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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가격에 대한 ‘진실과 거짓’, 왜 이렇게 비싼가요?

와인 가격에 대한 ‘진실과 거짓’, 왜 이렇게 비싼가요?

임지연 2020년 12월 2일

와인의 대중화 시대가 열리면서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미국과 중국의 여느 마트에서 쉽게 다채로운 맛의 와인을 구매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과거 일부 상류층만 향유할 수 있었던 고급 와인의 시대를 넘어 그야말로 와인의 대중화, 보급화가 인류 역사상 가장 ‘잘’ 이뤄진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고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미국 하와이 주를 대표하는 ABC STORE에서는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공수된 세계 각국의 와인을 쉽게 구매해 맛볼 수 있을 정도다. 중국에서도 이 같은 형편은 다르지 않다. 작은 골목 골목마다 자리 잡은 소형 편의점은 물론, 주류 전문 취급 매장에서 젊은 층의 와인 마니아를 겨냥한 다양한 와인 상품이 진열대를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된 지 오래다.

하와이를 대표하는 편의점 ABC STORE가 환한 불을 켠 채 영업 중이다.

이런 와인 대중화에 가장 앞장선 것 중 하나가 바로 와인 가격의 하향화를 꼽을 수 있다. 저렴한 제품 중에는 1병당 우리 돈 1만 원대에 구매가 가능한 상품이 지금도 전 세계 마트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즈음 되니 소비자들은 값싼 와인과 고가의 최고급 와인의 가격 격차만큼, 그 품질과 맛에도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졌을 것이 당연하다. 특히 이제 막 와인에 입문한 초보 ‘와인 러버’들은 더욱 그렇다. 더 비싼 와인이 정말로 더 맛있는 걸까? 이런 궁금증은 와인의 대중화가 가속화될수록 더욱 늘어날 것이다.

오늘도 마트 진열장을 가득 채운 와인병들 사이를 지나가면서 그 진실에 대해 궁금해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 반드시 올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 값이 더 비싼 와인은 그 값어치만큼 저렴한 것과 비교해 맛과 향에서 큰 차이가 있을까”라고.

ABC STORE에서 전 세계에서 공수된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보다 정확한 답변을 하기 위해서는 시중에 유통되는 와인 한 병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에 대해서 알아봐야 할 것이다.

와인의 주원료가 되는 포도의 종류와 와인 한 병에 담긴 포도의 실제 비용을 살펴보기 위해 최근 미국 농무부(USDA)는 ‘캘리포니아 그레이프 크러쉬 리포트’(Califonia grape crush report)를 조사, 몇 가지 중요한 데이터를 집계해 공개했다.

이들 조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대중적인 와인 1병당 주원료인 포도의 가격으로만 약 5달러가량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품종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평균 수준의 포도를 재배하여 와인을 제조할 경우 한 병당 5달러 내외의 금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의 경우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프리미엄 와인 생산지인 캘리포니아의 나파 밸리(Napa Valley)에서 생산된 나파 카베르네 소비뇽(Napa Cabernet Sauvignon)은 이보다 더 비싼데, 한 병당 12.34달러 수준의 주원료(포도) 비용이 든다. 반면 저가의 포도 생산지로 알려진 인랜드 밸리즈(Inland Valleys.)에서 공수되어 제조된 저가 와인은 한 병당 49센트 수준의 포도 분량으로도 와인 한 병을 충분히 제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 상세히 살펴보면, 레드 와인의 왕관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포도 품종으로 가장 인기가 있고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널리 재배되는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의 경우, 가장 질 좋은 최상급 포도를 사용했을 시 와인 한 병당 포도 원재료 가격만 4달러 48센트 내외가 소요된다. 반면 같은 카베르네 소비뇽이라도 저가의 상품을 공수해 사용한다면, 그 가격은 1병당 1달러 29센트 내외로 크게 떨어진다.

또, 가격이 저렴하고 마시기 쉽다는 점에서 최근 들어 인기를 얻고 있는 메를로(Merlot) 역시 가장 최상급 상품을 사용할 시에는 와인 한 병당 2달러 61센트, 저가 상품 사용 시 1달러 27센트로 주원료 가격을 낮출 수 있다. 보르도 와인을 대표하는 레드 와인의 주요한 포도 품종 메를로는 부드럽고 과일 향이 풍부한 것이 특징인데, 카베르네 소비뇽보다 블렌딩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역시 최상급 상품 사용 시 5달러 16센트, 저가 상품 이용 시 1달러 74센트가 필요하다. 같은 종의 포도를 사용할 시에도 그 상품이 최상급인지 또는 저가의 상품인지 여부에 따라 그 가격 차이가 천정부지인 셈이다.

