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노마 샤르도네를 새로 한 병 마셔본다면 12개월 동안 야생 효모와 함께 발효시킨 것은 어떤가? 제인 앤슨이 아리스타 와이너리에 다녀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잠시 과거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야기는 훌륭한 드라이 화이트 와인을 만들어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드니 뒤부르디유(Denis Dubourdieu) 교수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와인 세계에 미친 가장 큰 영향력인 발효를 더 쉽고, 빠르고,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효모종을 분리시켜 번식시키는 방법은 훨씬 덜 알려져 있긴 하지만 말이다.
보르도 양조학교에서 이 주제에 관해 그의 수업을 듣고 나니 포도 속 당분을 알코올로 바꾸어주는 사카로마이세스 세레비지에(saccharomyces cerevisiae) 효모와 기이한 일종의 유대감이 생기는 것은 물론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연스레 자신의 일을 해내는 야생 효모에도 특히 관심이 갔다.
이것이 바로 캘리포니아 소노마 카운티에서 열린 빈엑스포 익스플로러 테이스팅을 마친 뒤 러시안 리버 밸리에 위치한 아리스타 와이너리에서 현미경 속을 들여다보게 된 이유였다. 거기에는 발효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든 2017 샤르도네의 효모 세포가 담겨 있었다. 그렇다. 2018년의 포도가 셀러 안으로 들어가고 며칠이 지났는데 2017년의 발효액을 보게 된 것이다.
느린 발효는 사실 요즘 들어 유행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몇 주 전, 뢰데러 샴페인의 장-밥티스트 레카이용이 독보적인 이번 2018 포도에 자생 효모를 사용하고 복합성을 더욱 얻기 위해 두 달 이상 발효를 시켰다며 “슬로 푸드”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아리스타는 이런 개념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 것이다.
“발효를 일 년이나 시킨다는 게 미친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교과서에도 절대 나오지 않을 이야기죠. 그렇게 하려면 현미경을 가지고 작업을 많이 해야 합니다. 효모 수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이상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지 늘 주의해야 해요. 그리고 발효통 위쪽에 빈 공간이 생기지 않도록 증발된 양을 항상 채워주어 산소를 매우 철저히 통제하고, 온도는 18도 정도로 낮게 유지해야 합니다. 절대 발효 과정을 급하게 시작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 몇 달 동안에는 현미경 속에 완전히 야생 효모만 보일 수도 있습니다. 끝에 가서야 사카로마이세스 세레비지에 효모가 완전히 장악하는 게 옳죠. 강력한 발효 효모는 아니지만 그것이 와인에 복합성을 더해준다고 믿습니다.” 아리스타의 와인메이커 매트 커트니가 해준 말이다.
내가 보기에 이것은 조금 창의적이긴 하지만 상당히 강박적인 것 같기도 하다. 이 와인들 – 피노와 샤르도네 둘 다 – 모두 집중력이 있고, 풍미로 가득하고, 선명하고, 지속성이 있으며, 무엇보다도 맛있다. 사실 캘리포니아에서 이런 품종들을 맛보고 충격을 받을 줄은 예상도 못했다. 특히나 그 전에 며칠 동안 오리건에 머물며 드루앵(Drouhin), 이브닝 랜드(Evening Land), 아이리 빈야드(Eyrie Vineyards), 도멘 세렌(Domaine Serene)의 훌륭한 와인들을 맛본 터이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아리스타의 와인은 어떤 면에서도 그들 와인에 모자람이 없었다.
커트니가 예전에 일하던 마카상(Marcassin)에서 팀원들을 데려와 함께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마르카생은 헬렌 털리와 존 웨트로퍼가 세운 곳으로 미국에서 가장 칭송 받는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를 생산하는데, 그는 이곳에서 8년간 근무하다가 2013년에 아리스타로 터전을 옮겼다. 포도밭 책임자인 코리 스튜어트와 부 와인메이커 고든 밀러 두 사람 다 마카상에서 함께 근무했기에 사용하는 효모의 종류에 그다지 연연할 필요 없는 엄격한 생산 공정을 확립해둘 수 있었다. “마카상에서도 느린 발효를 중요시했습니다. 하지만 최대 4개월 정도였죠. 하지만 이곳에서 우리는 과감하게 신념을 가지고 행동합니다.” 밀러의 말이다.
