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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 시드라, 시드르 (2)

사이다, 시드라, 시드르 (2)

Eva Moon 2019년 11월 27일

사이다, 시드라, 시드르 (2) – 스페인 바스크의 사과주와 양조장

프랑스, 그리고 다른 스페인 지역과도 다른 바스크의 사과주
중세 시대, 프랑스 부르주아 패밀리의 자산 목록에는 사과나무가 포함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11세기부터 프랑스와 스페인을 오가는 순례자들은 수많은 사과나무 사이를 걸었고, 이 지역 사람들이 사과주를 즐겨 마셨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 지역의 사과 수확량은 19세기에 들어 그 양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로컬 마켓에서 판매되어 과일로 소비하는 사과는 해안을 따라서 재배되고 사과주를 양조하기 위한 사과는 내륙으로 구획이 정리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배럴에서 바로 받아 맛보는 바스크 사과주

바스크의 사과주를 만들기 위한 사과는 대개 산도가 매우 높으며, 이는 노르망디나 스페인의 아스투리아스 지역과도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바스크 사과주에 쓰이는 가장 대표적인 품종은 Extika 그리고 Mamula이며, 쓴맛보다는 타닌이 느껴지는 맛입니다. Anisa라는 품종도 쓰이는데, 앞서 소개한 두 개의 품종과 달리 생과로 먹어도 부담이 없을 정도로 맛과 향이 좋을 뿐만 아니라, 당도도 있어 향료나 젤리를 만드는 데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 밖에도 헬륨 사과의 종류에 속하는 Peatxa, Amuna, Douloumia, Ondomotxa, Gordin Xuria, Eri Sagarra 등이 양조에 쓰입니다.

첫 사과 수확은 사과의 품종에 따라 9월 말에서 10월 중순에 먼저 진행되고, 가장 늦은 수확은 10월 말에서 11월 중순에 이뤄집니다. 사과주를 만들기 위해 사과를 선별, 세척 후 압착해 주스를 만들고, 그다음 여과를 거쳐 양조를 위한 사과 주스를 농축하기에 좋은 조건을 만듭니다. 3개월에서 5개월에 걸쳐 최대한 천천히 발효하는데, 이는 사과의 아로마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바스크 지역의 사과주는 기포가 없거나 아주 미세한 기포가 있어 육안으로도 다른 지역의 사과주와 구별이 가능합니다. 당도는 드라이하거나 세미 드라이한 타입에 페일 옐로우에서 골드 컬러까지 다양한 컬러, 그리고 약간의 타닌이 코에서 느껴지고 입에서는 꽤 높은 산도가 느껴집니다. 알코올 도수는 5도에서 11도까지 매우 다양한 편입니다.

사과주를 받는 장면

겨울을 끝내고 봄을 여는 바스크 사과주의 계절
매년 1월, 스페인 북부의 바스크 지역에서는 사과주 시즌이 시작됩니다. 사가르도아(Sagardoa)는 바스크 언어로 사과주를 뜻하고, 바스크지역에서는 연간 1300만 리터의 사가르도아를 생산해 바스크 지역에서 대부분 소비합니다. 이 지역의 사과주 하우스에서는 특정 기간 긴 대형의 테이블에 여러 사람들이 어깨를 마주하며 앉아 염장 대구 오믈렛, 립아이 스테이크 등 풍성하게 차려지는 음식을 즐깁니다. 그러다 초크(Txotx)라는 외침이 있을 때면, 사과주 배럴로 달려가 배럴에서 최대한 멀리 그리고 컵을 낮게 내려 사과주를 멀리서 받는 솜씨를 뽐냅니다.

