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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의 낭만과 ‘옌징(燕京)’의 추억

포장마차의 낭만과 ‘옌징(燕京)’의 추억

임지연 2017년 7월 31일

퇴근길, 간이 의자와 간이 식탁에 지친 몸을 잠시 쉬어가기에 좋은 포장마차와 옌징 한 잔

지금의 베이징은 한때옌징(燕京)’으로 불리던 때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200여 년 전. 옌징이었던 당시의 이곳은 이제는 베이징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더 유명한 도시가 됐지만, 그때의 추억을 그대로 간직한 이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적당한 이 지역 맥주옌징은 베이징 시민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맥주로 손꼽힌다.

중국 맥주라고 하면 으레칭다오(青岛)’를 떠올리는 이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 옌징. 하지만 중국 현지에서만큼은 칭다오보다는 하얼빈(尔滨), 하얼빈보다는 옌징 맥주가 더 맛이 좋다고 여겨질 정도로 맛에서만큼은 인정받았다.

하얼빈과 칭다오 역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지역을 대표하는 맥주로 꼽히는데, 베이징런(北京人)으로 거주한 지 5년 차인 필자 역시 옌징의 깊은 맛을 알리고 싶은 욕구가 충만하다.

양꼬치 1개에 3위안, 맥주 한 병에 5위안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베이징의 운치를 느낀다.

실제로옌징은 중국 전역에서 판매되는 맥주 브랜드 가운데 판매량 순위 3위를 기록하는 등 현지에서는 유명한 브랜드 중 하나다. 매년 판매량 순위에는 변동이 있지만, 대체로하얼빈’, ‘칭다오’, ‘옌징’, ‘설화 4개의 현지 브랜드 맥주가 1위부터 4위까지 순위를 오르락내리락 반복하고 있다.

그리고 옌징을 포함한 중국 맥주와 함께 베이징 현지의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식당은 다름 아닌 포장마차다. 그 가운데서도 좁고 어두운 골목 한편에 조그마한 불을 켜고 운영하는 작은 식당이 기억에 남는다. 젊은 부부 내외가 꼬치를 굽느라 연신 등을 구부리고 내어오는 양꼬치를 한 입 가득 베어 문 뒤 맥주 한 모금을 크게 넘기는 그때가 바로 옌징의 맛을 최고로 느낄 수 있는 때다. 저절로 엄지손가락을 하늘로 치켜세울만한 이 시원한 맥주는 금요일 저녁 넉넉한 퇴근길에 좋아하는 그와 함께 늦은 저녁으로 마실 때가 제일이다.

시원한 옌징 한 잔과 짭조름한 꼬치구이로부터 받는 삶에 대한 위로는 더할 나위 없이 그야말로행복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동안 베이징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던 포장마차에서의 맥주 한 잔의 회포는 이제 추억 속으로 기억해야 할 지경에 놓여있다. 이는 다름 아닌 베이징 시 당국의 도심 미관 사업 탓이다. 시 정부는 시진핑 정부가 들어선 이래로 지속적인 도심 외관 사업을 진행 중이었는데, 지난해부터는 도심 곳곳에 자리한 포장마차를 해체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래서 저녁 7~8시면 약속이라도 한 듯 한산해진 도로의 차선 하나를 길게 차지하고 들어섰던 영업용 포장마차와 수십 곳의 포장마차에서 만들어내는 고기 굽는 진한 연기의 진풍경이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다.

소 힘줄 위에 짭조름하고 매운 양념을 발라 구운 ‘반진’과 두툼한 살코기가 맛이 좋은 양꼬치

소 힘줄 위에 짭조름하고 매운 양념을 발라 구운 ‘반진’과 두툼한 살코기가 맛이 좋은 양꼬치

아쉬운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베이징의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양꼬치 하나에 불과 1~1.5위안에 맛볼 수 있었던 포장마차가 사라지면서, 시민들은 지친 하루의 회포를 풀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점 내부에 진열된 양꼬치 전문점을 찾아가 더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회포를 풀어야 하게 된 셈이다.

상점에서 파는 양꼬치는 맛과 양이 포장마차의 것과 같거나, 그보다 못할지라도 꼬치 한 자루에 최고 8위안이어서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이 가까이할 수 없는 고급 음식이 되었다는불평불만의 목소리가 우세해지고 있다.

하지만 불행 중의 행운일까. 필자가 거주하는 올림픽 공원 인근에는 오래전의 감성을 그대로 간직한 양꼬치 포장마차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꼬치 하나에 3위안( 5백 원). 값과 맛이 이 일대 시민들의 발길을 사로잡을 만한 이곳은 한낮에는 굳게 문을 닫았다가 저녁 8시 이후가 되면 영업을 시작한다.

커다란 건물과 건물 사이의 공간에 버려진 처마를 덧대어 만들어 낸 비좁은 공간에서 숯불로 구워낸 고기가 맥주 박스와 낚시 의자 몇 개로 만든 간이 식탁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손님 상으로 내어져 나온다. 손님이 없을 때는 간이 의자와 식탁이 가게 한쪽에 접혀 있어서 포장마차의 존재를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 그러나사장님 여기 두 명이요라는 말이 들리는 순간 작지만 왠지 단단한 체구의 사장님이 간이 식탁과 의자를 척척 펴주는 모습에서 긴 세월 동안 그곳에 있었을 포장마차의 세월을 느낄 수 있다.

매일 밤 잊지 않고 이곳을 들리는 손님의 대부분은 베이징 도심에 있는 곳으로 출근을 했다가 집값이 비교적 저렴한 이 일대에 머무는 20~30대의 젊지만 지친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남들보다 조금 이른 아침을 시작해서 더 늦은 퇴근을 반복해야하는 삶을 반복하고 있다.

이곳에 포장마차가 자리를 지켜온 것도 힘든 저녁을 맞는 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위로가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주문 TIP.

가격: 옌징 1 5위안( 9 ), 하얼빈, 칭다오 1 6위안( 1 )

양꼬치 1 3위안( 5 )

날개 구이 꼬치 1 7위안( 1300)

힘줄 구이 1 3위안( 5 )

:★★★★☆

분위기:★★★★☆

역사: 지난 2010년부터 8년째 영업

찾아가는 방법: 베이징 지하철 15호선 베이샤탄(北沙) D 출구 도보 10.

Tags:
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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