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10월 1일은 한국군이 남침한 북한 공산군을 반격한 끝에 38선을 돌파한 날이다. 이후 우리나라는 이날의 의의를 기념하기 위해 1956년부터 10월 1일을 국군의 날로 지정했다.
“1945년부터 1990년까지 2,340주 동안 지구촌에 전쟁이 없었던 시기는 단 3주일뿐”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지만, 우리의 역사는 유감스럽게도 전쟁이 없던 날보다 전쟁을 치르고 있는 날로 대부분이 채워져 있다. 꼭 과거를 돌이켜보지 않아도 전쟁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우리는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늘 전쟁을 대비할 줄도 알아야 한다.
[전쟁 대비 관리 대상 물자: 술]
술과 전쟁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다. 술은 전쟁의 승리 기원, 군인들의 사기 진작, 부상자들의 치료 등의 목적으로 많이 사용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활용처는 두려움을 없애는 데 있다. 화약 냄새와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정상적인 상태로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술은 전쟁에서 꼭 필요한 물자이며, 우리나라는 전쟁 시 원활한 주류 보급을 위해 주류를 전쟁 대비 관리 대상 물자로 관리하고 있다. 또한 주류 업체 역시 이를 대비하기 위해 평상시에 맥주와 소주를 비상 대비 자원으로써 일정 물량 이상 비축해 두고 있다.
[이순신 장군의 킥]
술을 중요한 전쟁물자로 취급하는 건 비단 오늘날의 일만이 아니다. 임진왜란의 영웅으로도 잘 알려진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보면 ‘날씨’ 다음으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술’이다. 직접 술을 마시는 기록도 있지만, 부하에게 건네거나 어머니에게 술을 올리는 기록들도 상당수 찾아볼 수 있다.
이순신 장군에게 있어서 술은 단합과 소통의 수단이었다. 부하의 생일에는 술 한 잔을 건네 친밀감을 높이기도 했고, 타 부대와 활쏘기 대회로 회식 내기를 하며 단합하기도 했다. 전쟁에서 승리하면 승리한 대로 술과 함께 기쁨을 나눌 줄도 알았으며, 패전 뒤에는 한 번에 몰려오는 쓰라린 아픔을 술 한 잔으로 스스로 달래기도 했다.
[세계 대전 속에서도 가치를 발효하다: 술]
술을 전쟁물자로 취급했던 건 외국도 똑같았다. 가장 참혹한 전쟁이라고도 기록된 제1차 세계 대전 당시에도 술은 보급됐다. 프랑스 군대는 매일 1리터의 와인을 보급했다는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으며, 독일은 맥주, 러시아는 보드카 등 나라별로 주어지는 술의 종류도 다양했다. 이때 당시에도 술에는 사기 증진과 스트레스 해소 등의 목적이 있었으며, 전쟁터의 물이 더럽다는 이유로 되레 위생, 안전, 건강을 위한 보급품이 되기도 했다.
제2차 세계 대전에서도 술의 역할은 뚜렷했다. 다만 잦은 전쟁의 발발로 황폐해진 토지로 인해 술의 보급은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술이 없으면 버틸 수가 없었는지 에틸알코올과 포도당액, 비타민을 혼합하여 마침내 가짜 술을 만들어 마시는 지경까지 다다랐다고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술은 행복한 자에게만 달콤하다.”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존 키츠-
술은 감정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전쟁과 같은 불안이나 우울, 초조함을 키우는 일 없이 평화로움 속에서 마음 편히 술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세상이 하루빨리 찾아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