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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ational Art Museum of China’에 투영된 ‘공짜’에 대한 관념 : 베이징을 걷다 ➂

‘The National Art Museum of China’에 투영된 ‘공짜’에 대한 관념 : 베이징을 걷다 ➂

임지연 2016년 2월 24일

대학 시절, 필자보다 먼저 취업 했던 직장인 친구는 종종 커피 한 잔 하자며 연락을 해오곤 했다. 큰 키에 다부진 체형의 그녀는 모 대학 학생회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던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대학 시절 학업보다는 연애에 뛰어난 소질을 보였던 그녀의 전공은 서양 미술학이었다. 이후 졸업을 앞두고 돌연 같은 과 동기와의 결혼 선언을 한 친구였지만, 언제나 정신적, 신체적 성장도 남달리 빨랐기에, 동기들 사이에서 그녀의 선언은 큰 흥행몰이를 하지 못했다.

베이징 중심가에 자리한 중국미술관

베이징 중심가에 자리한 중국미술관

하지만 지난 몇 년 사이, 옆에서 지켜보는 그녀는 크게 휘청이는 듯 보일 때가 많았다. 취업 후 고속 승진을 거듭하고 있던 그녀였기에, 그 흔들거림은 전공과 무관한 일에 종사하고 있는 그녀의 탓이라고 추측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저, 당시 그녀의 오랜 꿈은 그의 일터에 부재했을 것이고, 그것으로 인해 그녀의 긴 한숨은 생각보다 길어지는 듯 보였던 것이다.

그 무렵 필자 역시 모 기업에 취업 했고, 그로부터 몇 해 뒤 그녀는 힘겨웠던 결혼 생활과 직장인이라는 무게를 끝내 내려놓았다. 그리고 무작정 여행을 떠났다. 365일 동안 둥근 지구를 빠짐없이 걷고, 또 걸어보겠노라고 했다.

그녀의 긴 여행으로 우리의 연락 방식은 언제나 그녀 쪽에서 일방적으로 걸어오는 국제전화가 전부였다. 그 사이 가장 친한 친구였건만 의논 한 마디 하지 못하고, 필자는 한국을 떠나 중국의 하늘을 이고 살아가는 처지가 됐다. 지금의 청춘들이 그러하듯 우리의 스물 몇 살은 그렇게 아슬아슬한 선을 넘어질 듯 걸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春華秋實(Fruitful), 朱乃正, 1979년

春華秋實(Fruitful), 朱乃正, 1979년

그런데 요 며칠 전 베이징 수도 공항이라며 다짜고짜 마중 나오라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녀였다. 한 걸음에 달려가 마주한 친구는 젊고 건강하게 보이는 대학 시절의 그녀였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아 조마조마하게 했던 최근 몇 년간의 그녀 눈빛이 전보다 한결 검고 단단해졌다는 점이다. 친구가 내딛었던 걸음들이 모여 예전의 그녀 자신을 다시 찾아준 듯 보였다. 배낭 여행자라는 그녀의 신분 만큼이나 그가 짊어 매고 온 짐들은 가벼웠다.

공항에서 베이징 북서쪽 한 구석에 있는 필자의 집에 짐을 풀고, 여독이 채 가시기 전 우리가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중국미술관(The National Art Museum of China , 中国美术馆)’이다. 그림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지병처럼 안고 사는 그녀에게 언젠가 한 번쯤 꼭 보여주고 싶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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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龍人家',石秀姸, 2015년

獨龍人家’,石秀姸, 2015년

베이징 중심가에 있는 중국 최대 국립 미술관인 이곳은 그 면적만 수 백만 평에 달하고, 17곳의 전시실에 약 10만여점의 작품이 보기 좋게 전시돼 있다. 황금색 지붕을 이고 있는 미술관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는데, 지난 1962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주년을 기념해 건축한 건물 중 하나다. 그래서인지 소장하고 있는 작품의 성향 역시 명청(明淸)시대와 중국 정부 수립을 예찬하는 작품이 상당하다.때문에 ‘중국 최대 규모’라는 수식어에 놀라 이곳을 찾아온 일부 관광객들 가운데는 해당 작품들의 내용을 얼핏 살펴보고 ‘예술의 의미가 현실에 의해 퇴색됐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경우도 다수다.

하지만, 어느 시대든 인간의 ‘희노애락’을 기록하고 담아낸 그릇 자체가 예술이며, 문학이라는 점에서, 필자에겐 이 모든 작품들이 중국미술발전의 과정이자, 역사로 재투영 되곤 했다. 더욱이 지난 2003년에는 건립 40주년을 기념해, 확장 건축공사를 진행했고 현재의 모습으로 변혁을 꾀하며 중국 현대 작품과 세계 각국의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을 초청하는 등 전시회의 스펙트럼의 확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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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상설 전시회는 ‘2016중국미술관대전(中国美术馆贺岁大展)’으로 기획됐다.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미술관 측은 전국 각지에 거주하고 있는 무명 작가들을 대상으로 ‘민족의 응집력과 문화적 가치’에 대한 주제로 작품 공모전을 진행했다. 당시 응모된 작품 800여점 가운데 전문가들의 심사를 거쳐 총 300점의 작품이 현재 관람객들에게 전시 중이다.

물론, 특별 전시회도 매년 다양하게 기획된다. 올 상반기에는 중국미술관 주최로 ‘중국당대서예초대전(中国美术馆当代书法邀请展)’이 진행 중이다. ‘붓’과 ‘먹’만으로 단촐하지만 깊은 예술을 창작하는 다채로운 서예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더욱이 이 분야 전문가 51인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중 주말 할 것 없이 찾아오는 관람객들로 종일 붐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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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진짜’ 예술을 사랑하고, 미술을 아끼는 이들이라면, 붉게 물든 오성홍기의 흔들림보다 더 긴 시간 자신의 인생을 작품에 쏟아냈을 작가들의 손길을 바라보면 더욱 좋겠다.

더욱이 지난 2011년부터 정부는 중국 전역에 걸쳐 운영되고 있는 국가급, 성급 미술관에 대해 전면 무료 개방 정책을 지속해오고 있다. 그 가운데 매년 평균 10만여명의 관람객이 찾는 중국미술관은 대표적인 무료 개방 정책을 지원하는 곳이다.

조맹부체(临赵孟). 조사영(赵社英), 2015년

조맹부체(临赵孟). 조사영(赵社英), 2015년

그렇게 필자는 몇 주째가 흐른 지금에도 그녀를 한국으로 돌려보내지 못했다. 아직도 함께 찾아가고 싶은 곳이 베이징 곳곳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베이징의 ‘공짜’ 혜택 덕분에, 우리 두 사람은 인생의 ‘쉬는 시간’을 기쁜 마음으로 즐기고 있는 중이다.

CREDIT

  • 에디터

    임지연 (중국거주 작가)

  • 작성일자

    2016.02.21

Tags:
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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