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핑크빛의 로제 와인(Rose wine). 쨍한 햇빛이 쏟아지는 해변의 모습을 그릴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와인이다. 전 세계적으로 날씨가 더워지면 로제 와인의 판매가 늘어난다. 하지만 최근에는 ‘데일리 와인’으로의 성공적인 이미지 리 브랜딩과 트렌드 컬러인 ‘밀레니얼 핑크’의 인기에 힘입어, 특정 계절이 아닌 1년 내내 로제 와인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연핑크부터 오렌지빛, 진한 붉은 색까지 사용된 품종과 양조 방법 등에 따라 다양한 핑크 색을 보여주는 로제 와인은 인스타그램용(instagrammable) 와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차갑게 칠링하여 가볍게 즐기기에 좋고, 모든 음식과 완벽하게 잘 어울리기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로제 와인은 포도즙을 껍질과 함께 침용하여 색을 추출하는 마세라시용 방법(Maceration Method)을 사용하며, 이는 레드 와인의 생산 방식과 동일하지만 껍질과의 접촉 시간을 제한적으로 설정하여 색과 타닌을 레드 와인보다 가볍게 추출한다.
이번 픽커스 테이블에 엄선된 로제 와인 6종은 생산 지역, 품종, 와인 스타일이 모두 다양했지만, 전 세계적인 로제 와인 트렌드인 ‘단맛이 적은 드라이한 와인’이라는 공통점을 보였다. 20여 명의 패널에게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와인은 ‘벤키아레자 그레이 앤 로제, 피노 그리지오(Venchiarezza Grey&Rose, Pinot Grigio) 2018’로, 피노 그리지오 품종으로 생산하는 이탈리아 프리울리 지역의 독특한 로제 와인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완벽한 조화를 보여주는 로제 와인의 매력 발산 시간이 돌아왔다!
1. 벤키아레자 그레이 앤 로제, 피노 그리지오(Venchiarezza Grey&Rose, Pinot Grigio) 2018
생산 지역. 이탈리아 > 프리울리 베네치아 줄리아 > 프리울리 / 품종. 피노 그리지오 / 수입처. 어벤져스와인
북부 이탈리아의 동쪽 모퉁이에 위치한 프리울리(Friuli)는 알프스 산맥 구릉 지역에 포도밭이 조성되어 찬 바람의 냉각 영향에 노출된다. 프리울리에서 피노 그리지오(Pinot Grigio) 품종을 사용하여 생산하는 로제 와인 ‘라마토(Ramato)’는 포도를 으깨고 옅은 보랏빛의 껍질과 24~36시간 침용하여 구릿빛을 띠는 독특한 스타일의 와인이다. 유기농법을 향한 벤키아레자(Venchiarezza)의 열정은 신선하고 복합적인 풍미가 강렬한 와인으로 표현된다.
# 아주 상큼한 향이 가득하고, 첫 모금부터 산도가 확연히 돋보입니다. 마시고 난 후에는 매끌매끌한 미네랄리티의 여운이 너무 기분 좋고, 산도와의 밸런스도 좋네요. 마실수록 계속 당기는 와인. 레몬즙을 잔뜩 뿌린 신선한 해산물과 함께하고 싶은 산뜻함이에요. _박수연
#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만나기 어려운 좋은 품질의 피노 그리지오 로제를 만나 횡재한 기분입니다. 붉은 체리, 라즈베리, 스트로베리 향이 물씬 풍기고, 살짝 높은 산도가 매력 포인트! 신선한 포도를 그대로 병에 담아온 느낌이에요. 산도가 뒷받침되므로 생선, 특히 살짝 핑크빛 육질을 가진 풍부한 맛의 숭어를 튀겨서 정찬에 함께 하고 싶습니다. _이윤경
2. 호노로 베라 로사도(Honoro Vera Rosado) 2019
생산 지역. 스페인 > 무르시아 > 후미야 / 품종. 시라, 템프라니요 / 수입처. 케이엔제이 와인앤스피리츠
스페인 북동쪽에 위치한 후미야(Jumilla)는 고대 로마 시대부터 와인을 생산한, 스페인의 가장 오래된 와인 지역 중 하나다. 이곳에서 3대에 걸쳐 100년이 넘는 시간을 와인 생산에 매진하는 보데가스 후안 길(Bodegas Juan Gil)은 후미야의 와인 역사를 함께 쓰고 있다. 세녜 방법(Saignee Method)으로 양조 된 시라(Syrah)와 템프라니요(Tempranillo) 블렌딩 와인으로, 저온(18~20°C) 발효하여 최대한의 아로마를 와인에 담았으며, 신선한 산미와 과실의 풍미가 가득하다.
