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번기인 여름철에 마시기 위해 만들어진 맥주인 세종(Saison)은 벨기에의 왈롱(Wallon) 지방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왈롱 지방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데, 농번기 한 철 동안 즐기는 술이라 하여 시즌(Season)을 뜻하는 프랑스어, 세종(Saison)이라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농가에서 만들어져 ‘팜 하우스비어(Farmhouse Beer)’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초기의 세종은 농사일하면서 마시는 술이기에 3~3.5도 정도의 저도수의 술이었으나 20세기에 들어오면서 6도까지 올라갔습니다.
다른 효모들과는 달리 세종 효모는 발효 온도가 26도로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 적절히 발효가 잘됩니다. 봄에는 야외에 두어도 큰 문제 없이 맥주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도 맥주가 성행하기에 좋은 요소가 되지 않았을까 예상합니다.
세종은 효모에서 오는 하얀 후추 같은 스파이시한 캐릭터와 오렌지, 레몬과 같은 프루티함이 잘 어우러집니다. 더하여, 높은 탄산감과 드라이한 피니쉬를 가지고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세종의 맥주에 다양한 부재료와 배럴 숙성, 다른 효모 종과의 배합 등을 통해 다양하게 생산됩니다.
아래에는 이런 세종을 대표하는 맥주들과 특별한 캐릭터를 가진 세종들에 대해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세종 듀퐁(Saison Dupont)
세종을 설명하기에 아주 적절한 맥주로, 스타일의 정석 같은 것으로 생각하셔도 무방할 정도의 맥주입니다. 과거에는 마트와 바틀샵 등에서 아주 쉽게 구할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마트에서 보기가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밝은 외관과 함께 강한 탄산기가 있는 이 맥주는, 효모로부터 나타나는 스파이시함과 프루티함이 잘 어우러집니다. 홉과 맥아의 캐릭터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편은 아니며, 깔끔한 목 넘김을 가진 것이 특징입니다.
세종은 고수와 같은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과 곁들여 드시면 더욱 맛있게 드실 수 있으니 한 번쯤 드셔보시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라시렌, 와일드 세종(La Sirene, Wild Saison)
라시렌(La Sirene)은 호주 멜버른에 설립되어 세종과 더불어 다양한 팜 하우스 에일들을 현대적인 방법으로 재해석하여 생산하는 양조장입니다. 이 양조장에서 만든 와일드 세종은 자신들의 양조장에서 발견된 ‘자연 효모(Brettanomyces)’를 이용하여 만들어져 쿰쿰한 맛들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드라이 호핑(Dry-hopping)의 과정을 통해 레몬과 같은 시트러스한 과일의 풍미도 더해진 것이 특징입니다. 더하여 세종 본래 특징인 스파이시함의 캐릭터도 나타나는데 이러한 맥주는 쿰쿰함과 숙성시킨 배럴의 풍미, 세종의 캐릭터가 다 더해져 다채롭고 풍부한 맛들을 다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맥주는 레몬 시럽을 뿌린 염소 치즈(goat cheese)와 드시면 더욱 맛있게 드실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쿰쿰한 풍미를 싫어하는 분이라면 이 맥주와 페어링은 추천해드리지 않습니다.
브루클린, 소라치에이스(Brooklyn, Sorachi Ace)
일본 훗카이도에서 생산되는 소라치 에이스(Sorachi Ace) 홉을 이용하여 만든 세종 맥주로, 레몬의 캐릭터가 느껴지는 홉의 품종이 더해진 맥주이기에 기존 세종보다는 훨씬 더 진한 시트러스한 캐릭터가 잘 나타납니다.
7.2도의 높은 도수는 끝으로 갈수록 느껴지긴 하나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에 드라이한 피니쉬를 가졌습니다. 아주 약간의 산미와 레몬의 시트러스함, 효모로부터 오는 스파이시함은 다채로우면서도 적절한 밸런스를 잘 이루고 있습니다.
다른 세종과 같이 강한 탄산감을 가져 마치 샴페인을 마시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이 맥주는 해산물이 들어간 요리와 같이 드시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으며, 강한 소스나 구운 것보다는 약간의 드레싱이 곁들여진 해산물 요리면 더 잘 어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