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알코올’ 와인과 맥주, 샴페인 등의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이를 즐기려는 고객들이 급증하는 모양새다.
그런데 정말 ‘무알코올’을 표방한다는 이들 제품이 100% 알코올 무첨가 성분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 맛과 향이 기존 주류 제품들과 비교해 큰 차이점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무알코올을 표방하는 이들 제품에 대해 청소년과 알코올을 피하려는 상당수 고객이 믿고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연이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무알코올 제품들의 상당수가 겉으로는 ‘무알코올’을 주장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소량의 알코올 성분을 포함하고 있을 것이라는 짐작과 함께, 지나친 섭취는 건강과 다이어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해오고 있다.
반면, ‘무(無)’ 알코올음료를 두고 이 같은 뜨거운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사실상 알코올 제거 음료들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이전보다 크게 증가했다는 증거라는 평가다. 실제로 최근 온/오프라인 매장에는 ‘무알코올’ 와인 제품 수십여 가지가 진열대를 가득 메우고,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 무알코올 주류를 검색만 해도 다수의 제품들이 줄줄이 검색될 정도이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자칭 남녀노소 누구나 믿고 마실 수 있는 ‘무알코올’을 외치며 등장한 이들 음료들은 정말 100% 무알코올 성분일까? 또, 알코올 제거 무알코올 와인과 일반 포도 주스의 차이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궁금증이 뒤따르고 있는 양상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무알코올 와인은 일반적인 와인 제조 공정 중 오직 알코올만을 제거한 상품이다. 발효 과정을 완전히 마친 와인 본래의 향과 맛은 그대로 간직한 채 오직 알코올 성분만 제거된 일종의 음료인 것.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가장 큰 매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무알코올 ‘와인’은 그동안 와인을 좋아하면서도 알코올 성분 탓에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상당수 와인 러버들이 선택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 음료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시중에 유통 중인 일반 와인 상품과 비교해 평균 3분의 1 수준의 저칼로리 음료라는 점에서 최근에는 다이어터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아오고 있다.
맥주와 양주는 물론이고 그 깊은 향과 맛에 가치가 부여된 와인에 이르기까지 최근 몇 년 동안 이 분야 제조 업체들은 저마다 저알코올 또는 무알코올 제품 생산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화이트 와인부터 레드, 로제, 스파클링 와인까지 알콜이 제거된 제품 다수가 출시되면서 무알코올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알코올을 제거한 무알코올 와인의 탄생은 무려 100년이 넘는 세월을 가지고 있다. 그 시작은 지난 19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최초로 알코올 제거에 성공한 연구자는 칼융 박사로 알려져 있다. 그가 개발한 이 기술은 100여 년이 지난 현재에도 전 세계 다수의 업체들이 활용할 정도로 정교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시중에 유통 중인 무알코올 음료들은 정말 100% 무알코올 성분이 맞을까? 정답은 NO다. 실제로 이 분야 전문가들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 중인 무알코올 와인의 경우에도 소량의 알코올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와인 1병당 최대 0.3% vol. 수준의 알코올 잔류량이 남아 있는 상태로 유통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이는 생리적으로 영향을 미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안심하고 즐길 수 있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알코올의 상당수가 제거된 이들 제품에 대해 ‘무(無)’ 알코올이라는 명칭을 붙이는 것이 당연한 선택인지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소량이라 할지라도 알코올 성분이 포함된 제품에 무첨가라는 명칭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인 셈이다.
하지만, 현재 다수의 국가에서는 일반 와인의 경우 최소 알코올 농도 8%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기준을 두고 운영해오고 있다. 즉, 8% 이하의 와인에 대해서는 와인이라는 정식 명칭 대신 와인을 기반한 음료로 분류해오고 있는 것.
다만, 1.2% 이하 알코올 수치를 나타내는 와인을 기반한 음료를 지칭하는 용어는 총 4가지로 분류에 세분화해오고 있다. 알코올 농도 1.2% 이하의 음료에 대해서는 ‘저알코올’ 음료라는 명칭을, 0.5% 이하의 알코올 농도의 음료에 대해서는 ‘비알코올’ 또는 ‘탈알코올’ 음료라고 지칭하도록 했다. 또, 0.05% 이하의 알코올 농도 음료들은 일반적으로 ‘알코올 프리’, ‘무알코올’ 음료 등으로 불린다.
