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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ky, Not Oaky

포도의 품종 말고도 와인의 아로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많다. 토양과 기후, 수확 시기는 물론, 발효 및 숙성의 기간과 방법 역시 다양한 스타일을 빚어내는 중요한 포인트다. 스파이시하고 무게감 있는 스타일인지, 과일 향이 도드라지는 산뜻한 스타일인지가 당신이 와인을 고르는 중요한 기준이라면 그중에서도 특히 눈여겨봐야 할 요소가 있으니, 바로 와인을 발효・숙성하는 통의 종류다.

오크와 와인이 만났을 때

눈을 감고 와이너리의 풍경을 상상해 보자. 작열하는 태양 아래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 시큼한 포도 냄새로 가득한 서늘한 실내. 냄새의 원천은 쭉 늘어선 원통형의 나무 배럴에 담긴 채 숙성 중인 와인일 것이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이 나무 배럴의 재료, 오크(Oak)다.

와인의 발효・숙성에 쓰이는 컨테이너의 종류는 오크 외에도 스테인리스, 콘크리트, 세라믹 등 다양하지만, 와인의 아로마에 가장 직접적이고 다채로운 영향을 주는 것은 단연 오크 통이다. 산소를 일부 투과시켜 타닌을 부드럽게 만들고, 적당량의 와인을 증발시켜 아로마를 응축하는 한편, 나무에서 배어 나오는 성분이 바닐라, 코코넛, 커피, 초콜릿 등 포도 자체에는 없는 아로마를 더하며 와인의 무게감과 복합미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작정 오크 숙성을 오래, 많이 한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오크 사용이 과하면 품종 본연의 캐릭터를 해칠 위험도 있고, 개성 없이 비슷비슷한 와인만 만들게 될 수도 있다. 어떤 오크를 어떤 사이즈의 통으로 만들어 얼마나 사용할지 (혹은 사용하지 않을지) 정하는 것은 풍부하면서도 개성 있고 고급스러운 와인을 빚어내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아메리칸 오크 배럴. 안을 태운 정도는 미디엄으로 표시되어 있다.]

프렌치 vs 아메리칸 (feat.헝가리안)

우선 어떤 종류의 오크가 와인 숙성에 사용되는지 알아보자. 대표적인 두 주자를 꼽으라면 단연 프렌치 오크와 아메리칸 오크다. 프렌치 오크의 정식 이름은 ‘퀘르커스 로버(Quercus Robur)’. 촘촘한 나뭇결 덕에 와인과 나무 사이의 상호작용이 제한적이라 볶은 커피, 다크초콜릿 등 섬세하고 깊이 있는 아로마를 더하는 것이 특징이며, 그래서 고급 와인 숙성에 주로 사용된다. 가격은 생산지나 퀄리티에 따라 850달러에서 4,000달러를 호가한다.

프렌치 오크에 비해 결이 성긴 아메리칸 오크, 즉 ‘퀘르커스 알바(Quercus Alba)’는 주로 코코넛이나 바닐라처럼 달콤한 풍미를 더 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 가격은 360-500 달러로 프렌치 오크와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프렌치 오크와 품종이 같고 그래서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가격은 560~700 달러로 확연히 저렴한 헝가리안 오크도 빼놓을 수 없다. 프렌치 오크의 섬세함을 더하고 싶은데 가격이 부담되는 생산자들이 주로 애용한다.

비싼 오크 통을 태우는 이유

오크 통은 만드는 과정에서 안을 태우는 단계를 거친다. 필수는 아니지만 오크에 내재된 아로마를 더 잘 끌어내는 것은 물론 더 다양한 풍미를 더 할 수 있어 많은 생산자가 속을 태운 오크 통을 고르곤 한다.

