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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Spirit!!

오늘의 여행 모토는 ‘정신(Spirit)’이다. 스웨덴 역사 속에 숨 쉬는 기운과 스톡홀롬 안에 잠든 우리의 영혼 그리고 마지막은 내가 좋아하는 그 ‘스피릿’이다. 구시가지의 시작점에 서 있다. 감라스탄의 북쪽, 스톡홀롬 중앙역에서 다리를 건너면 감라스탄 왕궁(Kungliga Slottet)이 멀뚱히 서 있다. 13세기 중엽에 지어졌지만, 1697년에 화재로 소실되었고, 1754년에 재건되었다. 시청사와 마찬가지로 왕궁에도 이탈리아 양식이 한 큰 술, 프랑스의 로코코 양식이 한 큰 술 들어간 건축물이다. 이름만 들어도 탐욕이 들끓는 보물의 방. 중세 시대 왕들의 보물을 전시해 놓은 방이라 유명하다. 보물의 방의 백미는 700여 개 보석으로 장식된 에릭 14세의 화려한 왕관이다. 네덜란드풍 르네상스 건축물인 이 왕궁은 스톡홀롬을 찾아오는 국빈을 접대하는 만찬 회장으로 사용된다. 1982년까지 왕궁으로 사용되었으나, 현재 스웨덴 국왕이 사는 곳은 스톡홀롬에서 배로 40분 거리에 있는 드로트닝홀름 궁전이다. 궁전 내부에 있는 궁정 극장은 18세기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것으로 유명하다. 매일 12시에 근위병 교대식이 있다. 화려한 게르만 민족의 정신을 이 건축물에서 충분히 흡수했다.

감라스탄 왕궁의 자태, 입구에 근위병이 지키고 있다.

스웨덴이 낳은 천재적인 과학자 알프레도 노벨(Alfred Bernhard Novel). 그의 유언에 따라, 매년 인류에 공헌한 개인이나 단체에 분야별로 상이 주어진다. 노벨상이 제정된 지 100주년이 되던 2001년에 노벨 재단이 건립되었다. 박물관 안에는 다이너마이트 등을 개발한 스웨덴의 화학자 알프레드 노벨의 삶을 기리고, 노벨상 및 그 수상자들에 관한 정보와 업적이 수상 연도별로 소개되고 있다. 로비의 천장에는 레일이 깔려 있어서, 부문별 수상자의 수상 연도와 이름과 사진이 일정 속도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2000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도 관광객들에게 공개되어 있다. 그가 옥중 사용했던 털신과 부인 이희호 여사가 옥중에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쓴 편지가 그의 공간을 메우고 있다. 북한의 이야기도 한 켠에 소개되고 있다. 박물관 안에 있는 카페에서는 실제 만찬회 석찬으로 나온 디저트와 아이스크림을 메뉴로 만들어 팔고 있다. 또한, 카페에 있는 의자를 뒤집어보면 의자 뒤에 노벨상 수상자들의 친필 사인이 적혀 있다. 상술인 줄 알면서도, 나를 포함한 관광객 대부분의 마지막 정착지는 아이스크림이다. 박물관의 내용도 충실해서 좋았지만, 서브 아이템(아이스크림)이 날 깨웠다. 노벨 박물관은 스톡홀롬 대광장에 있으며, 5월19일부터 9월 19일까지만 연다. 삼성이 이 박물관을 후원해서 그런지, 한국어 서비스가 제공된다(단, 오디오 투어는 영어이다). 스톡홀롬이 알려준 한국의 정신. 부끄럽지만 이런 사실을 모르고 들어왔다.

이희호 여사가 쓴 손편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이 담긴 부문

2018년에는 ‘노벨 센터’가 건립된다고 한다. 센터가 건립되면 그동안 여러 곳에 흩어졌던 노벨상 관련 활동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노벨 평화상의 시상은 기존처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릴 예정이다. 스톡홀롬에 2만5000㎡ 면적의 대지에 시상식장과 노벨 박물관, 도서관, 회의장, 방문객을 위한 교육 공간 등이 세워지고 건물 외관은 청동과 석재, 유리 등으로 꾸며진다. 2018년은 노벨상이 통합하는 해이다.

