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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을 걷다 : 책의 향기, ‘中国现代文学馆’

베이징을 걷다 : 책의 향기, ‘中国现代文学馆’

임지연 2016년 8월 11일

산이 좋다는 이유 하나로 ‘국립공원관리공단’에 입사하고 싶다던 지인이 있었습니다. 이름 모를 풀벌레를 좋아하는 그는 하릴없는 주말이면 중고 카메라 한 대를 들고 지방의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을 여행하기 좋아하던 그였죠.

서울로 돌아올 때면 종종 차마 꺾지 못한 들꽃, 잎사귀들을 사진으로 담아와 소중한 보물을 펼쳐 놓듯 친한 지인들에게 풀어놓던 그의 여린 감성이 수년이 흐른 지금에도 자주 기억나곤 합니다.

아마도 도시에 살면서도 도시보다 산을 좋아했던 여린 그의 감성이 필자와 매우 닮았기 때문이라 짐작해봅니다.

그와 알고 지낸 이들이라면 그의 여리지만 강했던 감성의 기운에 조금씩 영향을 받곤 했는데, 필자 역시 그를 만난 이후부터 ‘인간’이란 길거리에서 할머니나 어린 소녀들이 나눠주는 전단지를 뿌리치지 않고 받아주는 이와 거추장스럽다는 이유로 이들의 손길을 마다하는 이. 이 둘로 양분하게 됐죠.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언제나 절대적인 잣대인 더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와 덜 좋아하게 되는 사람을 분별하는 필자만의 기준입니다.

그가 그랬듯 약하고 여린 것들에게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을 느끼고 품을 줄 아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인간의 향기가 도시의 각박한 삶을 살아갈 힘을 주는 듯 여겨지기 때문이죠.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대도시로의 면모를 보이며 급하게 성장 중인 베이징에서도 길 가 곳곳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이들은 언제나 여리고 약한 어린 소녀와 할머니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필자의 이 같은 생각은 한 동안 지속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어느 때든 그들을 알아볼 줄 아는 연민의 마음을 가진 이들만을 곁에 두고 살아가는 꿈을 꾸곤 합니다.

<사진: 중국현대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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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리고 약한 것들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이들 만이 ‘느끼고, 품을 수 있는 문학의 가치’가 살아있는 곳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베이징시 북동쪽 차오양취(朝阳区)에 자리한 ‘중국 현대문학관’은 지난 100여 년 동안 기록되고 역사로 남은 중국 고유의 문학작품과 문학가들의 삶이 그대로 보존된 곳입니다.

 

더욱이 중국현대문학관은 국가급 중점문화단위로, 중국에서 처음으로 건립된 문학 박물관이자 2016년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문학 전문 박물관이죠.

지하철 10호선 샤오야오쥐(芍药居)역에서 하차 후 버스로 다시 환승한 뒤 ‘중국현대문학관역’에서 내리면 정면으로 웅장한 외관의 문학관이 자리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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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이 가장 많기 거주하기로 유명한 중국 제1의 한인 타운 ‘왕징(望京)’과도 인접한 지역이지만, 외국인들보다는 내국인들에게 더 유명한 탓에 아직까지 관광책자에도 등장하지 않는 숨겨진 보물 같은 곳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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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 외부에 조성된 인공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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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자리하고 있는 루쉰의 동상

 문학관 내부에 그대로 보존된 지난 100여년간의 중국 현대 문학 자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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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 그대로 보존된 지난 100여년간의 중국 현대 문학 자료들.

필자가 이곳을 아끼는 이유는 지금껏 중국 정부조차 저평가 하고 있던 지난 100여 년간의 중국 현대문학을 그대로 보존한 유일무이한 곳이라는 점입니다.

중국의 ‘황하문명’으로 대표되는 중화문명은 인류 역사에 있어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이며, 유일하게 연속적으로 발전하고 중간에 단절된 적이 없는 전 세계 유일무이한 문명이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문학만큼은 공산당이 지배해오고 있는 지난 60여년 사이 문학의 가치와 존엄성은 크게 훼손된 분위기죠.

 

아마도 문학과 예술의 중요성보다 삶을 살아야했던 고단했던 지난 한 세기의 중국 역사를 대변해주는 현상이라 짐작해 볼 뿐입니다.

하지만, 이 곳 현대문학관에서만큼은 다소 저평가됐던 지난 100여 년간의 현대 문학의 기록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달래줄 수 있습니다. 문학관로(文学馆路)라는 이름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지난 1985년 성립된 이후 중국 현대 문학에 뜻을 둔 이들의 발길이 꾸준하게 이어지는 문학관이죠.

 

문학관에서는 중국 현 당대 문학발전사와 중요 작가에 대한 기록, 그들이 생전에 작품을 집필할 시기에 사용했던 각종 필기 기록 및 집기류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습니다.

A관, B관, C관 등 총 세 곳의 대형 문학관으로 구성된 종합 박물관 내부 1층에는 중국 현대 문학의 거장 7인 루쉰(魯迅), 챠오위(曹禹), 빙신(氷心), 궈모러우(郭沫若), 마오둔(茅盾), 바진(巴金)의 기록을 전시했으며, 유럽식 계단을 올라 2층 전시관에 당도하면 중국 현대 문학사가 가진 역사 기록들이 전시돼 있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죠.

더욱이 화려했던 당대 문학가들의 작품과 친필 원고, 음성 및 영상 기록 등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는 점이 눈에 띄는데, 문학관에서는 원하는 이들 누구나 해당 자료를 검색, 열람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일반에 공개된 작품의 수는 현재 총 60만개에 달하며 그 가운데 23만권의 서적과 1만 6173장의 흑백 사진, 2만 5733봉의 편지 등 다양한 자료들이 전시관을 빼곡하게 메우고 있죠.

'문학관로(文學官路)'라는 도로명에서부터 느껴지는 문학의 향기.

‘문학관로(文學官路)’라는 도로명에서부터 느껴지는 문학의 향기.

또, 대규모 전시관을 다 돌아보며 지친 이들을 위해 한 숨 쉬어갈 수 있도록 문학관 내부 곳곳에는 커피 전문점과 푹신한 소파가 제공되고, 외부에는 널찍하게 조성된 인공 호수가 있어 구경 온 이들이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눈에 띕니다.

특히 최근 진행되고 있는 중국 베이징 시정부의 ‘인문학 도시’로의 베이징 건설을 위해 기존 입장권 20위안(약 4천원)을 전면 무료화하며 찾는 이들의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양상입니다.

화려하고 세련된 대도시 베이징으로의 면모에 지친 이들이라면 ‘중국 현대 문학관’을 방문해 지난 100여 년간의 중국 문학의 기록을 잠시 엿보시길 추천해드립니다.


◇ 찾아가시는 방법

 지하철 10호선 샤오야오쥐(芍药居)역에서 하차 후 택시 탑승 시 기본요금 거리. 도보로 이동 시에는 약 25분소요.
 버스 이용 시에는 409번 119번 125번 567번을 탑승하여 ‘중국현대문학관(中国现代文学馆)역에서 하차 후 도보 1분 거리.
 개방시간: 주말 연중 무휴. 단, 매주 월요일 휴무
 홈페이지: http://www.wxg.org.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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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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