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를 떠올리는 사람들에게 8개의 섬으로 이뤄진 이곳은 ‘지상낙원’, ‘파라다이스’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해외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하와이의 외관과 여행사 등이 소개하는 이 일대에는 푸른 바다와 잔잔히 밀려오는 파도, 그리고 그 곁을 여유롭게 걷는 여행자들의 모습이 담겨 있는 탓이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파라다이스 하와이에서 서너 블록만 벗어나면 이곳 역시 이른 아침이면 출근 준비로 부산한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이면 마트에 들려서 저녁 찬거리를 구매해 돌아오는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곳일 뿐이다. 그저 보통의 삶을 사는 보통의 사람들을 위한 ‘삶’의 터전으로의 하와이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 역시 이들 중 한 사람으로 짧지만 강렬한 ‘현지인’ 체험을 하는 동안, 푸른 바다와 적당히 기분 좋을 만큼 데워진 태양이 내리쬐는 와이키키 해변보다는 주중은 일터에서, 주말은 인근 맛집을 찾아다니며 하와이의 좁은 골목 곳곳을 누비고 다니길 좋아했다.
이번 원고에서는 ‘여행지’로의 화려하고 세련된 하와이에 다소 지친 이들을 위해 비록 평범하지만 평범한 것 그 자체로 가장 ‘하와이스러운’ 로컬 카페의 멋과 맛을 전해드린다.
100% Hawaii Coffee of the day, ‘로컬 조(Local joe)’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동네 카페 분위기의 ‘로컬 조’는 와이키키와는 버스로 20여 분, 걸어서는 40여 분 거리의 제법 먼 지역에 자리 잡은 카페다. 이런 이유 탓에 주로 찾는 고객들은 ‘현지인’이 대부분이다.
인접한 지역에 대규모로 조성된 ‘차이나타운’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 때문에 검은 머리, 검은 눈의 아시안을 쉽게 만날 수 있는데, 필자 역시 그들과 같은 처지의 ‘단골’이다.
이 집 주인장 내외는 항구가 보이는 바로 이 장소에서만 약 20여 년을 운영했다고 하는데, 대부분 지역에서 스타벅스나 커피빈과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승승장구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20년이라는 세월을 한자리에서 지켜낼 수 있었던 이 집 만의 장점이 궁금해진 이유다.
이 집에서 가장 인기리에 판매되는 메뉴는 일명 ‘허니 라떼(Honeymoon Latte)’로 불리는 달달하면서도 고소한 맛의 정통 카페라떼다. 한국에서 맛본 익숙한 향의 라떼와 유사하지만 한국의 카페라떼가 단맛을 느낄 수 없는 쌉싸름한 향을 지녔다면, 이곳에서 판매되는 허니 라떼의 맛은 달달한 향이 보존된 본연 그대로의 라떼 향에 가깝다.
라떼에서 느껴지는 달달한 맛의 주범은 하와이의 8개 섬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빅 아일랜드’에서 생산되는 현지 ‘토종꿀’이다.
최근에는 현지인들은 물론 해외 여행객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나 ‘월마트’나 ‘세이프웨이(safe way)’ 등에서도 저렴하게 판매되는 하와이 특산품 중 하나다.
허니라떼에 첨가된 주요 원료는 에스프레소와 빅 아일랜드에서 공수한 꿀(Big Island Honey), 그리고 유기농 우유(organic milk) 단 세 가지다. 그야말로 라떼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두 번째로 인기가 많은 메뉴는 베트남식 ‘콜드 브루’(Vietnamese Cold Brew)다. 카페 인근에 베트남과 필리핀 등 동남아지역에서 온 이주민들이 밀집한 집단 거주지가 소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베트남 현지에서나 맛볼 수 있을 것 같은 베트남식 콜드 브루 역시 이 집의 주요 메뉴로 판매된다. 콜드 블루 커피에는 극강의 달달한 향을 가진 연유가 무려 세 숟가락가량 첨가된다.
또 다른 이 집의 인기 메뉴는 단연 ‘타이 라떼(Thai Latte)’다. 태국 스타일의 ‘크리미’한 향의 커피로, 타이 라떼의 인기 역시 지역 거주민 가운데 동남아를 고향으로 둔 고객의 수가 많은 것에서 비롯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쿠바 스타일의 커피인 ‘쿠바노 라떼(Cubano Latte)’도 이 집에서만 판매되는 독특한 메뉴 중 하나다. 더블 에스프레소와 시나몬 가루, 로우 슈가 등이 첨가된다. 하와이에서 15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가야만 도착할 수 있는 머나먼 나라 ‘쿠바’의 쌉싸름한 향을 느끼기에 최적이다.
