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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헤치고 싶은 낯선 국가의 와인 7

조지아, 그리스, 슬로베니아 등 낯선 국가 와인의 출시 소식은 언제나 반갑다. 새롭고 다양함에 목마른 와인 애호가들의 마음도 이와 같으리라. 해외 박람회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국가들의 와인이 최근 국내의 시음회나 전시회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한국 시장으로의 진입을 원하는 생산자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국의 소비자들은 새로운 것을 탐험하는 것에 주저함 없이 즐기는 성숙한 와인 문화를 보여준다고 한다.

이번 픽커스 테이블은 낯선 국가의 와인을 정복하고자 꿈꾸는, 겁 없는 탐험가들과 함께했다. 모든 정보가 배제된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1차 시음한 후 가졌던 토론 시간, 불가능해 보였던 국가와 품종을 유추하는 패널들을 보며 와인 공부를 열심히 하고자 각오를 다지는 반성의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와인의 정보를 모두 공개하고 2차 평가를 하면서,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훌륭한 와인 생산국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공유했다.

이번에 준비된 7종의 와인은 그리스,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조지아, 몰도바, 불가리아, 우루과이에서 생산되었다.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와인은 향기로우면서 상큼함이 돋보였던 그리스의 ‘가이야, 모노 그래프(Gaia, Mono Graph) 2018’이었으나, 여느 때보다 우열을 가리기가 너무나 힘들었다는 피드백이 많았던 만큼 모든 와인들이 고르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늘 새로움에 목마른 자, 여기로 오라!

1. GREECE
그리스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국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고대 인류 문명의 한 축을 이룩한 그리스, 정확한 시기를 확인할 수는 없으나 대체로 BC 6~7세기경에 와인 생산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오랫동안 탄탄한 내수 시장에 의존하던 그리스는 최근 불안정한 경제 상황을 타파하고자 수출 시장에 집중하며 새로운 비상을 위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모스코필레로(Moschofilero)는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는 화이트 품종으로, 포도 껍질이 보라에 가까운 붉은 빛을 띠고 있다. 라임, 자몽 등의 시트러스 향과 장미 꽃잎, 오렌지꽃, 바이올릿 등의 꽃 향을 지니며, 비교적 낮은 알코올과 기분 좋은 산도를 느낄 수 있는 와인으로 탄생한다.

추천 와인: 가이야, 모노 그래프(Gaia, Mono Graph) 2018
생산 지역. 그리스 > 펠로폰네소스 > 네메아 / 품종. 모스코필레오 / 수입처. 국순당
[전현준 / 소비뇽 블랑에서 시작해서 샤르도네로 마무리!] 적절한 산도와 청량함, 그리고 가벼운 듯하면서도 약간의 바디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 모든 요소들이 너무나 밸런스 좋게 느껴지네요. 개인적으로 화이트 와인 중에서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을 좋아하는데, 이 와인의 첫 느낌에서 소비뇽 블랑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끝 맛은 샤르도네 와인의 특징을 보여주네요. 은근 묵직해서 닭고기 샐러드 등 음식과 함께 마시면 좋을 듯합니다.

2. AUSTRIA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못지않게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에 있어 오랜 역사를 가진 오스트리아는 1990년대 중반까지 대외적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전 세계 와인 생산량의 1%를 차지하는 오스트리아는 생산된 와인의 대부분을 내수 시장에서 소비하기에, 수출되는 와인량은 매우 적다. 전체 생산량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화이트 와인,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품종으로 꼽히는 것이 그뤼너 벨트리너(Gruner Veltliner)다. 숙성하지 않고 신선하게 즐기는 스타일부터 장기 숙성이 가능할 정도로 탄탄하고 묵직한 스타일까지 다양하게 생산된다. 그뤼너 벨트리너에서는 그린 페퍼, 라임, 레몬, 자몽 등의 과실 풍미와 함께, 아스파라거스와 같은 그린 노트, 백후추, 그리고 미네랄 풍미를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추천 와인: 후버 그뤼너 벨트리너 테라쎈(Huber Gruner Veltliner Trrassen) 2018
생산 지역. 오스트리아 > 니더외스터라이히 > 트라이젠탈 / 품종. 그뤼너 벨트리너 / 수입처. 엘비와인
[신나라 / 마지막까지 다채로운 매력 발산] 첫 모금부터 인상적인데, 탄산이 있나 싶을 정도로 자극적인 촉각이 먼저 느껴져요. 산미는 적당하고 상대적으로 과실 향이 매우 풍성해요. 향긋하면서도 크리스피한 느낌이 제각각의 매력을 뽐내는 듯 재미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치고 올라오는 산미가 이 와인의 숨어있던 본모습이 아닐까 싶어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두고두고 맛보고 싶은 와인입니다.