커트니가 예전부터 풍미에 집착할 정도로 그것을 중시했다는 점도 영향을 준다. 와인메이커가 되기 전 그는 마스터 소믈리에 시험을 준비했고, 캘리포니아 버클리 셰즈 파니스에서 웨이터로 일하며 대학교 등록금을 벌었다. 맥윌리엄 가문에 의해 고용되어 아리스타에 들어갔는데 지금 이 곳은 벤과 마크 형제가 수장으로 있다.
이 가문은 25년 동안 소노마에서 농업을 해왔고, 오랫동안 소노마부터 오리건, 산타 로사 힐스까지 서부 해안가 전역에서 사온 포도로, 그것도 많은 수의 품종을 가지고 이 지역의 포도 압착 시설을 이용했다. 그러던 중 2002년에 하퍼스 레스트 농장을 사들여 그곳에 자신만의 양조장을 지은 뒤 대부분의 일을 스스로 하기 시작했다. 벤과 마크의 아버지 앨은 그곳에서 쓰는 가구도 대부분 직접 만들었고 지금은 풀타임 포도밭 관리팀과 함께 모든 걸 그곳에서 만든다. 아리스타 또한 집중하는 분야를 극적으로 줄였다.
“우리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겁니다. 우리는 러시안 리버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를 생산하는 회사이고,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와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 2013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초점은 양조장이었지만 지금은 포도밭입니다. 세 군데 포도밭에서 아홉 개의 구획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모두 러시안 리버에 위치하지요. 포도밭과 셀러에서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최고의 자연 산도, 풍미의 깊이, 복합성을 얻어내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피노와 샤르도네 열매의 가격은 소노마 다른 곳보다 러시안 리버의 가격이 더 높기 때문에 와인메이커들이 안전하게 가려는 경향이 있지요. 하지만 우리는 그 이상을 해내고 싶습니다.” 마크 맥윌리엄의 말이다.
아리스타, 리치 빈야드 샤르도네, 러시안 리버 밸리 2016(Arista, Ritchie Vineyard Chardonnay, Russian River Valley 2016)
이것은 올해 내가 맛본 샤르도네 중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다. 한 병 살 것을 적극 추천한다. 기름진 맛은 전혀 없으면서도 진하고 풍미로 가득하며, 짜릿한 시트러스 과일 껍질 풍미가 여운의 짭짤한 맛으로 상쇄된다. 그 모든 풍미가 그저 계속 이어진다. 구조가 매우 좋고 병에서도 복합성을 더해갈 것이 확실하다. 포도나무 수령이 50년을 향해 가고 있다. 와인은 배럴에서 자생 효모로 발효시켰고 35% 새 오크를 썼으며, 1차 발효는 9개월 거쳤다. 거르거나 정제하지 않고 병입했다. 마시기 좋은 시기: 2019-2030년, 95점
아리스타, UV 럭키 웰 빈야드 피노 누아, 러시안 리버 밸리 2016(Arista, UV Lucky Well Vineyard Pinot Noir, Russian River Valley 2016)
러시안 리버에서 최대한 서쪽으로 위치하여 소노마 해안 방향에 위치한 포도밭에서 난 것으로서 관대한 피노 풍미가 느껴진다. 아삭한 즙으로 가득 찬 듯한 짭짤한 레드커런트 과일 풍미가 대단히 향기롭다. 향기가 피어나며 미묘한 스모크 향을 드러낸다. 25% 정도 송이째 발효시켜 산도가 유지되었고 미네랄 풍미가 아름다운 균형을 이룬다. 부드러운 과일 풍미가 여운까지 이어진다. 거르지 않고 병입했으나 자연적인 안정 상태를 얻기 위해 발효 후 스테인리스스틸 탱크에서 6개월을 보냈다. 마시기 좋은 시기: 2020-2032, 94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