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시기를 고민한다면 이 때가 최적기, ‘차이니즈 레스토랑 위크’ – WELCOME TO RESTAURANT WEEK SPRING EDITION
넓고 광활한 땅 중국에는 분위기 좋고 맛있는 최고급 식당이 즐비하다. 특히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에 있는 핫 플레이스 인근에 자리 잡은 몇몇 레스토랑은 평소에도 자리 잡기 위해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거나 한 끼에 수 백 위안대의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3월과 9월 1년에 단 두 차례 진행되는 ‘차이니즈 레스토랑 위크’ 기간 동안에는 그동안 ‘핫하다’고 소문난 총 450곳의 레스토랑과 호텔 요리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으니, 중국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이 시기야말로 최적의 시기임에 틀림이 없다.
그중 지난 3월 2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 ‘WELCOME TO RESTAURANT WEEK SPRING EDITION’은 베이징, 상하이, 쑤저우, 항저우 등 7개 도시에 소재한 450곳의 유명 레스토랑이 참여해 성대하게 개최됐다.
레스토랑 위크 홈페이지와 공식 SNS를 통해 공지된 내용에 따라, 인기가 많은 중국 전통식 레스토랑과 호텔 안에 있는 서양식 레스토랑 등 원하는 곳을 미리 예약하고 방문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됐다.
가격은 런치는 68위안(약 1만 2천 원)부터 200위안(약 3만 8천 원) 대까지 다양하고, 디너는 200위안 대부터 시작된다.
대부분의 레스토랑에서 판매되는 식사는 코스요리가 기본으로 제공되며, 레스토랑 예약 방문 고객은 현장에서 원하는 식사 코스를 선택해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늦은 런치 또는 늦은 디너의 경우에는 조기 품절된 제품을 선택할 수 없는 등의 불상사를 겪을 수 있으니, 맛 집 탐방에 조예가 깊은 여행자라면 반드시 이른 시간에 방문할 것이다.
올봄 필자가 스프링 레스토랑 위크 기간 중 선택한 곳은 중국 고택인 ‘사합원(四合院)’을 개조해 운영하는 ‘THE ORCHID’다. 고즈넉한 운치와 독특한 서양식이 조화를 이룬 것으로 유명세를 얻었으며, 현지인보다는 중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더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레스토랑이다.
장소 역시 중국 전통 골목 중 가장 핫하다는 ‘난뤄구샹(南锣鼓巷)’에 자리 잡고 있는데, 식사를 즐긴 후 후통(胡同)이라 불리는 500년 이상 된 오래된 골목을 걷는 맛도 꽤 쏠쏠하다.
‘THE ORCHID’에서 필자가 선택한 메뉴는 비프 스테이크가 곁들여진 크레이프 스타일의 피자와 동남아식 ‘클럽 하우스’ 두 가지다.
아쉽게도 필자가 방문한 시간에는 호박 수프, 양송이 수프 등이 품절돼 그 대신 초콜릿 무스와 아메리카노 한 잔 씩을 준비해줬다.
융숭하기 그지없는 훌륭한 분위기와 함께 홀을 차지한 대부분의 손님이 서양인인 점에서 그들 나름의 격식 있으면서도 자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고슬한 조밥을 커리가루로 쌉쌀하게 맛을 내고, 그 위에 중국식 순대 몇 점을 올렸는데, 삼발(Sambal)이라고 불리는 동남아 특유의 매콤한 소스를 곁들여 나오며, 이곳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요리라는 것이 주방장의 설명이다.
또 삼발과 함께 섞여져 나오는 샹차이(香菜,고수)와 오이, 토마토에 식초를 버무려 만든 샐러드도 입맛을 돋우기에 최적이다.
필자와 함께 이곳을 방문한 지인은 이곳을 일컬어 ‘중국 속 휴양지’라며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 속에 지친 이들이 잠시 몸과 마음을 정화할 수 있는 곳이라고 호평했을 정도다.
더욱이 건물 내부만 홀로 활용하는 일반 레스토랑과는 달리 옥상과 테라스 전체를 홀로 이용, 중국 전통 건축양식의 사합원 전경을 내려다보며 식사할 수 있다는 것은 이곳이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이 밖에도 식사를 마친 뒤 한적한 ‘난뤄구샹’ 일대를 걸으며 멀게는 원나라 시기 지어진 중국 전통 건축물을 구경하고, 인근에 자리한 소규모 소품 상점을 둘러보는 재미도 크다.
실제로 ‘THE ORCHID’ 레스토랑이 자리한 난뤄구샹 일대는 베이징에서도 가장 큰 규모로 조성된 ‘후통’ 골목이다.
오래된 골목이라는 의미의 ‘후통’이 훼손되지 않고 그대로 보존된 곳은 베이징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문데, 그중 이곳 일대가 현존하는 베이징 후통 가운데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필자는 이날 중국 지인과 함께 이곳을 방문하기에 앞서 수차례 난뤄구샹 일대를 구경한 바 있지만, 수 백 여개의 좁고 긴 골목이 거미줄처럼 연결된 구조 탓에 마치 처음 방문하는 곳처럼 신선한 느낌을 받았을 정도로 그만큼 볼거리, 먹거리가 많다.
그만큼 후통 곳곳에서 길을 잃을 위험도 존재하지만, 여행지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것은 어쩌면 일상 속 장소가 아닌 ‘여행지’에서만 할 수 있는 기분 좋은 경험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곳도 바로 이곳이다.
물론, 길을 잃어 난감할 수 있는 분들을 위해서 골목 곳곳에는 골목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또한 걷지 않고 구경하길 원하는 여행자를 겨냥한 말이 끄는 수레 등 다양한 여행 상품도 마련돼 있다.
단, 해당 마차 이용 시 탑승 전 흥정은 필수다. 흥정 없이 탑승한 뒤 목적지에 당도해 현지 물가보다 배가 비싼 요금을 요구받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경우 마차 탑승 요금은 목적지까지의 거리에 비례하며, 흥정으로 가격을 정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이곳만의 특징이다.
아쉽게도 지난 12일 스프링 차이니즈 레스토랑 위크는 종료됐지만, 이 기간에만 유일하게 즐길 수 있는 저렴하고 핫한 레스토랑에 대한 분위기를 익혔다면 오는 9월 또다시 시작되는 레스토랑 위크를 겨냥해 여행을 준비해보자.
그리고 매일 같이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을 다가올 여행 계획을 통해, 설렘 가득한 하루로 채워 나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