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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 와인의 청아함, 과연 그 정체는?

내추럴 와인의 청아함, 과연 그 정체는?

Rachael Lee 2019년 9월 10일

Adèle 2017 by Eric Texier

“애신아씨 같다.”

얼마전 지인들과 함께 내추럴 와인 한잔하는 자리에서 당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여주인공, 비밀 독립투사 애신아씨가 생각 나 무심결에 내뱉은 말이다. 다들 와인이 너무 산도가 높니, 단조롭니, 구수한 뒷맛이 있니 말들이 난무한데, 이 말 한마디에 모두가 나를 쳐다봤다. 그 화이트 와인의 날 선 산도 뒤에 느껴지는 부드러움과 온화함, 무엇보다도 토양의 특성을 뿜어주는 그 와인이 나에게는 독립투사 역할을 하던 배우 김태리의 청아함과 그 마음 가득 민족 뿌리에 대한 깊은 신념을 가진 애신아씨의 이미지가 딱 떠올랐었다.

최근 국내에서도 내추럴 와인에 대한 관심은 식당과 바 같은 업장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저희 업장 와인리스트는 모두 내추럴 와인만 취급하고 있습니다.”, “내추럴 와인만 판매하는 와인바입니다.” 이런 말들을 요즘처럼 많이 들었던 시기가 있었을까? 역시 무언가 한번 유행하면 트랜드화 되는 속도가 매우 빠른 나라인 탓도 있겠다.

그렇다면, 내추럴 와인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와인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부터도 종종 듣게 되는 걸 보면 내추럴 와인이 최근 핫 트렌드임은 틀림없는 것 같다. 이미 Mashija 매거진에서도 이에 대해 다룬 기사들이 있었고, 어느 정도 그 의미는 알고 있지만, 나 스스로 이에 대한 정의를 보다 명확히 하고 싶었다.

어느 와인 관련 교재에서나 첫장에서 다루는 내용은 재배 (Viticulture)와 양조 (Vinification)이다. 와인도 쉽게 얘기하자면 포도라는 과일을 발효시킨 “알코올 함량 포도주스”로서 식품의 일종이다. “제대로된 재료로,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그리고 제대로 보관하지 않으면 상해 버리는 식품”

재배 (Viticulture)와 양조 (Vinification)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공적인 요소, 즉 개입 (Intervention)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는데 이에 따라 와인의 명칭도 달라진다.

인공적 개입 (Intervention) 방식에 따른 와인명칭의 구분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다면 유기농(오가닉) 와인

유기농 방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바이오 다이나믹 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양조했다면 바이오 다이나믹 와인. 이러한 경작방식은 철학자이자 예술가, 과학자인 루돌프 슈타이너 (Rudolf Steiner)가 주장한 방법으로 달과 별의 움직임, 우주와 자연의 생태학적인 리듬이 땅과 모든 생물들에 영향을 준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https://ko.wikipedia.org/wiki/바이오다이나믹_포도주)

자연적인 재배방식을 바탕으로 양조 과정에서도 최대한 인공적인 Intervention (개입)을 줄이고 와인을 만들었다면 내추럴 와인

그렇다면 이러한 와인의 종류를 규정하고 있는 법규는 존재하는가? 일반적으로 내추럴 와인에 대한 규제는 “없다”라고 얘기를 하지만, 와인을 포함한 유기농 식품에 대해서는 국가별로 인증이 존재한다. 주요 지역인 유럽과 미국의 인증방식을 살펴보자면,

관련 규제 및 인증 기구

와인양조에 있어 Intervention (개입)이라는 측면에서, 무수아황산 (또는 이산화황)의 존재를 내추럴 와인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다. 와인병 뒷면에 붙어있는 라벨을 한번 보도록 하자.

와인라벨 이산화황 함유 표기

포도원액 100% 이외 첨가물은 무수아황산 또는 이산화황으로 표기되어 있다. – “Contains Sulfites” 이는 산화 방지, 부패 방지 역할을 하는 첨가물로써 식품에서는 일종의 방부제이다. 내가 마시는 것에 대한 정체를 파악하고 싶은 생각에 인터넷을 검색하다 아래 그림을 발견했다! 각 와인 종류별로 얼마만큼의 무수아황산이 첨가되어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와인 종류 별 무수아황산 첨가량

출처: https://www.sulfree.org/faq/ 참고: https://www.vinsnaturels.fr/design/visuels/le_vin_naturel.jpg