1월에서 4월까지 항상 붐비는 바스크의 양조장

스페인에서 사과주는 약 800여 년 가까이 바스크와 아스투리아, 그리고 나바라 지역에서 양조하고 즐겨왔습니다. 하지만 셀러 안에서 사과주와 음식을 즐기는 전통은 약 40년 전 바스크의 대표적인 한 양조장에서 시작되었고, 매년 1월부터 4월까지 이 지역 약 80여 개의 양조장들은 800,000여 명의 손님을 받느라 연중 가장 바쁘고 붐비는 시기를 보냅니다. 무료는 아니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사과주 양조장들이 사과주와 푸짐한 바스크 전통 음식을 무한정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양조장에서 제공하는 음식 1 – 튀긴 대구와 고추

바스크 사과주 양조장에서 제공되는 음식
양조장은 자신만의 사과주를 만들고, 조금씩 떨어져 있지만 이 안에서 제공하는 메뉴는 거의 동일합니다. 염장 대구 오믈렛, 튀긴 대구와 구운 고추, 직화에 구운 티본 스테이크를 순서대로 내고, 디저트로는 모과 젤리를 곁들인 양젖 치즈와 호두를 푸짐하게 냅니다. 몇 시간에 걸쳐 음식을 즐기고 망치로 호두를 깨서 그 대미를 장식하기까지, 입장할 때는 모르는 사이였던 한 테이블에 앉은 이들과 건배하며 친구가 되어 나가는 파티 같은 흥겨운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양조장에서 제공하는 음식 2 – 디저트 후 테이블

초크Txotx
바스크의 사과주 배럴을 뜻하는 단어로, 양조장에서의 만찬을 즐기는 사람들이 달려 나와 사과주를 받아 가도록 외치는 말이자, 건배를 위한 말이기도 합니다. 초크가 뜻하는 모든 과정이 사과주를 바스크에서 가장 맛있게 즐기기 위한 하나의 의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곳의 사과주에는 탄산이 없기 때문에 배럴에서 길게 쏘듯 떨어지도록 입구를 열면 컵에 사과주가 도착해 공기와 컵의 마찰로 사과주에 기포가 생기고 더 산뜻 복잡 미묘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산 세바스티안

양조장 방문과 미식 여행을 위한 도시, 산 세바스티안
2018년 작고한 유명 미국인 셰프이자 작가, 티브이쇼 진행자 앤서니 보르덴(Anthony Bourdain)과 몇몇 미식계 인물들의 애정과 적극적인 홍보에 의하여 산 세바스티안은 널리 알려졌습니다.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미식의 도시이자 유명 관광지가 된, 산 세바스티안은 서서 즐기는 한 입 거리 음식, 핀초스는 물론 근교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육해공의 풍부한 식재료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을 충분히 기쁘게 할 만한 도시입니다. 지방의 작은 도시답지 않게 세련되고 잘 정돈된 도시의 풍경과 교통편을 갖춰, 양조장으로의 이동은 물론 산 세바스티안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과주 양조장 Petritegi

바스크 양조장 방문에 참고할 정보
1. 오픈 시기: 전통적인 사과주 양조장은 일반인에게 매년 1월 초에서 4월 말까지 개방됩니다. 그 중 Petritegi라는 Astigarraga에 위치한 양조장은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연중 내내 꽤 좋은 품질의 사과주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니, 앞에서 언급한 시기에 상관없이 방문할 수 있는 곳입니다. 유럽의 여느 레스토랑이나 바와 같이, 일요일에 문을 닫는 곳이 많으니 영업시간을 꼭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2. 교통: 대부분의 사과주 하우스들은 산 세바스티안에서 차로 이동 시 약 30분 이내에 위치합니다. 산 세바스티안 시내에서는 운행 시간을 주의 깊게 확인해야겠지만 버스나 택시로도 쉽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혹은 스페인 내 다른 근교의 도시에서 방문을 원한다면 차량을 대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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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 Moon

파리 거주 Wine & Food Curator 음식과 술을 통해 세계를 여행하고, 한국과 프랑스에 멋진 음식과 술, 그리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합니다. / oli@winevisi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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