# 풍선껌을 씹는듯한 풍부한 풍미가 느껴지며, 단단한 단맛과 미디엄 바디가 이를 한껏 끌어올려 줍니다. 로제와인에 흔히 페어링하는 가벼운 음식이 아닌, 육류와 함께 마셔도 무난히 잘 어울릴 것 같고, 녹진한 식사와 함께 마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여러 병 사서 쟁여놓고 어떤 상황에서나 편안하게 꺼내 마시면 좋을 듯! _박민지
# 오렌지빛이 도는 여린 살몬 로제 색, 첫눈에 여리여리한 아가씨가 떠오릅니다. 산미가 좋아서 산뜻한 청량감으로 마무리되네요. 이전에 같은 브랜드의 화이트 와인도 맛있게 마셨던지라, 이 생산자의 다른 와인들도 궁금해집니다. 가성비가 좋아서 여름에 자주 마시고 싶은 미디엄 라이트 바디의 로제 와인이에요. _정슬기
3. 엘리자베스-로제 구르망(Elisabeth-Rose Gourmand) 2018
생산 지역. 프랑스 > 사우스웨스트프랑스 > 꼬뜨 드 가스꼬뉴 / 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 타나, 에기오돌라 / 수입처. 르셀리에
프랑스의 ’숨겨진 보석’으로 불리는 꼬뜨 드 가스꼬뉴(Côtes de Gascogne)는 프랑스 남서부 가론(Garonne) 강 좌안에 위치한다. 꾸르부(Courbu), 그로 망상(Gros Manseng), 콜롬바드(Colombard) 등의 토착 품종을 사용한 화이트 와인을 주로 생산하며, 집중도 높은 아로마와 신선한 과실 향을 보여주는 레드 와인과 로제 와인도 만날 수 있다. 이 지역의 주요 적포도 품종 5종을 블렌딩한 로제 와인으로, 진한 핑크색의 매력적인 컬러를 띠며 잘 익은 복숭아와 붉은 과일, 그리고 장미 향의 아로마와 바닐라 노트를 느낄 수 있다.
# 마치 체리와 산딸기가 한 아름 풍덩 빠져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와인입니다. 상큼하고 잔잔하게 퍼지는 달콤한 향에 혀를 자극하는 적절한 산도감과 구조감있는 바디감이 좋은 밸런스를 보여줘요.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우울한 날, 강한 레드 와인보다는 이 와인으로 기분을 리프레쉬해보세요.. _이승철
# 과일 사탕과 같은 맛과 향, 부드러운 과실 향을 극대화한 와인이에요. 달달한듯 산뜻한듯, 풍부한 과실향 때문에 딸기가 잔뜩 들어간 생크림 케이크가 떠올랐어요. 늦은 밤이든 애프터눈티파티든 디저트와 함께 마시고 싶어요. _박수연
4. 도멘 오뜨, 바이 오뜨 로제(Domaines OTT, BY OTT Rosé) 2018
생산 지역. 프랑스 > 프로방스 / 품종. 그르나슈, 쌩소, 시라, 무르베드르 / 수입처. 에노테카코리아
프로방스(Provence)는 로제 와인의 시작이자 세계적인 로제 열풍의 중심지로,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드라이 스타일의 로제 와인을 전파하면서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프랑스 로제 생산량의 4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프로방스에서는 그르나슈, 생소, 무르베드르, 시라 품종을 사용하여 살짝 오렌지빛이 감도는 살몬-핑크 색의 드라이하고 섬세한 와인을 만든다. 이 와인은 세계 3대 로제 중 하나이자, ’프로방스의 롤스로이스’라는 애칭을 가진 도멘 오뜨(Domaines OTT)의 세컨드 브랜드 와인이다.
