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와인과 각종 주류, 관련 기사를 검색하세요.

오월의 단맛, ‘꽃술’

오월의 단맛, ‘꽃술’

임지연 2020년 6월 9일

오월, 부르기에도 아까운 올봄의 끝자락에서 꽃으로 담근 술이 있다. 매년 봄, 가을 두 차례 피는 꽃 ‘계화(桂花)’로 빚은 꽃술이다.

비록 봄의 여왕으로 불리는 오월은 지나갔지만, 길고 아쉬운 늦은 봄과 다가오는 초여름 밤의 설렘을 달래 줄 ‘꽃술’이 있어서 다행이다. 특히 올봄은 ‘코로나19’(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 여파로 꽃놀이다운 구경 한 번 못한 것이 여간 아쉬운 것이 아니지만, 그 오월의 당신을 달달하게 만들어 줄 꽃술이 있어서 소개한다.

’계화주’의 주원료인 계화는 중국 항저우에서 봄, 가을 두 차례 피고 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월, 이때가 계화주의 맛이 절정에 이르는 때다. / 사진 출처 : 웨이보(weibo)

더욱이 언제 끝날지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집콕’ 생활 속에서, 더는 새로울 게 없을 것 같은 긴 밤을 위로해 줄 ‘꽃술’은 중국 요리와 안성맞춤이지만, 한식 대표 안주인 육전, 애호박전, 각종 회, 찜 요리 등 종류를 망라할 것 없이 모두 찰떡궁합을 이룬다. 식사와 술을 별개로 생각하지 않는 애주가들에게 밥과 함께 곁들일 수 있는 부드러운 끝 맛이 인상 깊은 술이기 때문이다.

그뿐 만일까. 늦은 밤 혼술을 가볍게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도 추천이다. 평소 여행을 좋아하는 탓에 365일 중 350일을 해외를 떠도는 처지의 필자 역시 지인들 사이에서는 제법 내로라하는 ‘혼술’ 주당이다. 늦은 밤부터 이른 새벽까지 창밖의 바람 소리, 도로를 달리는 차 소리를 친구 삼아 가벼운 술 한 잔을 즐기는 혼술족에게 ‘꽃술’은 아무것도 신경 쓰고 싶지 않은 날 간단히 마시기에 이만한 것이 없다. 오직 잔에 담긴 술에만 집중하고 싶은 날 제격인 셈이다.

계화주의 주원료인 ‘계화 나무’의 꽃잎들. 중국의 애주가들 사이에서는 종종 이 시기 따서 모은 계화 꽃잎을 활용해 계화주를 직접 담그는 가정을 목격할 수 있다. 제사를 지내는 문화를 가진 가정 중에서는 가족들이 모이는 제사 때마다 직접 담근 계화주를 꺼내 한 잔씩 돌려 마시는 것이 문화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계화주는 달달한 꽃술 이상의 ‘장수’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 사진 출처: 웨이보(weibo)

알코올 도수는 15%로 애주가라면 가히 부담 없는 편에 속한다. 꽃술이라는 이미지상 강한 단맛을 예상할 수 있지만, 끝 맛이 생각보다 더 드라이하고 청량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른다. 과하지 않고 부드러운 기포, 향기로우면서도 드라이한 맛 덕분이다.

특히 계화 나무의 꽃잎으로 빚는 계화주는 여러 해 동안 숙성된 질 좋은 백포도주를 기본으로 하고, 그 위에 계화 꽃잎으로 그 향을 살짝 첨가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로 쑤저우(苏州), 항저우(杭州)에서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 만개하는 계화 꽃잎을 채취, 가장 먼저 꽃봉오리가 터졌을 때를 기준으로 백포도주와 배합해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계화주다. 항저우에서는 시화(市花)가 ‘계화’일 정도로 이 일대에서 만개하는 계화 꽃잎은 중국에서도 꽤 유명한 상품이다.

사진 출처 : 웨이보(weibo)

하지만 계화주는 매년 나오는 상품이 아니다. 2년에 한 차례씩 시장에 대량으로 출하되는데, 신선한 계화 꽃잎으로 담은 술이라는 점에서 1년 내내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아오고 있는 제품이다. 특히 최근에는 ‘집콕’ 애주가들 사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맛과 향을 추가해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계화주에 얼음, 소다수, 레몬 또는 오렌지 한 조각 등을 첨가해 마시는 방식이다.

적당한 크기의 유리잔에 얼음 4조각, 시중에서 판매 중인 계화주, 소다수 적당량 등을 붓고 조이스틱으로 가볍게 섞은 뒤 달콤한 맛의 오렌지 또는 레몬 한 조각을 올려 마시는 방법이다. 또는 여기에 적포도주 한 스푼과 레드 체리 몇 조각을 첨가해도 좋다.

시중에 판매 중인 계화 꽃술. 1병당 15~20위안 내외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 맛볼 수 있다.

중국의 중의법에 따르면 계화주가 식욕부진과 두통, 발열, 가래, 기침, 복통, 폐 질환 등에 탁월한 기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계화 나무의 가지와 씨, 뿌리는 모두 각종 의약재로 활용되고 있는데, 꽃잎으로 주조한 꽃술 역시 맛과 효능 모두를 잡은 탁월한 기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중국 옛 고서 설문해자(说文解字)에는 계화 꽃술에 대해 ‘천 세를 누리고자 마시는 약’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나라 시대 중국에서는 조상의 제사를 지낼 시기에 음용해오던 술로 더 유명하다. 제사를 지낼 시 성인 남자들은 계화주를 음용, 이는 곧 장수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곤 했다.

다양한 술을 구매할 수 있는 중국 마켓의 모습

뿐만 아니라 일정량을 꾸준히 음용할 경우 위통, 입 냄새 등을 치료하고 피부 미용에도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962년 해외 시장에 알려진 ‘계화 꽃술’은 이후 프랑스와 독일, 일본, 타이완, 마카오, 홍콩 등의 지역에서 큰 인기를 얻어오고 있다. 특히 알코올 15도 대비 비교적 높은 당도(14도) 덕분에 여성 애주가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데,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여성행복주’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특히 홍콩과 호주 등의 지역에서는 지난 1983년 이후 약 3만 3,000여 상자가 수출됐으며, 매년 미주 일대로 2,400여 상자가 팔려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가격은 1병당 20위안(약 3,400원, 중국 내 24시간 편의점 가격) 내외. 중국 대형 도시는 물론이고, 중소 도시 어디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대형 전문 주류점에서는 15~17위안 사이의 저렴한 가격에 구매 가능하다.

Tags:
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 1

Leave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