3. SLOVENIA
최근 오렌지 와인의 발상지로 알려지며 슬로베니아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동유럽의 숨은 보석이라 불리는 슬로베니아는 BC 4~5세기부터 와인의 역사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쟁과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 등으로 인해 와인 산업은 쇠퇴하였고, 2000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산업이 안정화되고 정상적으로 회복되었다. 이탈리아 프리울리 지역과 슬로베니아 고리즈카 브르다 지역에서 널리 재배되는 소비뇽 베르트(Sauvignon Vert)는 소비뇨나쎄(Sauvignonasse) 또는 토카이 프리울라노(Tocai Friulano)로도 불렸다. 슬로베니아에서는 라반(Ravan)으로 불리며, 깊은 노란빛을 띠고 플로랄 아로마와 섬세한 과일 풍미를 보여주는 풀바디 와인으로 생산된다.

추천 와인: 카바이 라반(Kabaj Ravan) 2014
생산 지역. 슬로베니아 > 고리즈카 브르다 / 품종. 라반(소비뇽 베르트) / 수입처. 신세계엘앤비
[어수진 / 낯선 국가 + 낯선 스타일] 화이트 와인치고는 골드에 가까운 진한 색이기에 무슨 향과 맛이 날까 궁금했어요. 맛과 향에서도 색에 부합하는 특징을 보여주네요. 무르익은 과실의 향도 나지만, 그보다는 견과류 느낌의 산화 풍미가 돋보여 복합성을 부여해주네요. 맛을 보면 드라이하면서 산도가 높게 느껴지는데, 피노 셰리와 유사해서 신기했습니다. 슬로베니아에서 생산한 오렌지 와인이라니, 제대로 낯선 와인입니다.

4. GEORGIA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경계에 위치한 조지아는 무려 8천 년에 이르는 와인 역사를 가진 와인의 본고장으로, 아직도 바닥이 뾰족하게 생긴 큰 도자기 항아리, 크베브리(Qvevri)를 이용한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곳들이 많다. 전반적으로 너무 덥지 않은 여름과 온화한 겨울로 포도 재배에 매우 이상적인 기후를 가지고 있으며, 작은 나라임에도 지역마다 매우 다양한 기후를 가지고 있어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이 생산된다. 또한 조지아는 500종이 넘는 많은 토착 품종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 포도 품종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가장 대표적인 적포도 품종으로 조지아 와인의 왕이라 불리는 사페라비(Saperavi)는 강렬한 색과 톡 쏘는 산도를 느낄 수 있으며, 산뜻한 붉은 과실이 부드러운 타닌과 만나 편하게 즐기기 좋은 와인으로 생산된다.

추천 와인: 이베리아 사페라비(Iveria Saperavi) NV
생산 지역. 조지아 > 카헤티 / 품종. 사페라비 / 수입처. 러스코
[김종학 / 결코 낯설지 않은 친숙함] 검붉은 과실의 풍미가 신선하게 퍼지고, 내추럴 와인에서 맡아봄 직한 쿰쿰함이 살짝 느껴짐과 동시에, 다양한 오크의 뉘앙스가 너무 강렬하지 않고 조화롭게 펼쳐집니다. 특히 감초와 같은 스위트 스파이스가 기분 좋게 느껴지고, 향을 계속 맡을수록 달콤한 과실 풍미가 올라와서 좋네요. 입에서는 향을 맡았을 때보다 더 가볍게 느껴지고 상큼함이 강해서 음식과 매칭하기에 좋을 듯합니다. 조지아 와인은 처음 접해보는데, 전혀 부담스럽거나 낯설지 않아요.

5. MOLDOVA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사이에 위치한 동유럽의 작은 국가, 몰도바는 5000년 전부터 와인을 생산한 역사 깊은 와인 생산국이다. 하지만 주변 국가로부터 끊임없는 시련을 받아야 했던 몰도바는 1991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완전한 독립국가가 되었다. 소비에트 붕괴 이후에도 몰도바 와인의 가장 중요한 시장이었던 러시아가 2006년 몰도바 와인에 대한 전면수입금지조치를 취하면서, 몰도바는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했다. 이에, 그동안 러시아 시장을 위해 스위트 와인 또는 세미 스위트 와인을 지향했던 와인 스타일 대신, 드라이하고 퀄러티 높은 스타일을 추구하게 되었다. Feteaska Alba, Feteaska Regala, Rara Neagra 등 흥미로운 토착 품종도 있으나, 현재 양적인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나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시라 등 국제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 우세하다.