와인별 SO2 (무수아황산/이산화황) 허용 수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친절한 그림인데, 이는 유럽의 기준이다. 유럽에서 규제하고 있는 내추럴 와인은 30~40mg/l까지 이산화황 함유가 가능하지만, 미국보다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여 유기농 와인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인공첨가된 이산화황이 단 1mg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왜 미국시장에서는 유기농 와인 또는 내추럴 와인 라벨 자체가 유럽보다는 상대적으로 보기 힘든지 이해할 수 있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이산화황 무첨가 와인은 국내에서 접하기는 쉽지 않다. 바다 건너 수입되어 오는 과정에서 변질될 우려가 충분히 있는 관계로 이러한 위험요소 가득한 와인을 수입하고자 하는 업체는 많지 않다. 또한, 국내에 조심스레 모셔왔다 해도 재고로 보관되는 와인이 언제 판매가 가능할지는 모르는 일이다. “보관” 즉 “숙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적합하지 않은 와인이다. 내추럴 와인이 숙성 없이 푸릇푸릇하게 마시는 이유 자체도 오크를 사용하지 않았고, 무수아황산 (방부제)을 최소화한 와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쉽게 변질될 수 있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법규와 수치를 오고 가며 에디터의 글이 다소 이론적으로 치우치는거 같기는 한데, “왜 내추럴 와인을 기사 주제로 삼았을까?”는 사실 그 정의를 내리고자 함은 아니다. 일종의 트렌드가 되고 있는 내추럴 와인에 대해 “무엇인지”를 알고, 그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싶어서이다.

일반 와인들도 충분히 유기농 재배와 최소한의 Intervention (개입)을 통해 와인을 양조하고 있지만, 굳이 적극적으로 유기농 와인이나 내추럴 와인으로 표방하지 않는 브랜드도 많다. 사실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와이너리들은 대부분 유기농 재배방식을 기본으로 삼고 있으며, 굳이 인증라벨을 붙혀 그 사실을 마케팅하는데 구애받지 않는 와이너리들도 많다.

먹거리, 마실 거리에 대한 건 개인의 취향과 선택이긴 하지만, 이러한 즐거움을 누리는 데 있어 편협함은 내려두는 게 좋을 거 같다. 유행이라고 하여 내추럴 와인을 쫓아가는 건, 마치 “저는 유기농 음식만 먹어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편협한 식습관이 아닐까란 생각도 조심스레 해본다.

필자는 와인 선택 시 대량생산하는 와인 (Mass Market Wine)은 되도록 배제하고, 소량생산하는 소위 말하는 “Artisan Wine”을 선호하고 구매하는 편이다. 굳이 내추럴 와인이라고 표방하지 않더라도 소규모 경작/양조를 통해 가족과 이웃 간에 함께 마시기 위해 만드는 와인은 태생상 순수할 수밖에 없다. 그 누가 내 가족을 위해 만드는 와인에 첨가물 듬뿍 넣어 만들겠는가? 내추럴 와인도 소규모 경작을 바탕으로 소량 생산하는 와인들이 많고, 마치 홈메이드 밀처럼 세련미는 떨어지지만 순박하고 정겨운 스타일의 와인이 많다.

최근 대량생산된 식품을 배제하고 정성스레 재배한 유기농 식품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듯 와인에서도 첨가물이 배제된 “순수한 와인”을 원하는 건 최근의 트렌드이긴 하지만, 단순히 한 번의 유행으로 사라질 움직임은 아닐 것이다. 오염된 지구에서 사는 인류가 같이 고민해야 할 “사람 입에 들어가는 것 모두”에 대한 고민의 한 축이라고 본다. 와인도 식품이라는 걸 고려해 보자면, 바다 건너 먼 길 거쳐온 와인에 대해 내추럴 와인이라고 무조건 맹신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보고, 대량생산된 획일적 와인만 선호하는 것도 맞지 않다는 생각이다.

사람이 유기농 음식만 먹고 살수 없고, 간편 조리식만 먹고살 수도 없듯이, 식습관에는 밸런스가 필요하다. 이는 와인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물론 개인의 취향에 따른 선택의 다양성은 있겠지만, 어떨 때는 애신아씨처럼 자연그대로 곱고 청아한 미인이 참으로 아름다워 보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세련된 의상의 서구적 이미지 모델이 멋져 보이기도 하듯이, 와인도 그러하다는 것이 에디터의 생각이다.

무척이나 더웠던 올 여름, 산도 쨍하고, 미네랄리티 그득한 상큼한 내추럴 와인을 참 많이 즐겨 찾았던 거 같다. 어느새 매서운 한파가 찾아온 초겨울, 오크 풍미 머금은 숙성미 갖춘 풀바디한 레드와인이 끌리는 이 저녁, 이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참고문헌

What’s the Difference between Organic, Biodynamic and Natural Wine? https://www.eatingwell.com/article/290693/whats-the-difference-between-organic-biodynamic-and-natural-wine/

Organic Wines https://frenchscout.com/organic-wines

What Really Is Natural Wine? https://winefolly.com/review/really-natural-wine/

내추럴 와인이란 무엇인가? / 아황산 무첨가와인 건강에 더 좋을까요? 황수진, Mashija Magazine

https://mashija.com/내추럴-와인이란-무엇인가 

https://mashija.com/아황산-무첨가-와인-건강에-더-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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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chael Lee

Life, world, contemplation, and talk through a glass of wine 여행과 예술을 사랑하는 프리랜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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