이 같은 관습 역시 소수의 알코올 농도 차이를 두고 서로 다른 명칭으로 부르는 것은 결과적으로 고객의 혼란을 부추길 뿐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런던에 본부를 둔 포트만 그룹이 실시한 연구 결과, 영국인 중 약 68%가 해당 용어들에 대해서 혼란을 겪기 쉽다고 답변했다. 때문에 영국에서는 최근 0.5% 미만의 알코올 농도를 가진 와인에 대해서 일괄적으로 ‘무알코올’ 와인으로 분류하는 기존 독일의 관습을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 같은 설왕설래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알코올 향이 진하게 남아 있어서 알코올 함유량에 대한 의심을 가질 수 있으나, 이는 단지 시음 과정 중 느끼는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게 이 분야 전문가들의 일관된 평가다. 즉, 오랜 기간 동안 즐겨왔던 기존 와인에 대한 기억이 우리의 뇌에 진하게 남아 있는 탓에 알코올 함유와 동일한 효과를 느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무알코올 와인과 일반 시중에서 판매 중인 달달한 맛의 포도 주스의 가장 큰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바로 단맛의 강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포도 주스가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은 주스인 반면, 무알코올 와인은 일반 와인과 동일한 발효 과정과 숙성 과정 등을 거친 뒤 최종 단계에 이르러서야 알코올이 제거된다. 바로 이 점에서 무알코올 와인은 포도 주스보다 훨씬 덜 단 맛으로 제조되고, 진정한 와인과 동일한 수준의 고품격 와인의 맛과 향을 향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무알코올 와인은 일반 와인 제조 과정과 동일하게 정확한 숙성 과정과 시기를 감내해야 한다. 바로 이 숙성 과정에서 무알코올 와인은 깊은 맛과 향을 낼 수 있게 되고, 제조가 끝난 제품은 다시 오크통에 옮겨져 다양한 방법으로 그 맛과 향의 숙성 정도가 결정되게 되는 셈이다. 그야말로 맛과 향은 그대로 유지한 채, 알코올이라는 성분만 제거해 섭취 시 부담스러운 부분을 제거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덕분에 영국에서는 올해 들어와 무알코올 와인을 섭취하는 고객들의 주문량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우버이츠’는 지난 1월 기준 가장 많은 양의 주문을 기록한 상품으로 ‘무알코올 주류’를 꼽았다. 해당 업체 측은 무알코올 주류의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고, 그 가운데 무알코올 칵테일 주문량은 지난해와 비교해 무려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영국 및 아일랜드 우버이츠 지사장 투생 왓틴느(Toussaint Wattinne)는 “새해 들어와 금주를 선언했던 이들 중 상당수가 금주를 포기하는 대신 무알코올 음료에 관심을 기울인 것”이라면서 “무알코올 음료에 대한 선호도 증가는 곧 보다 건강한 생활을 하겠다는 목표를 고수하기 위한 가장 좋은 선택지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무알코올 와인에는 식물성 물질인 폴리페놀과 다량의 수분이 기존 와인과 동일한 수준으로 함유돼 있다. 폴리페놀은 특히 심장 및 순환기 계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이다. 또, 항산화 성분인 레스베라스톨은 지방 세포의 형성을 억제와 혈관 건강에 탁월한 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레스베라트롤은 와인이 발효될 때 생성되는 물질로, 항산화 물질이라는 점에서 지방 연소 효과로 이어지는데 큰 효과가 있다. 즉, 무알코올 와인 섭취 시 기초 대사량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이 효과는 헬스장에서 약 1시간가량 운동한 효과와 유사한 수준의 다이어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뿐만 아니라, 잠들기 전 마시는 무알코올 와인 한 잔을 진정제 역할을 해서 불면증 개선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