이는 고급 레드 와인용 포도품종인 피노 누아(Pinot Noir) 경우에도 같다. 최상급 포도 사용 시 와인 한 병당 포도 원료 가격이 4달러 7센트, 저가 상품 공수 시 1달러 64센트에 불과하다. 또, 말벡(Malbec) 경우에도 최상품의 경우 3달러 84센트, 저가 상품은 단돈 1달러 65센트면 제조가 가능하다.

이 외에도 이탈리아에서 전해진 품종이지만 지금은 캘리포니아가 원산지가 된 진판델(Zinfandel)의 최상급 상품 사용은 3달러 2센트, 저가 상품 사용 시 1달러 34센트다. 또,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청포도 품종의 샤도네이Chardonnay)는 최고 2달러 57세트, 최저 1달러 41센트, 샤도네이와 더불어 화이트 와인을 대표하는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의 최고 가격은 1병당 2달러 28센트, 저가의 경우 1달러 71센트다. 스파클링 와인의 경우 최고 3달러 32센트, 최저 1달러 52센트 수준이다.

미국 현지에서 유통되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와인들. 그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다.

물론 와인 한 병을 제조하는데 비단 포도 한 가지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와인 제조 시 반드시 필요한 오크통(oak)의 경우 미국에서 생산되고 유통되는 제품은 한 통당 600달러 수준인 반면, 유럽산 참나무로 만든 것은 1통당 1,200달러를 호가한다. 오크통은 그 종류와 품질, 생산지역에 따라 600~2,400달러에 판매된다. 이 뜻은 와인 한 병을 제조할 시 최소 2달러 내외의 오크통 사용 비용이 소요된다는 의미다. 단, 더 저렴한 저가의 오크통을 선택할 경우 그 비용과 제조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선택지는 충분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와인 가격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 중에는 마트에 진열되기 이전, 최종적으로 담는 유리병의 가격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저가 와인을 담는 유리병은 1개당 15센트 내외다. 반면 고가의 와인의 경우 1병당 2달러 내외의 비용이 든다. 코르크 마개 역시 가격이 상이한데, 저가의 스토퍼는 10센트 남짓이 일반적이다. 반면 고가의 스토퍼는 1개당 최소 1달러 85센트 내외가 소요된다. 한 병당 저가와 고가 와인이 담기는 와인병과 스토퍼에서만 저가 와인은 평균 40센트, 고가 와인은 5달러 85센트 내외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그렇다면 화려하게 와인병을 뒤덮고 있는 포장지의 가격은 와인 판매가격 중 얼마나 차지하고 있을지 자연스레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물론 최근 들어 포장지의 외면보다는 내부에 들어 있는 와인의 질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쏟는 이들이 늘어났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중요한 지인에게 전달할 선물용 와인의 경우에는 포장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메를로 포도와 미국에서 생산된 저렴한 오크통을 이용해 제조한 와인을 저가의 포장지로 포장한 뒤 마트 매장 진열대에 채울 경우, 사실상 와인 한 병에 드는 최종적인 비용은 5달러 내외에 불과하다는 셈이 나온다.

하지만 만약의 경우 카베르네 프랑 포도를 사용한 와인을 만든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카베르네 프랑 포도를 프랑스에서 공수된 고급스러운 고가의 오크통에서 와인을 제조, 숙성한 뒤 또다시 비싼 포장지를 이용해 와인병을 포장하면 가격은 크게 뛴다. 고가의 와인 포장지는 주로 두세 차례에 걸쳐서 두껍고 화려하게 포장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렇게 외면을 휘황찬란하게 가꾼 와인 한 병의 최종 제조 가격은 16달러 내외에 달한다. 놀라운 것은 이 가격은 오직 제조 과정에 소요된 비용일 뿐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권장소비자가격은 아니라는 점이다. 판매자와 유통 업체들은 주로 이 같은 고급 와인에 수 배의 기대 가격을 더 해서 시중에 유통한다.

하지만, 이런 긴 과정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와인의 경우 저렴한 것이 더 좋고, 비싼 것이 더 나쁜 것이라고 쉽게 치부할 수는 없는 노릇일 것이다. 모든 이들에게는 자신만의 취향이 있으니, 오로지 와인을 선택하는 각 개인의 취향이 어떤 방향으로 욕망하고 있는지, 그것은 오로지 와인을 선택하는 그 자신만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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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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