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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틈으로 새어 들리는 빗소리, ‘팅위쉬엔(听雨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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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틈으로 새어 들리는 빗소리, ‘팅위쉬엔(听雨轩)’

임지연 2017년 6월 20일

중국인에게 차(茶)는 저마다의 병에 담아 습관적으로 가지고 다니며 약처럼 마시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몸살이 날 것 같은 으스스한 기운이 느껴지는 날에도 마시고, 여자의 그 날에도 따뜻한 찻잎 몇 개를 우려내어 마시고, 매일 오후 4~5시 즈음 슬며시 느껴지는 허기에도 부담 없이 차를 마시는 것이다.

‘팅위쉬엔(听雨轩)’, 창 틈으로 새어나와 들리는 빗소리를 듣기에 제격인 큰 창문이 이 집만이 가진 매력이다.

속설에 의하면 중국인의 상당수가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 역시 다름 아닌 각종 전통 차를 우려낸 물을 하루도 빠짐없이 즐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이어트를 할 때 달달한 음료를 멀리하고 녹차, 우롱차 등 전통차를 가까이하라고 조언했던 트레이너의 조언이 떠오른다는 점에서 근거 있는 속설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거리마다 날씬한 체형의 중국인들이 빼곡한 이유는 어려서부터 자전거를 습관적으로 타고 다니는 국민성 덕분이라는데, 그들이 타고 다니는 자전거 바구니에는 어김없이 찻잎 몇 개를 우려낸 각종 전통차가 개인 병에 넣어져 있는 게 재미있다.

그만큼 차와 중국인은 가까운 관계에 있고, 그 가운데 각종 차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차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고가에 팔려나가는 곳이 중국이다.

그리고 이번에 필자가 소개하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한 전통 찻집은 베이징 대학 남문 옆에 자리한 ‘팅위쉬엔(听雨轩)’이다. ‘창 틈으로 새어 들리는 빗소리’라는 뜻의 간간한 울림을 주는 이름만큼이나 한눈에도 중국 전통 찻집의 외관을 한 이곳은 비교적 고가의 전통차를 시음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 여사장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 벽면을 가득 메운 제법 커다란 크기의 창문을 통해 비가 오는 날은 빗소리를 들으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고, 비가 오지 않는 날에는 잔잔하게 들리는 음악 소리에 기대어 짧지만 긴 휴식을 즐기기에 적합한 곳이다.

필자가 찾아가 이날은 운좋게도 베이징에서 만나기 어렵다는 소나기를 만난 날이다. 빗소리를 듣기에 좋은 창가 자리

청나라 시대부터 지금까지 줄곧 명성을 얻었던 곳이라는 점에서 주로 이 지역 대학을 찾은 외국인 연구자들 역시 중국의 전통 차 맛을 보기 위해 잊지 않고 찾아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넉넉한 품위가 있는 사장의 차에 대한 각종 지식과 설명이 좋아서 두 세 차례 재차 방문하는 단골이 많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일부 찻잎을 우려낸 한 잔의 가격은 30만 원을 훌쩍 넘어간다.

중국이야말로 전 세계 차(茶) 시장에 유통되는 상당수 차의 원산지라는 점에서 이미 2천여 년 전부터 차를 생산하고 마셔왔는데, 사장이 건네는 찻잎의 종류와 제조 방법 또한 매우 다양하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한때 유럽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던 홍차의 경우도 지난 18세기 중국 남부지방에서 생산된 것이 유럽으로 건너가 더욱 유명해졌고, 실제로 유럽에서 먼저 이름을 알린 대부분의 차 가운데 상당수가 중국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상당수 차들은 찻잎을 따는 순간부터 발효를 하는 등 발효 방법과 기간에 따라 같은 찻잎으로도 다양한 맛과 향을 지닌 차로 변모하는 것이 큰 특징이라는 것이 이 집 사장의 설명이다.

말린 국화 꽃잎을 우려낸 차와 ‘바이탕(白糖)’이라 불리는 달달한 맛의 설탕

이곳에서 판매되는 차의 종류는 100가지가 넘는데, 100g 당 1만 원의 일반인들이 많이 사가는 찻잎부터 수천만 원이 호가하는 고가의 찻잎까지 거래된다. 고가의 찻잎을 사는 이들은 주로 ‘품차(品茶)’라 불리는 투자 전문가들이 거래하는 명품 찻잎으로, 한때 현지 유력 언론에 앞다퉈 보도되며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고가의 찻잎들은 주로 결혼 등 일생일대의 중요한 행사에서 손님을 집으로 초대할 때 선물로 주고받는다.

찻잎뿐 아니라, 차를 마실 때 사용하는 다구(茶具)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 시음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마음껏 시음하되, 구매 여부는 고객의 마음’이라는 말에서 중국 전통 찻잎을 판매하고 소개하는 일을 천직으로 여기는 사장의 직업관을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차를 마시거나 대할 때 차에 대한 전통적인 예의가 있듯이, 찻잎을 판매하는 이들 역시 예의와 격식을 갖춘 이들로 비춰지길 바란다는 뜻으로 느껴졌다.

이 때문에 여사장은 찻잎에 대해 지식을 갖추지 못한 필자와 같은 외국인 고객에게 ‘선’시음 ‘후’구매를 권한다.

시음을 요청하면 상점 주인은 깨끗하게 잘 닦인 다구를 내어와 잘 정제된 찻잎을 우려내 대접하는데, 두 손으로 정성껏 내어주는 차 맛이 융숭한 대접과 더해져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여기가 무엇보다 좋은 점은 고즈넉한 중국의 분위기와 은은하게 퍼지는 전통 음악에 취할 수 있다는 점과, 북적거리는 익숙한 공간에서 벗어나 단 몇 시간만이라도 여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비록 고가의 차 한 잔이 더해져야 하는 곳이지만, 가끔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찾아가기에 좋은 ‘힐링 공간’이다.

 

찾아가는 방법

주소 北京市海淀区海淀路44号北京大学南门外
예약문의 (010)62769168, (010)62766059
가격대 찻잎을 우려낸 티포트 1병 400~1,500위안대, 1잔 100위안대

tip 주문 후 2시간 테이블 이용료 무료
이후 1시간 초과 시 1인당 50위안 추가 지급

Tags:
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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