# 매우 은은하게 표현되는 과일과 꽃 향이 꽤 강한 스모키함과 잘 어우러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로스트한 견과류의 고소하고 쌉싸름한 풍미도 느껴집니다. 매우 드라이하며 산도, 타닌, 알코올의 균형감과 바디감 모두 훌륭해요. 정찬 요리라면 그릴에 구운 오리나 칠면조 요리, 피크닉을 떠날 때는 구운 칠면조 샌드위치를 만들어 함께 하면 최고일듯싶어요. _이윤경
# 노란빛이 감도는 코랄색. 달큰한 열대 과일의 향에 이어, 입안에서는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벨벳티한 느낌에 묵직함이 있어요. 산도가 강하지 않은 듯하지만, 레몬 풍미가 상큼하게 마지막까지 이어지네요. 늦은 오후 창가에서 책 읽으며 마시고 싶은 와인입니다. 안주는 필요 없어요. 그냥 와인만 즐겨도 좋을 듯. _안성민
5. 파펫 델 마스, 까바 로제(Papet del Mas, Cava Rose) NV
생산 지역. 스페인 > 카탈루냐 > 페네데스 / 품종. 가르나차, 모나스트렐, 트레파트 / 수입처. 유와인
트레디셔날 방식으로 생산되는 로제 까바는 검붉은 과실과 꽃 향에 복합적인 풍미를 더 해 뛰어난 품질을 자랑한다. 법률에 따라 최소 25%의 적포도 품종을 포함해야 하며, 이때 사용할 수 있는 적포도 품종은 가르나차(Garnacha), 모나스트렐(Monastrell), 피노 누아(Pinot Noir), 트레파트(Trepat)에 한한다. 이 와인은 가장 전통적인 스타일의 로제 까바의 매력을 보여주며, 신선한 산도와 풍부한 기포로 오랜 시간 즐거운 여운을 느낄 수 있다.
# 사과와 딸기의 상큼달달한 향이 잔 기포와 함께 밀려옵니다. 기포가 사라지며 통통 튀는 꿀 내음이 인상적이에요. 드라이한가 싶은 순간, 달콤한 파인애플 향도 느껴지면서 달달한 여운이 은근 오래가는데 너무나도 제 취향입니다. 마실수록 매력적인 와인. _김강욱
# 잔잔하게 잔을 타고 올라오는 기포를 즐긴 후, 첫 모금에서 느껴지는 미네랄리티함이 기분 좋고 우아하게 넘어옵니다. 두 번째 모금에서 밝은 톤의 산미가 깔끔하게 느껴지는데, 식전주로 좋고 짭조름한 하몽&멜론이나 해산물과 함께 마시면 좋을 것 같아요. _박민지
6. 까잘 가르시아 비뉴 베르데 스파클링 로제(Casal Garcia Vinho Verde Sparkling Rose) NV
생산 지역. 포르투갈 > 미뉴 > 비뉴 베르데 / 품종. 비냐오, 보라쌀, 아잘 틴토 / 수입처. 올빈와인
‘어린 와인’이라는 뜻을 가진 비뉴 베르데(Vinho Verde)는 포르투갈의 도우로 밸리(Douro Valley)에 위치한 서브 지역 9곳으로 구성된 지역명이자, 숙성 또는 장기 보관하지 않고 빠르게 소비하는 와인 스타일을 의미한다. 아벨레다(Aveleda)는 1870년에 설립되어 6세대에 걸쳐 운영되고 있으며, 16세기 초부터 와인 양조가 이뤄진 기록이 남아 있다. 포르투갈의 토착 품종을 블렌딩한 이 와인은 샤르마(Charmat) 방식으로 생산하여 신선한 과일 풍미에 생동감 있는 탄산을 더했다.
# 상큼한 체리와 딸기 향이 물씬 느껴지고, 잔잔한 달콤함과 씁쓸한 자몽 맛이 마지막에 이어집니다. 달지 않으면서 산미가 좋아서 홀짝홀짝 마시게 되네요. 히비스커스와 같은 붉은 빛에 심지어 스파클링 와인이니, 피크닉 갬성템으로 제격일 듯싶습니다. 여자친구들과 피크닉가서 예쁜 돗자리 깔고 수다 떨면서 즐기고 싶어요. 간단한 소풍 음식이나 달달한 디저트와도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_정슬기
# 딸기와 체리 사탕의 상큼함, 기포도 생각보다 부드러워서 솜사탕을 베어 무는 느낌입니다. 한강공원에 노란색 돗자리를 깔고 따스하게 비치는 햇볕을 안주 삼아 마시고 싶어요. 보사노바 노래를 들으면서 이 와인을 즐기면 기분이 더 업될 것 같아요. _이명하
Tip. 각 와인의 자세한 정보 및 모든 패널들의 리뷰는 AI 기반 주류 검색 서비스 ‘마시자GO 앱’에서 만나볼 수 있다.
[Pickers’ table이란?] 픽커스 테이블은 소비자가 현재 가장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반영한 주제를 선정하여 격주로 진행되는 시음회이다. 각 주제에 맞춰 선정된 와인을 시음한 패널들의 리뷰는 Wine Pick 기사 컨텐츠와 마시자Go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Wine Pick이란?] 와인 픽은 픽커스 테이블에서 소개된 와인을 하나씩 추천하는 서비스로, 마시자Go를 통해 와인 정보와 소비자의 시음평을 확인하고 예약 서비스를 통해 와인을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