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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24시간 음식점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최근 들어 익숙한 곳에서 낯선 모습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점차 사라지는 화려한 네온사인들. 요즘 들어 간판 속 이름만 유지한 채 일찍이 하루를 마감하는 ‘24시 음식점’이 늘어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늦은 밤 허기를 달랠 수 있던 곳, 누군가에게는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던 곳, 또 누군가에게는 가로등 같은 존재였던 24시 음식점들은 왜 사라지고 있는 걸까?

24시간 운영하는 음식점들이 자취를 감추게 된 이유는 크게 네 가지이다.

1. 사회적 거리 두기
2022년 4월 18일.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전면 해제됐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행한 지 2년 1개월 만이다. 그동안 영업 제한으로 밤늦게까지 열지 못했던 식당들도 이젠 눈치 보지 않고 가게를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2년이란 시간은 우리를 학습시키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새벽까지 달리던 회식은커녕 친구들과의 술 한잔도 이미 어색해질 대로 어색해진 순간의 영업 제한 해제는 소비자에게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2023년 3월 3일에 공개된 티맵 트렌드 다이어리를 보면 2021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의 대리기사 호출 시간대에서 오후 9시의 수치가 압도적으로 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영업 제한은 해제됐지만, 사람들의 이른 귀가 본능은 유지된 셈이다.

2. 택시비
이른 귀가 본능에 불을 지핀 건 택시비 인상도 한몫했다. 지난 2022년 12월 1일, 서울시는 택시 승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오전 0시에서 4시까지였던 심야할증 시간대를 2시간 더 늘린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로 변경했다. 여기에 더해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의 할증률을 40%까지 올리기도 했다. 곧이어 올해 2월에는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인상했으며 기본 주행거리는 2.0km에서 1.6km로 축소했다.

부담스러운 택시비를 피하기 위해서는 택시를 안 타는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회식 문화, 술자리 문화는 자연스레 1차만 하고 끝내기, 막차는 놓치지 않기의 기조로 흐르게 됐다. 이는 다른 의미로 야간 손님이 사라졌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여러 인터뷰 기사를 보면 택시비 인상 1주일 만에 전주 대비 매출이 20~30% 하락했다는 내용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3. 인건비
24시 영업이 사라지는 이유 세 번째는 인건비다. 올해 최저시급은 9,620원으로 작년 대비 5% 상승한 수치다. 코로나가 터졌던 2020년에 비하면 약 12%가 올랐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인상률이 가장 높으며 선진국이라 불리는 G5 국가들의 평균 인상률보다는 4배가량 높은 편이다. 여기에 더해 주휴수당을 포함한 최저임금일 경우엔 OECD 중에서도 가장 높은 최저임금을 차지하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월급을 줘야 하는 대표님들 입장에서는 선뜻 직원을 고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혼자서 24시간을 채울 수도 없으니, 이런 것을 진퇴양난이라 하는 것인가 싶다.

직원을 채용할 때 많이 언급되는 것이 ‘4배수의 법칙’이다. 사람 한 명을 채용할 때 그 사람의 연봉보다 4배는 더 많은 매출을 낼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월급을 줄 수 있을 정도로만 더 팔면 되는 거 아닌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직원은 무에서 유로 매출을 창출하지 않는다. 물건을 판 만큼 지출할 원자재비도 늘어난다. 또한 직원 채용의 목표는 본전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이 4배 이상의 매출을 낼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4. 원자재 가격
오르지 않은 걸 찾기가 더 쉬운 요즘이다. 비용이 상승한 품목 중에는 가게 운영에 중요한 전기와 가스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올해 1월 전기요금과 가스비는 작년 1월 대비 각각 30%, 36% 상승했다. 아직 코로나 이전으로 완벽하게 회복도 못 했는데 숨만 쉬어도 돈이 더 나가게 된 현재 상황은 자영업자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식자재 가격까지 상승하여 24시간 영업은 고사하고 24시간 음식점이 아니었던 곳들에서도 영업시간을 줄이는 추세다.

사라지는 24시간 음식점을 보고 누군가는 ‘밤거리도 깔끔해지고 좋잖아’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24시간 음식점이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출퇴근 거리가 먼 사람들에게는 밥시간을 챙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생계의 기반이 된다. 우리가 단순한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여 상생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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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음식과 술에 대해 글을 쓰고 말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전통주 큐레이터'이자 팟캐스트 '어차피, 음식 이야기' 진행자, 이재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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