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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_후난성 창사] 초두부의 강한 기억

[CHINA_후난성 창사] 초두부의 강한 기억

임지연 2016년 10월 28일

코 끝을 찌르는 썩은 냄새 탓에 종일 멀쩡했던 머리가 지끈거리는 거리를 걷고 있다면 당신은 지금 후난 성 창사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어떻게 확신하느냐고요? 제가 바로 그 곳에 다녀왔으니까요.

창사, 썩혀 먹는 것이 제 맛인 ‘초두부’의 원산지

중국에 사는 것에 어느 정도 적응을 했다고 여겨질 즈음 반드시 도전하고 싶어지는 중국 특유의 음식이 있습니다.

썩혀 먹는 것이 제 맛이라며 두부를 썩힌 뒤 기름에 튀겨 그 위에 각종 야채 고명을 올려 먹는 것 초두부가 그 주인공인데요.

후난 성에서 가장 번화가라고 꼽히는 난먼(南門) 일대에는 초두부로 가장 유명한 초두부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포장마차 ‘라오초두부창사(老臭豆腐長沙)’가 있어 찾았습니다.


창사 지하철 1호선 난먼(南門)역에서 하차 후 도보로 이동이 가능한 거리에 자리한 먹지 골목 쪽 입구의 작고 허름한 이 곳은 오직 기름에 튀긴 초두부만 판매하는 곳 입니다.

중국 최고의 썩힌 두부 맛 집으로 알려진 곳이라 필드 워크 중 시간을 내어 찾아간 곳으로, 먼 곳에서도 한 눈에 들어오는 고객들이 선 긴 행렬을 보니 지역 최고라는 지인의 소개가 지당한 곳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검정 콩을 곱게 갈아 빚어낸 두부를 수 개월 삭혀 낸 뒤 거대한 크기의 가마솥에 팔팔 끊는 기름 속에 빠르게 튀겨낸 6조각 한 그릇의 가격은 10위안(약 2천원)으로, 포장마차에서 가볍게 한 입 먹어보기에는 현지 가격으로 환산했을 시 결코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이 집 초두부 맛을 보기 위해 긴 줄을 선 이들의 행렬에 필자 역시 합류했습니다.

뜨끈한 한 그릇을 받기까지 초두부를 튀겨내는 특유의 냄새와 현지인이라면 이해 못 할 사투를 벌여야 했지만, 주인장으로부터 한 그릇을 받아 들고 한 숨을 크게 참고 입 가득 넣어 맛을 보는 순간 감칠 맛 도는 특유의 맛에 사로잡히게 되었습니다.

그 맛은 가히 우리 식 간장 두부 조림보다 더 짭조름하고 고소한데, 기름에 튀겨낸 탓인지 초두부 겉 표면의 바삭함에 입 맛을 사로잡히게 되는데, 맛을 본 이후에는 초두부의 역한 냄새는 느낄 틈도 없이 몇 개 더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해집니다.

초두부는 외국인 중에서도 한국인들이 가장 맛보길 꺼려하는 중국 음식 중 하나로, 일부에서는 두부의 썩은 냄새 탓에 도대체 왜 중국인들은 그 맛 좋고 몸에 좋은 일반 두부를 썩혀 먹느냐고 힐난하는 이들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때문에 수 년 째 중국에서 거주함 이들이라도 초두부 만큼은 맛 보길 꺼려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외국인인 필자가 연신 ‘하오츠(맛있다는 중국식 표현)’를 외치니 포장마차 주인도 신이 나 보였습니다.

특히 이 곳은 후난위성TV 등 현지 언론을 통해서도 수 차례 소개된 바 있는 곳으로 초두부 본연의 맛을 가장 잘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더욱이 베이징, 상하이 등 대부분의 대도시에서도 초두부 전문 식당을 찾아볼 수 있지만 창사가 그 본산지 인 만큼 창사 지역 주민들은 창사의 것이 아니라면 모두 본연의 맛을 낼 수 없을 것이라 예측합니다. 가짜는 아무리 잘 만들었을지라도 그저 가짜일 뿐이라는 거죠.

이렇게 지역 최고의 초두부 맛 집에서 특유의 ‘진한 맛’을 본 뒤에 돌아서서 지역 특산물이라는 또 다른 유명 나이차(奶茶, 밀크티의 일종) 식당으로 이동했습니다.

창사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정제된 나이차 전문점, 카페 ‘마마차(MAMA CHA)’

초두부 포장마차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마마차(MAMA CHA)는 나이차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카페로, 젊은 세대들의 취향에 맞춰 세련된 디자인에 처음 놀라고 두 번째로는 카페 벽면을 가득 메운 각종 찻 잎에 놀라게 된다는 명물 카페입니다.

벽면에 가득 전시된 백 여종의 찻잎 중 고객이 원하는 잎으로 우려낸 차를 맛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곳의 매력인 셈이죠.

2층까지 이어지는 좌석에는 밤 늦도록 고객들의 발 길이 끊이지 않는데 늦은 밤까지 긴 밤이 쉬이 지나는 것이 아쉬운 이들의 마음을 달래기에 제격인 곳입니다.

무엇보다 세련된 외관 만큼이나 부드러운 나이차의 맛은 베이징에서도 맛볼 수 없었던 이 곳 만의 특징으로, 필자는 이 나이차 만큼은 한국에 꼭 소개하고 싶다는 열망을 차의 첫 맛을 본 순간 강하게 느꼈음을 고백합니다.

아쉬운 것은 글과 사진으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진짜 맛은 오직 창사에서만 맛 볼 수 있는 곳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기존 대도시에서 판매되는 나이차의 텁텁한 맛은 온 데 간 데 없고 부드럽게 정제된 맛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벤티 사이즈 한 잔을 다 마신 뒤에도 조금의 속 불편함이 없었죠.

이 곳이 더 좋은 이유는 1층과 2층으로 연결된 좌석에서는 각기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인데, 1층의 좌석에서는 직접 나이차를 정제해 만드는 과정을 오픈 키친을 통해 엿볼 수 있고, 확 트인 공간에 마련된 2층 좌석에서는 후난 성의 최대 번화가라는 이 일대의 늦은 밤의 젊음과 열기에 쉽게 동화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카페 정면에 자리한 지역 최고의 바(BAR)거리와 클럽이 자리한 골목은 2층 좌석 어느 자리에서든 쉽게 내려다 볼 수 있는데, 때문에 2층 좌석은 언제나 만석인 경우가 많습니다.

운이 좋으면 앉을 수 있다는 좌석에 앉은 필자는 지인들과 함께 오랜만에 젊음의 열기에 동화되며, 아직 젊다는 것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랜 지인이 지척의 거리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마음 속으로 읊조린 시간이었습니다.

이 거리와 이 거리에 자리한 카페 ‘마마차’가 더 할 수 없이 마음에 드는 것은 맛과 멋이 한 데 어울려 이방인에게 조차 한 치의 어색함도 없이 동화될 수 있는 시간을 내어줬다는데 있습니다.

베이징에서의 생활이 여행이 아닌 일상으로 여겨질 무렵 다시 떠난 후난성 창사에서 만난, 먹자 골목 내의 촌스러운 맛과 멋과 또 다른 상반된 매력을 가진 카페 마마차에서의 경험은 후난성 창사를 목적지로 한 여행자들에게 주저하지 않고 추천하고 싶은 곳임에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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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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