태우는 시간에 따라 통이 내뿜는 아로마도 달라진다. 25분 정도로 짧게 불길에 노출된 오크 통은 바닐라, 코코넛, 캐러멜, 정향, 시나몬의 풍미를, 1시간 정도 오래 태운 오크 통은 에스프레소, 스모크, 토피, 크렘 브륄레 등 보다 진하고 묵직한 풍미를 와인에 더할 수 있다. 똑같이 태운 통이라 하더라도 어떤 품종의 포도를 담느냐에 따라 결과물도 달라지게 마련인데, 샤르도네에서는 구운 사과, 꿀, 버터 바른 토스트 등의 아로마가 발현되는가 하면 메를로에서는 초콜릿 풍미가 강조된다.

[오크 칩은 비싼 오크 통의 대체재로 애용된다.]

같은 나무, 다른 와인

이렇게 값도 비싸고 섬세한 작업이 요구되는 오크 통은 한 번 사면 영원히 쓸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와인이 생각보다 빠르게 오크의 성분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오크 통을 재사용할 경우 와인에 더해지는 풍미의 강도가 줄어든다. 때문에 생산자들은 오크 풍미를 조절하기 위해 새 오크 통과 이미 사용한 오크 통을 적절한 비율로 조합해 숙성에 이용하기도 한다. 보통 세 번의 빈티지를 거친 오크 통은 더 이상 와인의 캐릭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해, 이를 ‘뉴트럴 오크’라고 부른다.

오크 통의 크기도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큰 오크 통에 와인을 담으면 오크와 와인이 만나는 면적이 줄어들어 그 영향력이 감소하고, 작은 오크에 나눠 담을수록 보다 파워풀한 오크 풍미가 와인에 스며든다.

비싼 오크 통 대신 오크 칩이나 큐브 등 대체재를 사용하는 와이너리도 많다. 오크 칩을 넣어 발효・숙성하면 안쪽 면적만 와인에 닿는 오크 통과 달리 모든 면이 와인과 접촉할 수 있어 효율적이며, 그만큼 나무를 덜 베어내도 되니 환경적인 영향도 적다는 장점도 있다. 칩으로는 결코 통만큼 훌륭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주장도 물론 있는데, 실제로 몇몇 연구는 숙성 과정에 칩을 사용한 와인은 오크 통에서 숙성한 와인과 화학적 구성 성분이 다르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그 차이는 미미해서 훈련받지 않은 사람은 거의 구분할 수 없는 정도라고.

샤르도네는 싫은데 샤블리는 좋다고?

화이트 와인에 대한 감상을 찾아 읽다 보면 “샤르도네는 내 취향이 아닌데 샤블리는 맛있다”는 평가를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다. 샤블리는 100% 샤르도네로 만드는데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여기에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샤르도네는 화이트 품종 중 오크 숙성 비율이 높은 편으로, 더운 여름날 크리스피하고 상큼한 화이트 와인을 기대하며 별생각 없이 샤르도네를 집어든 사람들은 무겁고 버터리한 맛에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샤블리—특히 마을 등급의 샤블리—는 비교적 서늘한 기후와 석회질 토양에서 자라는 데다 오크 숙성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짭짤함과 미네랄리티, 산도가 두각을 드러낸다. 그러니 (오크드) 샤르도네는 싫지만, (언오크드) 샤블리는 좋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샤블리도 샤블리 나름이다. 그랑 크뤼나 프리미에 크뤼 중 일부는 구조감과 텍스처를 위해 오크 숙성을 거치기 때문에 특유의 쨍하고 섬세한 느낌은 덜할 수 있다. 굴과 페어링할 때는 오히려 등급이 낮은 샤블리가 낫다는 의견도 그런 관점에서 이해하면 된다. 와인의 가볍고 상큼한 맛이 굴 특유의 비릿함을 잘 정리해 주고, 굴의 풍미는 와인의 미네랄리티를 돋보이게 해줄 테니까. 다만 그랑 크뤼나 프리미에 크뤼라 하더라도 새 오크의 비율은 최소화하고 주로 큰 사이즈의 뉴트럴 오크 통을 사용하므로 지나치게 오키한 와인을 만날 걱정은 내려놓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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