이 밖에도 파시픽 차이티라떼(Pacific Chai Tea Latte)’, ‘모카 티 라떼(Matcha Tea Latte)’, ‘하와이안마마키(Hawaiian Mamaki)’, ‘그린 에너지 스무디(Green Energy Smoothie)’, 과일 스무디(Fruit Smoothies)’, ‘믹스 베리 스무디(Mixes Berry Smoothie)’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돼 있다.
가격은 2~4달러 대로 저렴하다.
이 집의 또 다른 특징은 추가 팁 요금 없이 커피숍 내외부에 설치된 좌석에서 오랜 시간 잡담을 나누기 최적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하와이 소재 레스토랑, 커피숍에서 좌석 이용 시 제품 가격의 10%에 해당하는 팁을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아시안 문화가 자리 잡은 차이나타운 일대 만큼은 ‘팁’ 규정이 예외인 지역이다. ‘로컬 조’ 역시 추가 팁 지불 없이, 오직 메뉴판에 적힌 금액만 지불하면 음료와 좌석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Honolulu Roasters 110 Marin Street
*Hours
Good Food, Good Coffee, Good People, ‘슈어샷카페(Sure Shot Cafe)’
‘Good Food, Good Coffee, Good People’이라는 모토 하에 운영되는 로컬 커피숍이 있다. 이들이 지향하는 ‘모토’만 접하면 왠지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을 떠올릴 만큼 원대하게 느껴지지만, 사실은 동네 커피숍이라는 이름이 ‘딱’ 걸맞는, 현지인들이 북적이는 작은 커피숍이다.
필자가 출퇴근길에 주로 이용하는 버스정류장이 카페 근처로, 이른 아침부터 다운타운까지 통근 버스를 타려고 긴 줄을 선 직장인들이 이곳의 주요 고객이다. 하와이의 근로 시간이 오전 7시 30분 즈음에 시작돼, 오후 3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종료된다는 점에서, 슈어샷 카페 주인장은 직장인들의 출퇴근 시간에 맞춰 매일 오전 6시면 어김없이 영업을 시작한다.
버스 정류장 어귀에 도착할 때 즈음 코끝에 전해지는 향기로운 커피향에 마치 홀린 듯 커피숍 안으로 들어서는 것으로 이 근방에 거주하는 직장인의 하루가 시작되는 셈이다.
실제로 10석 남짓한 테이블로 단출하게 운영되는 커피숍이지만, 주인장은 이곳에서 판매되는 모든 커피콩을 직접 볶아 판매한다는 것을 큰 자랑으로 여긴다. 주인장은 이 점이 바로 ‘good coffee’의 모토를 실현하는 방법이라면서 집에서 손수 볶는 콩은 일반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점에서 판매되는 커피콩과 비교해 짧은 시간 약한 불에서 볶아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커피 이외에도 차이티, 핫초코, 레모네이드, 이탈리안 소다 등도 구비돼 있다. 가격은 2~3달러 대. 살인적인 물가로 유명한 하와이라는 점에서 현지 직장인과 인근의 하와이 캠퍼스 재학생을 겨냥한 합리적인 가격대가 매력적이다.
뿐만 아니라, 매일 아침 구워내는 데일리 페이스트리와 베이글, 토스트, 샌드위치, 수프, 샐러드와 채식주의자를 위한 홈메이드 그레놀라 제품류가 오전, 오후 시간별로 진열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단, 주인장 내외가 운영하는 소규모 카페라는 점에서 다양한 디저트들을 구워내는 시간을 예측할 수 없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오직 주인장의 컨디션에 따라서 매일 조금씩 다른 시간대에 진열장을 채운 페이스트리를 확인하게 되는 셈이다.
또, 주말에만 구워 판매하는 주말 특선 메뉴로 집주인이 직접 반죽한 와플 구이가 있다.
음료는 2~4달러대. 베이커리류 5달러대.
필자 추천은 극강의 달달한 맛이 당기는 날에 적당한 거친 식감의 조각 케이크과 스콘이다.
*1249 Wilder Ave. Honolulu, HI 96822
*H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