추천 와인: 까스텔 미미, 클래식 메를로(Castel MiMi, Classic Merlot) 2015
생산 지역. 몰도바 / 품종. 메를로 / 수입처. WS통상
[남진경 /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와인] 검은 과실 뒤에 후광으로 비치는 바닐라 향이 은은하게 올라와요. 향을 즐기고 입에 한 모금 머금으면, 부드러운 자두와 붉은 과실의 달콤함이 살짝 느껴지면서 삼나무, 허브, 바닐라 등의 풍미가 겹겹이 쌓여 기분을 좋아지게 해주네요. 쉽게 접할 수 있는 국가들의 와인들만 마시다 보면 고정관념이 생기기 마련인데, 익숙하지 않은 국가에서도 국제 품종으로 이렇게 훌륭한 와인이 생산되는 것을 경험해볼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

6. BULGARIA
불가리아 와인의 역사는 5000년 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와인의 신 ‘디오니소스’가 유래된 트라키아(오늘날의 불가리아, 터키, 그리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라키아인들은 종교의식에서 와인을 사용하며, 신과의 소통을 위해 와인에 취하고자 했다. 1400년의 불가리아 역사 중 500여 년을 오스만튀르크 비잔틴의 지배를 받았으며, 1908년 독립 후에도 사회주의 국가로 머물며 제한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1989년, 공산주의 정권이 폐지되며 국가의 전매 사업에서 벗어나 포도밭 사유화가 공식화되면서 와인 산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불가리아의 토착 품종 Mavrud, Rubin, Gamza 등으로 아주 좋은 품질의 와인이 만들어지는 한편,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소비뇽 블랑 등 국제 품종이 전체 포도 생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훌륭한 와인으로 생산된다.

추천 와인: 샤또 부르고존 콜렉션 퀴베 필립(Chateau Burgozone Collection Cuvee Philippe) 2015
생산 지역. 불가리아 > 다뉴비안 플레인 / 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 / 수입처. 비탈와인
[이정구 / 불가리아에서 보르도를 느끼다] 라임스톤, 파라진, 잘 익은 검은 과실과 함께 바닐라, 시가 박스 등의 오크 뉘앙스, 버섯, 향신료 등의 복합적인 풍미가 긴 여운을 남기고, 향의 강도보다 맛이 더 강렬합니다. 탄탄한 구조감과 잘 익은 과실에 얼시한 향이 잘 입혀진 와인이라 생각해요. 비록 국가는 낯설지만 맛은 그렇지 않은데요. 보르도 좌안의 와인이 연상되고, 전통적인 붉은 육류와 잘 어울릴 듯합니다.

7. URUGUAY
우루과이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사이에 위치한 남미의 작은 나라이지만, 1인당 연간 와인 소비량이 약 30리터에 달하는 성숙한 와인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우루과이 인구의 80%가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에서 온 이민자인 만큼, 그들이 가져온 다양한 포도 품종으로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특히 프랑스 바스크 지방의 이민자가 가져온 타나(Tannat) 품종은 전체 포도밭 중 약 20%를 차지하며, 우루과이 대표 품종으로 자리 잡았다. 우루과이의 따뜻한 기후에 영향을 받아, 짙은 색과 부드러운 질감을 보여주며 블랙 과실, 바닐라, 다크 초콜릿, 스모크한 풍미와 함께 탄탄한 타닌과 높은 산도를 느낄 수 있다.

추천 와인: 돈 파스칼 타나(Don Pascual Tannat Crianza Roble) 2015
생산 지역. 우루과이 > 몬테비데오 / 품종. 타나 / 수입처. 올빈와인
[이재훈 / 남미에서 온 강렬한 와인] 우루과이라는 정말 낯설디낯선 국가에서 생산된 이 와인은 검붉은 과실과 오크에서 오는 삼나무 향이 은은하게 피어오릅니다. 이 풍미들은 입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지는데요. 블랙베리류의 과실과 함께 초콜릿과 바닐라 뉘앙스가 밸런스 좋게 나타나네요. 자꾸만 잔에 손이 가는 와인이에요. 의심의 여지 없이 육류와 환상적으로 잘 어울릴 거로 생각되는데, 삼겹살이나 기름기 많은 등심과 찰떡궁합일 듯합니다.

Tip. 각 와인의 자세한 정보 및 모든 패널들의 리뷰는 AI 기반 주류 검색 서비스, 마시자GO 앱과 매일 하나의 와인을 추천하는 Wine Pick에서 만나볼 수 있다.

[Pickers’ table이란?] 픽커스 테이블은 소비자가 현재 가장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반영한 주제를 선정하여 격주로 진행되는 시음회이다. 각 주제에 맞춰 선정된 와인을 시음한 패널들의 리뷰는 Wine Pick 기사 컨텐츠와 마시자Go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Wine Pick이란?] 와인 픽은 픽커스 테이블에서 소개된 와인을 하나씩 추천하는 서비스로, 마시자Go를 통해 와인 정보와 소비자의 시음평을 확인하고 예약 서비스를 통해 와인을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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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ystal Kwon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갈망하고, 행복한 오늘 만을 위해 살아갑니다. / crystal@winevisi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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