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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에 배럴의 캐릭터를 입히다(Barrel Aged Beer)

맥주에 배럴의 캐릭터를 입히다(Barrel Aged Beer)

최준호 2019년 10월 10일

배럴(Barrel)에 넣어 숙성시킨 맥주를 배럴 에이징 맥주(Barrel Aged or Aging Beer)라고 한다.
일반인에게는 맥주를 배럴에 숙성시키는 것이 낯설고 신기할 수 있지만, 맥주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없어서 못 마시는 맥주다. 대체로 맥주가 완성된 뒤 배럴에 넣어 오랜 시간 숙성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여타 다른 술과 마찬가지로 오랜 숙성시간을 가지면 가질수록 보다 깊은 풍미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위스키가 들어 있는 배럴들 모습 / copyright 2017. NEWP All rights reserved

마트와 편의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맥주의 경우, 낮은 도수와 낮은 풍미를 보여주는 낮은 강도의 맥주로 상미 기한이 짧다. 반면, 배럴에 숙성된 맥주는 강도가 높아 비교적 상미 기한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배럴에 숙성시키기 위해서는 높은 강도의 맥주(Imperial Stout, Belgian strong Ale, Barleywine 등)를 사용해야 배럴의 특징이 밸런스가 좋게 맥주에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고강도의 맥주를 사용한다.

물론 강도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숙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높은 강도임에도 불구하고, 신선한 맛을 중요시하는 IPA나 밀맥주의 경우에는 배럴에서 숙성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배럴에 맥주를 숙성시키는 모습(배럴 정면의 탭에서 맥주를 따를 수 있다) / copyright 2019. ETSY All rights reserved

배럴 에이징 맥주는 맥주 스타일, 배럴의 종류, 숙성 기간에 따라 맛이 많이 달라지는데, 이는 천차만별의 가격 차이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그 중 배럴의 종류에 대해 살펴보자면, 배럴 에이징 맥주를 만들 때는 일반 오크 배럴에 숙성하는 것과 다른 술을 숙성했던 배럴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나누어진다.

일반 오크 배럴에 숙성할 경우, 오크 배럴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우디(Woody)하고 오키(Oaky)한 풍미와 바닐라와 같은 캐릭터가 나타난다.

만약 사용했던 배럴을 사용할 경우 어떤 주종을 사용했는지, 나무의 종류는 무엇인지, 나무에 열을 가했는지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 달라진다. 예를 들어 나무를 일부 토스티하게 했으면 배럴에서 캐러멜, 버터 스카치, 토스트 빵, 아몬드 등의 캐릭터가 나타난다.

반면, 버번을 숙성했던 버번 배럴의 경우에는 커피, 초콜릿, 코코아, 버번, 바닐라의 캐릭터가 나타나는데, 버번 배럴에 숙성된 맥주가 대체로 인기가 높은 편이다.
마지막으로 와인을 숙성한 배럴을 사용할 경우, 와인 특유의 푸르티한 캐릭터가 맥주로 많이 나타나고, 실제로 신맛이 나는 ‘사워 비어(Sour Beer)’를 와인 배럴에 숙성한 맥주가 인기가 많다.

집에서 맥주를 만드는 홈브루잉 장면으로 양조 과정 중 당화(Mashing) 단계 / copyright 2012. MoreBeer All rights reserved

홈브루어들은 배럴 에이징 맥주에 대해 관심이 많고 직접 만들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집에서도 배럴 에이징 맥주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작게 나오는 배럴의 사이즈는 대략 20L 크기이기에, 대체로 홈브루잉하는 맥주와 사이즈가 비슷하다.

배럴에서 숙성시킬 경우 온도와 숙성기간이 중요한데, 온도는 12도에서 16도 사이 정도가 최적이다. 그리고 만약 버번의 캐릭터와 우디(Woody)한 캐릭터만을 맥주에서 나타내고 싶다면, 1~2개월 정도만 숙성해도 충분히 나타난다. 그리고 꽃과 진한 바닐라의 캐릭터를 나타내고 싶다면, 6개월~12개월 정도 숙성할 것을 추천한다. 물론 오래 보관할수록 보다 복잡한 풍미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 국내에 들어온 배럴 에이징 맥주를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최근 이마트나 홈플러스 같은 대형마트에서는 보기 힘들기에, 전문적인 바틀샵(와인과 같이 판매하는 경우가 많음)을 방문하여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copyright 2018. Fountainhead All rights reserved

1. KBS (Bourbon Barrel-Aged Chocolate Coffee Stout)
아주 탄탄한 기본 베이스로 맥주를 잘 만들기로 유명한 파운더스 브루어리(Founders Brewing Co.)에서 만든 맥주로, 맥주 애호가 사이에서 대단히 인기가 많은 맥주다. 기존 임페리얼 스타우트(Imperial Stout)의 양조 과정에서 커피와 초콜릿을 직접 넣어 더욱 풍부한 로스티드 몰트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아주 묵직한 바디감에 배럴의 버번과 바닐라가 은은하게 전체적으로 감싸고 있어 깊은 맛이 나타난다. 특히 이러한 맥주들은 밸런스가 상당히 중요한 평가요소가 되는데, 위에서 설명했던 부재료와 맥주의 스타일, 버번의 캐릭터들이 훌륭한 밸런스로 나타나 외국 맥주 평가사이트에서 100점 만점에 100점을 받은 맥주다.

copyright 2018. Beermetal.net All rights reserved

2. 소피(Wine Barrel-Aged Belgian Farmhouse Ale)
소피(Sofie)는 벨기에 특유 효모의 푸르티함과 백후추 같은 스파이시한 캐릭터가 나타나는 ‘세종(Saison)’ 스타일이라 불리기도 하고, 농가에서 농사철 마시던 술로 ‘팜 하우스 에일(Farmhouse Ale)’이라 불리기도 한다. 80%의 팜하우스 에일과 20%의 와인 배럴에서 숙성된 팜하우스 에일을 블렌딩하여 만든 술로 숙성 시에 오렌지 껍질을 같이 넣어 만들었다. 밝은 노란색 외관을 가졌으며, 레몬과 감귤 같은 향에 탄산은 비교적 있는 편이라 샴페인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맥주 풍미 중간중간에 브렛(Brett)의 캐릭터가 나타나 헛간과 가죽 같은 Funky한 캐릭터도 나타나지만, 지배적으로 나타나진 않는다. 맥주와 와인 배럴의 조합이 궁금한 이에게 강력 추천하는 맥주다.

copyright 2018. THEFULLPINT All rights reserved

3. 이클립스(Barrel-Aged Imperial Stout)
일 년에 단 한 번의 빈티지를 가지고 만들어지는 임페리얼 스타우트(Imperial Stout) 제품으로, 맥주가 각각의 다른 배럴에서 숙성되어 다른 향과 맛을 낸다. 고가의 맥주에서는 최대한 산소를 차단하기 위하여 왁스를 이용하여 병을 밀봉하는데, 이클립스는 사용된 배럴을 구분하기 위해서 각각의 병에 다른 색의 왁스를 사용하여 밀봉한다. 650mL 병에 60,000원 ~ 70,000원대의 고가의 제품이지만 국내 수입 시 빠르게 소진되는 맥주다. 특히, 배럴마다 각기 다른 특징과 향을 가지고 있어, 비교하며 심층적으로 느끼고 싶은 맥주 애호가들은 빠짐없이 마셔보는 맥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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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

모두가 자신만의 맥주를 찾는 그 날까지, 세상의 모든 맥주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 go@mashij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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