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De Young 미술관에 있는 걸려있는 그림, ‘A Particular Kind of Heaven’이다. 미국 LA에 거주하는 화가 Ed Ruscha가 캘리포니아 해안가 석양을 그린 작품으로 그가 표현하고자 한 것은 California as an earthly paradise – 지상낙원 캘리포니아 – 이다.

황사, 미세먼지로 뒤덮힌 서울의 뿌연 하늘을 보고 있자면, 그림 속의 파란 캘리포니아 하늘이 더더욱 그립다. 그래. 누가 그랬던가. 캘리포니아, 그 축복받은 땅. 

단지 날씨나 햇살 때문에 축복받은 게 아니다. 다채로운 기후와 문화, 풍광을 가진 곳이 캘리포니아다. 캘리포니아는 남가주와 북가주 크게 두 지역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현지에서는 SoCal, NorCal 로 지칭된다. LA를 중심으로 한 남가주와, San Francisco를 중심으로 한 북가주는 사실 다른 문화와 정치성향 등으로 많은 이야기 거리가 되는데, 거기까지는 너무 지루한 주제라, 샌프란시스코를 포함한 북가주의 쏠쏠한 여행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샌프란시스코! 출장이든 휴가든, 반나절 남짓의 시간이 주어져 있다면? 어디를 가야 진정한  “캘리포니아”를 느낄 수 있을까?

California Beach, 태평양을 느껴보라!

샌프란시스코 시내관광, 금문교, Pier 39, 물론 갈 곳은 많지만, 유명한 관광지들은 대충 둘러보고, 사진 찍고, 그렇게 지나가는 시간이 되기 일수다. “아, 거기 가서 사진 찍었었지.” 감흥 오래 가지 않는 그저 그런 기억.

“느낌” 있는 여행을 원한다면, 캘리포니아의 역동적인 차가운 바다를 느껴보기 바란다. 

Highway 1 – Pacific Coast Highway로 불리는 1번 도로는 캘리포니아 해변가를 따라 굽이굽이, 경관 좋은 해안도로로 유명한데, 이 길을 따라 크고 작은 해변이 많다. 이 중 에디터가 직접 가본 – 느껴본 샌프란시스코 Bay Area에 있는 해변을 추천해 보자면,   

San Gregorio State Beach

바람 많이 부는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바다가 인상적이다. 그 절경에 사로잡혀 자칫하다간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각별히 주의가 필요한 곳!   

바람이 꽤나 드세지만, 더운 날이든 조금 쌀쌀한 날이든 바람 부는 절벽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그 운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다. 영화 속 한 장면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이니 말이다.

Half Moon Bay Beach

Photo by Jenny Jang

Ritz Carlton (리츠칼튼) 호텔 바로 옆 위치한 해변으로 투숙객이 아니어도 호텔정원을 살짝 거닐 수 있다. 깍아지른 절벽 위의 호텔, 해안가 골프코스, 파도치는 바닷가. 종합선물 세트와도 같은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는 곳이다. 운이 좋으면 초저녁 시간에 호텔 정원에서 백 파이프를 부는 스코틀랜드 전통 복장의 할아버지를 만날 수도 있는데, 그 음악을 들으며 바닷바람 맞는 기분은 마치 실제 스코틀랜드 어느 바닷가에 와있는 느낌 이랄까.   

Gray Whale Cove State Beach

절벽이 모래사장을 둘러쌓고 있는 해변으로, 고래가 가끔 출몰한다 하여 Gray Whale Beach – 회색고래 비치로 이름 붙혀졌다 한다. 햇살에 눈이 부시겠지만, 눈 크게 뜨고 고래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지 한번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듯.

Lands End

“육지의 끝”이라고 불려지는 이곳은 금문교가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다. 해변까지 내려가지 않아도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이 절경이니 꼭 방문해 보기를. 이 곳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한데, 1800년대 말 서부 금광개척 시기에 설립된 럭셔리 리조트 Cliff House (현재는 식당으로 운영)나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실내 수영장이었던 Sutro Baths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Sutro Baths – 과거와 현재

1900년대 초반, 샌프란시스코 만으로 진입하던 선박은 암초, 안개, 바람 등 악조건으로 인해 침몰하는 사고가 잦았는데, 그 수가 약 300여 척에 이르렀다고 한다. 썰물 때 Lands End에서는 아직도 좌초된 선박의 흔적을 볼 수 있고, 혹시 해변으로 쓸려오는 골동품 하나 발견하는 행운이 있을지도 모르는 곳이다.

Labyrinth in Lands End 

Photo by Mike Kepka, The Chronicle

Lands End에 있는 예술작품 하나. – 현지 예술가인 Eduardo Aguilera의 “Labyrinth (미로)”. 워낙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다 보니 훼손이 심해 2015년 8월 복원을 마쳤으며, 금문교를 뒷배경으로 해서 독특한 포토 스팟이 될 수 있다.

발에 붙는 모래, 소금기 있는 바닷바람 싫어하는 분들은 해안가 드라이브만으로도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도 있지만, 모래를 밟고, 해변에 앉아 그 바닷바람을 느껴보자. 태평양의 차가운 기운, 따사로운 햇살. 그 조화가 꽤나 감동적이니. 

굳이 바베큐 그릴 데우며 음식 만드는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와인 한 병, 맥주 한 캔, 스낵 한 봉지 가볍게 들고가 그 여유와 한가로움, 그리고 파도의 역동을 보아야 진정 “A Particular Kind of Heaven을 느낄 수 있다. 

차가운 바다 기운, 따사로운 햇살 – 차가운 파도를 잠재울 거 같은 햇살. 그 자연 앞에 정겨운 대화와 와인 한 두 잔.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만한 기억이 될 것이다.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다면, 이 짠한 느낌을 많은 사람들이 맛볼 수 있기를. 그 어떤 바다보다 강렬한 느낌을 선사할테니 말이다.

이런 태평양의 차가운 기운이 캘리포니아 포도재배에 최상의 조건을 부여하고 있다는 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 캘리포니아를 여행한다면, “미국와인 느끼기”도 빠질 수 없는 코스이다.  이제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서 출발, 나파와 소노마… 캘리포니아를 벗어나 오레곤 주까지. 여행길 따라 마음도 글도 풍성해 질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