티쇠르, Chaine des Rotisseurs)’의 주최로 열린다. 젊은 소믈리에를 지원하고 미래의 전문적인 소믈리에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국제적인 인재를 육성하는 데 목적을 둔 본 대회는 매년 전 세계를 돌며 개최된다.
그동안 매년 우승자 리스트에는 영국, 미국, 호주가 압도적인 빈도로 올랐으나, 작년 준우승의 고동연 소믈리에에 이어 올해도 김민준 소믈리에가 당당히 대한민국의 이름을 올렸다. 올해 국제 영 소믈리에 대회의 우승은 스웨덴의 Elliot Björkmann, 준우승은 대한민국의 김민준, 그리고 영국의 Freddie Johnson이 3위를 차지했다.
준우승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까지 그 누구보다 열정적인 김민준 소믈리에의 노력이 있었다. 그와 서면 인터뷰을 통해 이야기를 나눴다.
Q. 준우승을 축하하며, 소감 한마디 해주세요.
>> 각국을 대표하는 소믈리에들이 함께 경쟁하는 국제 대회에 대한민국 국가대표라는 타이틀로 참가할 수 있어서 너무 큰 영광이었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만큼 정말 많은 긴장과 부담감을 안고 참가했지만, 운 좋게 준우승이라는 과분한 타이틀을 받게 되었습니다.
와인 문화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에 한국 소믈리에들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었고, 이번 결과를 계기로 한국과 아시아 와인 시장의 중요성과 인지도를 더욱 올린 것 같아 행복합니다. 제게 값진 경험의 기회를 주신 세계 미식 협회와 와인비전아카데미에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Q. 대회를 어떻게 준비했나요?
>> 올해는 정말 바빴던 시기였습니다. 다시 정식당에 소믈리에로 복귀하고, COVID-19가 어느 정도 잠잠해지면서 그동안 열리지 않았던 CMS(Court of Master Sommelier)도 재개되어 소믈리에로서 자신의 현 위치와 더 많은 발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올해 국제 영 소믈리에 대회까지 열리면서 저 스스로 올해를 제 커리어의 변환점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전 세계의 와인 산지를 아우르는 이론과 스피릿, 리큐르를 포함한 모든 베버리지에 대해 지식을 쌓았습니다. 다행히 CMS 또한 비슷한 범위 내에 있기에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서비스와 블라인드 같은 경우 주변의 많은 소믈리에 선배님의 도움이 컸습니다. 같은 정식당에 근무하는 주재민 소믈리에님, 솔밤의 고동연 소믈리에님, 알렌의 허수현 소믈리에님까지 그들의 노하우와 스킬을 배우고 매일 머릿속에서 이미지트레이닝을 하며 제 것으로 만들어갔습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부분을 하나 더 뽑자면 바로 언어 장벽입니다. 사실 저도 영어를 잘하는 편이 아니다 보니 업장에서 외국 손님들을 직접 서비스하면서 쌓아온 제한적인 영어가 끝이었습니다. 때문에 와인 서비스를 하거나 음식 매칭을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표현법을 찾아냈고, 독일에 가기 전까지 여러 외국인 테이블을 담당하면서 매번 다른 표현법을 사용하여 설명하고 대화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Q. 대회에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 준결선과 결선을 치르면서 어려웠던 부분들은 내가 아는 지식이 실제 사진과 매칭이 되지 않는 괴리감에서 오는 부분들이었습니다. 결선 무대에는 “마스터 마인드”라는 태스크가 있습니다. 어떤 와인 산지나 와이너리, 유명인의 사진을 보고 맞추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이론으로는 모두 알고 있지만 실제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많이 취약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국내에서도 여러 해외 와인 관련 잡지를 구독하거나 정보들을 찾을 때 꼭 사진이나 지도로 함께 이해하면서 공부한다면 더욱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을거로 생각합니다.
Q. 향후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 저는 ‘한국이 서양 국가들에 비해 와인의 지식적인 측면과 실력 부분에서 절대 뒤쳐지지 않는구나’를 느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같은 레벨이어도 앞으로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의 차이와 국가 내에서의 와인 시장의 비중이 다르다 보니 수년 뒤 성장 속도의 차이는 분명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저는 그 차이를 줄이고자 한국에서도 많은 소믈리에를 양성하고 국내 와인 산업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업계를 더욱 성장시켜 나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