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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바 Talk] 보르도 와인 이야기 1

[와인바 Talk] 보르도 와인 이야기 1

Emma Yang 2021년 3월 31일

스물아홉 번째 와인바 Talk, 보르도 와인 이야기 1

와인 고르기는 사실 정말 어렵다. 밀봉된 병은 와인 냄새를 맡기도 색깔을 정확히 확인하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와인 레이블만 보고 내 입맛에 맞는 와인을 고를 수 있을까? 필자의 와인바에 방문한 손님들도 그렇다. 와인 선택을 도와주는 소믈리에가 있다고 하더라도 설명을 듣고 맛을 상상하는 것뿐이라 선뜻 믿음이 가지 않을 수 있다.

그런 경우 고급 와인으로 생각되며 ‘믿고 마실 수 있다.’는 프랑스 와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 한때는 국내 수입량부터 다른 나라 와인과 몇 배나 되는 현격한 차이를 보일 정도로 독보적으로 사랑 받던 와인이 프랑스 와인이다. 하지만 현재는 칠레와 스페인 와인에 뒤처져 흔히 ‘가심비’가 떨어지는 와인으로 취급받고 있다.

[와인 선택은 항상 어려운 일이라 기준을 갖고 판단해야 한다.]

프랑스 와인은 왜 믿고 마실 수 있는 와인에서 가격 대비 만족도가 떨어지는 와인이 되어버렸을까? 최근 국내 와인 수입 시장을 살펴보면 친근한 와인 문화 전파 등의 목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칠레나 스페인 와인 등이 공격적으로 수입되었고, 그에 반해 프랑스 와인은 고급 와인 중심으로 수입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물량과 금액에 따른 국내 와인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칠레, 스페인, 이탈리아에 밀려 수입량이 4위 정도인 프랑스 와인의 금액별 시장 점유율은 부동의 1위이다. 결국, 고급 와인 시장에서는 아직도 프랑스 와인이 최고로 평가되며 수요 또한 꾸준하다는 이야기다.

프랑스 와인 중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아마 보르도(Bordeaux) 와인일 것이다. 프랑스 와인을 언급하며 보르도 와인을 말하지 않는 사람이 없고, 국내에 가장 많이 수입되는 프랑스 와인이기도 하다. 보르도는 프랑스 남서쪽에 위치해 길이 80km에 폭 최대 10km나 되는 지롱드강이 흐르고 도르도뉴강과 가론강이 가로지르는 비옥한 땅이다. 대서양에 인접하여 온대 해양기후를 띠며 포도가 숙성해서 수확하기 전까지 중요한 시기인 8~10월에 일조량이 풍부하고 기온 차가 적어 와인이 생산되기 좋은 지역이다.

[와인 레이블에 보르도 와인이라고 표기되어 있다고 다 고급 와인은 아니다.]

보르도 와인이 전반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훌륭하게 생산되고 있지만 와인 레이블에 보르도 와인이라고 표기되었다고 다 고급 와인으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고급 와인들의 경우 와인 생산지역이 더 세세하고 작은 마을 혹은 포도밭 단위까지 표기되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보르도 지방 역시 고급 와인이 주로 생산되는 지역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레이블에서 이를 잘 살펴봐야 한다.

보르도 지방 중에서도 최고급 와인 산지라 일컬어지는 메독(Médoc)지역의 와인 이야기는 1855년 나폴레옹 3세가 파리 세계박람회 때 보르도 와인을 여러 나라에 소개하고자 보르도 와인의 분류를 보르도 상공회의소에 의뢰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보르도 상공회의소는 보르도 주식거래소 산하 와인 중개인 조합에 지롱드(Gironde) 지방의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의 분류를 요청했는데, 1787년 토머스 제퍼슨 등이 만들어 오랜 기간 동안 비공식적으로 형성되어 있던 메독 와인의 등급 분류와 그 당시까지의 거래 가격 등을 참고하여 메독 지역 60개 샤또 및 그라브 지역의 샤또 오-브리옹(Château Haut-Brion)을 합쳐 총 61개의 레드 와인을 5개의 그랑 크뤼 클라세(Grand Cru Classé) 등급으로 분류하였다.

[메독 지역의 와인 60개와 그라브 지역의 와인 1개를 5개의 등급으로 나누어 지정하였다.]

1855년 그랑 크뤼 클라세 등급이 제정된 이후로 1973년 단 한 번, 2등급이었던 샤또 무똥 로칠드(Château Mouton Rothschild)가 1등급으로 상향 조정되었을 뿐 현재까지도 이 등급 분류가 바뀌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성실한 노력으로 자신의 등급을 훨씬 뛰어넘는 품질을 보여주는 와인도 있지만, 오히려 와이너리의 관리 소홀로 인해 품질이 떨어져 자신의 등급만큼 이름값을 못 하는 와인도 많다. 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200년이 다 되어가도록 바뀌지 않는 등급에 대한 생산자들의 불만도 많고 일반 소비자들의 혼란도 많다.

와인바에서도 손님들의 그랑 크뤼 클라세 와인의 경험담을 종종 듣는데, 비싼 돈을 지불하고 등급 좋은 와인을 구매했는데 기대했던 것에 못 미쳤다는 이야기가 반, 너무나 훌륭해서 쟁여두고 마시고 싶다는 의견이 반이다. 아무래도 와인의 가격이 반영되어 등급이 정해졌다 보니 그랑 크뤼 클라세 와인의 가격은 대부분이 높은 편이다. 장기 숙성을 염두에 두고 양조를 하므로 좋은 빈티지의 와인이 잘 보관된 채로 오랜 시간이 지나면 그 값어치는 계속 상승하게 된다. 20년 이상 보관해 숙성된 와인의 맛을 즐기기엔 보르도 그랑 크뤼 클라세 와인만 한 것이 없다.

[쌩떼밀리옹의 포도밭]

메독 지역의 와인으로만 등급을 분류했으나 보르도에는 메독 뿐만 아니라 쌩떼밀리옹(Saint-Émilion)이나 포므롤(Pomerol)과 같은 메독 지역에 뒤지지 않는 고급 와인 생산지가 있다. 1855년 당시 와인의 등급 분류에서 이곳들이 제외되었지만 그랑 크뤼 클라세 1등급 와인들보다 더 높은 가격을 형성하며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페트뤼스(Pétrus) 와인이 포므롤 지역에서 생산된다. 최고급 와인 중 하나인 슈발 블랑(Cheval Blanc)이나 샤또 오존(Château Ausone) 와인은 쌩떼밀리옹 지역에서 생산된다.

포므롤은 공식적인 등급의 분류가 없고 쌩떼밀리옹은 1954년에 처음 만들어 메독 지역과 다르게 10년에 한 번씩 등급을 재지정한다. 프랑스 최고의 스위트 와인 생산지인 소떼른(Sauternes)과 바르삭(Barsac) 지역도 보르도 지방에 속해있다. 이 지역의 와인은 1855년 메독의 그랑 크뤼 클라세가 지정될 때 함께 분류되었다. 지난 [와인바 Talk] 스위트 와인 편에서도 언급했던 샤또 디껨(Chateau d’Yquem)은 이 지역에서 단 하나의 와인에만 부여한 특등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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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ma Yang

모두가 와인을 쉽고 재밌게 마시는 그 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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