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장에 갔다. 무언가를 사러 간 것은 아니었고, 월급도 받은 겸 친구에게 맛있는 곳에 한번 가보자고 했더니 음식점이 아닌 시장으로 먼저 나를 안내해 줬다.
맛집을 대신하여 간 곳은 신당동 ‘서울 중앙시장’이었다. 서울 중앙시장은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과 더불어 서울 3대 시장으로 불리는 곳이다. 시장이 처음 생겼던 1960년대 초에는 주로 양곡을 판매하는 시장이었지만, 1960년대 중후반부터는 닭이나 돼지의 부산물을 파는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곳에 친구가 나를 데려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이유는 도착하자마자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시장에 도착했더니 내가 평소에 알고 있던 시장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시장 안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음식점 투성이었다. 칼국수, 반건조 생선, 어묵, 베트남 쌀국수, 통닭, 칵테일 등… 당최 종잡을 수 없는 다양한 음식점들은 마치 놀이공원에 온 듯한 설렘을 선사해 줬다.
2022년, 서울 중앙시장의 발견
서울 중앙시장에는 작년부터 인파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검색량 추이만 봐도 2021년 대비 2022년에 2배 가까이 검색량이 많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기존의 평균치를 웃돌게 된 원인이라 할 수 있는 달 2개가 있는데, 바로 4월과 10월이다. 4월에는 성시경의 유튜브 콘텐츠 중 하나인 <먹을텐데>에서 서울 중앙시장이 소개됐고, 10월에는 tvN의 놀라운 토요일에 소개되기도 했다. 현재 서울 중앙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옥경이네 건선생(2015)’부터 ‘심세정(2017)’, ‘하니 칼국수(2022)’ 모두 시장이 유명해지기 전부터 있었으니, 어떻게 보면 힙당동은 만들어졌다기보다는 발견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사람을 모으는 콘텐츠
우연한 기회로 발견이 되었다면 그다음으로 중요한 건 지속력이다. 그랬을 때 신당 중앙시장은 꽤 오랫동안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곳이 될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콘텐츠’ 때문이다. 시장 안의 수많은 식재료도 콘텐츠라 볼 수 있겠지만,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느냐고 한다면 그건 아니기 때문에 결코 사람을 모을 수 있는 콘텐츠는 아니라 본다.
하지만 음식점은 다르다. 우리는 식재료를 사서 요리할 필요는 없지만, 무언가를 먹는 행위는 꼭 필요하므로 음식점에는 사람을 모으는 힘이 있다. 그 음식점이 다양해서 많은 사람의 취향을 다 감싸줄 수 있다면 그 힘은 더욱 커질 것이다. 다시 말해 다양한 음식점이 있는 서울 중앙시장에는 사람을 모을 수 있는 강한 힘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경동시장과의 차이점
개인적으로 반대의 사례는 경동시장이라 생각한다. 경동시장은 스타벅스가 들어선 작년 12월부터 2달간 검색량이 올라갔지만, 그 뒤로는 계속 하락세를 달리고 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을 모으는 콘텐츠가 스타벅스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경동시장 안에는 정말 저렴한 가격과 좋은 품질을 갖고 있는 과일, 돼지고기가 있고 주변에는 통닭 골목도 있는데 이런 것들이 같이 발견될 수 있는 방법으로 나아갔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혹시라도 이미 서울 중앙시장을 모두 섭렵했다면, 시장 반대편에 있는 동네로 넘어가 보는 것도 추천한다. 작은 공원부터 길거리에 늘어져 있는 간이 테이블을 보면 신당동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