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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만들어낸 포도의 미래, 5가지 신규 포도 품종의 탄생

과학으로 만들어낸 포도의 미래, 5가지 신규 포도 품종의 탄생

노지우 2021년 5월 24일

와인을 사랑하는 소비자들에게 포도의 품종은 와인의 스타일을 미리 점쳐볼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지표의 역할을 합니다. 더불어 ‘나는 피노 누아가 제일 좋더라’ 등의 기호를 만들어내는 요소이기도 하죠. 그러나 생산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와인의 품종은 단순 기호와 스타일의 문제를 넘어 과학의 영역으로 진입합니다.

실제로 와인 양조를 위한 포도 품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Vitis Vinifera 계열은, 품종의 유지를 위해 오랜 시간 꺾꽂이로 그 수를 늘려오다 보니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편입니다. 그래서 포도의 생명을 위협하는 다양한 병충해로부터 나무를 지켜내기 위해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죠.

< 피어스 병 >
이번 기사에서 주목할 병충해는 바로 피어스 병(Pierce’s Didsease)입니다. 피어스 병은 식물이 흡수한 물을 운반하는 중요한 조직, 물관부(xylem)에 서식하는 박테리아 때문에 발생하는 병충해입니다. 늦은 여름철과 가을 사이에 주로 발생하는 이 병충해는 이파리를 갈색으로 변하게 하고, 과육의 생장을 저해하는 데다가, 발병한 나무는 수년 내에 죽이기까지 합니다. 그만큼 강력하기에 이 증상이 발병한 나무는 빠르게 제거해 버려야 감염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골치 아픈 병충해죠. 미국, 그중에서도 특히 플로리다에서 캘리포니아까지 널리 퍼져있는 이 피어스 병은 1880년대 이후 남부 캘리포니아의 35,000 에이커 이상의 포도밭이 감소한 주요 원인이 된 장본인입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탄생한 것이 바로 오늘 기사의 주인공, 5가지의 새로운 품종입니다. 캘리포니아의 UC DAVIS 대학의 연구원들은 포도의 작황에 큰 위협이 되는 피어스 병에 강한 품종을 개발하고자 많은 시간을 투자했죠. 그리고 2019년 말, 높은 인기의 품종 특성은 그대로 유지하되 병충해에 대한 내성은 강한 품종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새로운 품종 5가지 중 3가지는 레드와인 품종이며, 2개는 화이트 와인 품종인데요, 아래 설명에서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보시죠.

[좌측부터 Camminare Noir / Pasante Noir / Errnate Noir]

< RED >
– Camminare Noir : 쁘띠 시라(Petite Sarah) 50%와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25%로 이루어진 Vitis Vinifera 계열이 94%가 주가 된 이 품종은 캘리포니아 나파 강 주변에서 대대적인 테스트를 거쳐 태어난 품종입니다. 중간 정도 사이즈의 열매를 맺는 이 품종은 붉은 과일류, 특히 체리, 라즈베리 등의 특성이 보인다고 합니다.

– Paseante Noir : 진판델(Zinfandel)이 50%로 가장 많이 들어간 이 품종은 쁘띠 시라 25%와 카베르네 소비뇽 12.5%가 섞여 있습니다. 진판델의 유전자가 가장 많이 함유되어있는 만큼 그 풍미도 진판델과 가장 유사하다고 합니다. 위의 Camminare noir에 비해 살짝 더 늦은 중순 즈음에 익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도 전해지고 있죠. 그래서 짙은 붉은색 계열의 과일들인 카시스나 베리류의 파이, 블랙 올리브, 커피, 건초 등의 풍미를 지닌 것으로 기록됩니다. 이 품종으로 만들어진 와인은 실제로 Daivs와 Napa 지역에서 테이스팅을 진행했을 때 높은 순위에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Whitehall Lane에서 2019년 출시한 와인들입니다. 나파밸리에 위치한 와이너리인 Whitehall Lane은 2019년 10월 15일 즈음에 Camminare Noir와 Paseante Noir를 수확하여,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와인을 만들었습니다. 두 병 모두 시범적으로 만들어진 와인이다 보니 각각 25개 미만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와인 시음기를 찾아보기 쉽지 않지만, 미국 와인 농가의 큰 골칫거리 중 하나인 피어스병으로부터 자유롭다는 특성 때문에 크게 주목받고 있다고 합니다.

– Errante Noir : 이 품종은 카베르네 소비뇽과 블렌딩 했을 때의 잠재력을 가장 높이 평가받는 품종입니다. 허브와 흙, 자두, 촘촘한 밀도를 자랑하는 밸런스 좋은 테이스팅 노트를 지니고 있죠. 실바너(Sylvaner) 50%와 카베르네 소비뇽, 카리냥(Carignan), 샤르도네를 각각 12.5%씩 섞어낸 품종입니다.

[좌 : Ambulo Blanc / 우 : Caminante Blanc]

< WHITE >
– Ambulo Blanc : 소비뇽 블랑과 유사한 특징을 지니는 이 품종은 나파강 주변의 Temecula, Sonoma 등의 지역에서 테스트를 거쳤습니다. 생산량이 좋은 품종 중 하나로 꼽히며 시트러스, 라임, 열대 과일, 잘 익은 황금색 사과 등의 노트를 가집니다. 더불어 약간의 쓴맛도 느껴지는 것도 특징 중 하나라고 합니다. 카베르네 소비뇽 62.5%, 카리냥 12.5%, 샤르도네 12.5% 형질이 섞인 품종입니다.

– Caminante Blanc : 소비뇽 블랑과 샤르도네의 특징을 잘 섞은 이 품종은 현재 피어스 병이 한창인 오하이오와 나파에서 테스트 중입니다. 밝은 골드 컬러와 멜론, 리치, 파인애플, 녹색 사과 등의 수분이 많은 과일과 꽃향기를 잘 잡아낸 밸런스 좋은 품종으로 테이스팅 노트가 기록되었죠. 위의 Ambulo와 비슷하게 62.5%의 카베르네 소비뇽과 샤르도네 12.5%, 카리냥 12.5%를 섞은 품종입니다.

물론 이 와인들은 아직 시험적으로 증식하고 있는 단계였기 때문에 2020년 재배된 양이 많지는 않습니다. 2021년에는 이 재배량을 더 늘려갈 예정이기에 2021 빈티지를 달고 나오는 새 품종의 미국 와인을 곧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와인은 전통적인 산업입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아 온 품종들이 있고, 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정말 중요하지요.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변함에 따라 그 변화를 이겨내려는 노력 또한 지속가능한 와인 산업을 위해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하는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새로운 품종 또한 애정의 눈길로 바라보고,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요? 우리의 즐거운 와인 생활은 백 년이 지나도, 천 년이 지나도 영원했으면 하니까요. 그럼 오늘도 즐거운 와인 생활을 위하여, Santé!

*참고 문헌
– https://www.frontiersin.org/articles/10.3389/fmicb.2018.02141/full
– https://www.ucdavis.edu/food/news/uc-davis-releases-five-new-wine-grape-varieties
– https://ucdavis.app.box.com/s/dte06een1orc7uzfucccwdaqwepqp90y
– https://www.prnewswire.com/news-releases/whitehall-lane-winery-released-the-first-ever-camminare-noir-and-paseante-noir-wines-made-from-californias-newest-sustainable-grape-varieties-developed-at-uc-davis-3011558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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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우

“사고(buy) 사는(live) 것을 사랑하는 소비인간. 와인 소비의 즐거움에 빠져 버렸지.” / ed@mashij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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