노벨 박물관 입구

노벨상의 연장선이 행해지는 곳으로 가보자. 스톡홀롬 중앙역에서 호숫가 쪽으로 걷다 보면 그 끄트머리에 기품 있는 시청사가 보인다. 멜라렌 호와 인접한 시청사는 그 비친 모습이 더 장관이다. 1911년 스웨덴 건축가 라그나르 오스트베리가 설계하여 1923년에 완공하였다. 800만 개의 붉은 벽돌로 외장을 쌓았고, 북유럽 중세풍의 디자인으로 제작되었다. 베네치아 궁전의 영향도 받아서 우아한 기품이 느껴진다. 건물 안의 블루 홀(Blue Hall)도 이탈리아의 광장을 떠오르게 한다. 원래 제작 초기에는 이 건물을 푸른빛으로 만들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홀의 색이 붉지만 블루 홀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현재 시청사에서는 각종 음악회 혹은 콘서트 행사가 열리며, 특히 12월 10일의 노벨상 수상 축하 만찬회가 치러지는 곳으로 유명하다. 황금의 방이란 곳이 있는데, 1,900만 개의 금박으로 수놓은 벽면이 모든 이로 하여금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황금의 방은 노벨상 수상 파티의 무도회장으로 사용된다. 황금의 방에서의 무도회라. 상상만 해도 품격이 느껴진다. 별이 빛나는 밤에 행해지는 노벨상 수상 파티. 파란 하늘에 끝이 잡힌 시청사, 바라보며 상상하지만, 영화 속 그 어느 장면뿐이다. 아쉽지만 말이다.

스톡홀롬 시청사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드카 앱솔루트(Absolut). 앱솔루트의 고향은 스웨덴이다. 술맛도 맛이지만, 각종 현대적인 광고와 홍보로 인해 대중에게는 옷 잘 입는 연예인과 같은 술이다. 스피릿 박물관(SPRITMUSEUM)에 다다랐다. 역시 술 때문에 온 여행인지라, 가장 설레는 시간이었다. 이 박물관은 예상대로 앱솔루트 회사에서 건립하였다. 사실 앱솔루트는 술 자체를 맛본 기억보다 광고와 패션잡지 등에서 더 많이 접해왔다. 팝아트적인 요소가 뇌리에 박혀 있는 앱솔루트를 이곳에서 세세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다소 19금과 같은 전시물이나 영상도 있으니, 지루할 틈이 없다. 다양한 보드카의 풍미와 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펌프로 된 향 체험도 인상적이다. 보드카의 제조 과정이나, 과거와 현재 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방문객에게 보여준다.

화려함을 추구하는 앱솔루트의 정신

토크 형식의 대담 비디오도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행오버(Hangover) 체험관이란 곳은 검은 배경으로 된 방으로, 천장에 큰 모니터 몇 개가 설치되어 있으며, 그 아래는 누워서 관람할 수 있다. 마치 한밤중 공원에 누워 별이 빛나는 밤을 바라보는 기분이다. 보고 있노라니, 술을 마시고 있지 않아도 이미 영상에 취할 수밖에 없다. 전시관 한편에는 각종 위스키의 맛을 체험할 수 있는 컨퍼런스 룸이 있었다. 사실 이곳은 정규 투어 코스는 아니고, 신청이 들어올 때만 개방하는 곳이다. 아무 제지가 없어서 둘러볼 겸 들어갔다. 냉장고에 테이스팅에 쓰일 다양한 술이나 와인이 비치되어 있다. 미리 알았으면 사전 신청을 하고 올 걸 그랬다. 탐욕이 불탔다. 사진만 찍고 나오기에는 뭔가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음을. 냉장고에는 다양하게 블렌딩한 술과 새로 개발하는 술의 병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중에 동양의 술도 있었는데, 한국의 술은 없었다. 디자인과 테크놀로지와 접목한 마케팅 등이 부러웠다. 전통도 중요하지만, 현재를 입혀 미래를 보여주는 우리 술은 언제 완성될 것인가. 술 선진국의 정신을 사표(師表) 삼는 계기가 된 곳이다.

다양한 향을 체험할 수 있는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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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호

발로 기억하는 보헤미안, 혀로 즐기는 마포술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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