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은 14억 인구를 이끄는 중국의 수도라는 아성만큼이나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지방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23곳에 달하는 성(省)과 약 1천여 곳에 달하는 중소도시, 그리고 헤아릴 수조차 없을 만큼 다양한 현 단위 지역까지. 베이징에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사연과 꿈을 안고 살고 있다.
그런데 이다지도 다른 세월과 경험을 가진 이들의 입맛을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사로잡고 있는 베이커리 전문점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베이징에서 단 며칠이라도 여행했던 경험이 있는 이라면 한 번쯤 빼놓지 않고 맛보았을 것 같은 내로라하는 현지 ‘빵집’을 소개한다.
더욱이 그 가운데에는 중국 대륙 본토에서 성장한 국내 기업인 ‘웨이두오메이(味多美)’와 ‘진펑청샨’ 외에도 각각 싱가포르와 타이완에서 상륙한 ‘브레드토크’와 ‘85도씨’가 포함돼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지금부터 서로 다른 입맛을 가진 ‘베이징런(北京人)’을 사로잡은 베이커리들의 매력을 탐구해보자.
국내 브랜드 부동의 1위, ‘웨이두오메이(味多美)’
한국의 유명 베이커리 전문 브랜드처럼 해를 거듭할수록 커피를 곁들이는 카페 형식으로 변모를 거듭하고 있는 곳이다. 실제로 베이징 소재 대부분의 웨이두오메이에서는 아메리카노와 나이차 등을 판매 중이다. 특히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싼리툰과 중관촌 등의 일대에 자리한 웨이두오메이 지점이라면 커피류의 제품이 동시에 판매되고 있다.
웨이두오메이가 만들어내는 빵 맛의 특징은 비교적 단맛이 강하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 브랜드라는 점에서 해외에서 상륙한 베이커리 전문점과 비교해 저렴하다는 장점과 100% 수입산 우유만을 사용해 빵을 제조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얻었다. 몇 해 전 분유 파동을 경험한 중국에서 우유와 치즈 등의 유제품 만큼은 수입산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특히 케이크 제품은 기존 타 브랜드가 내놓은 것과 단맛이 약하고, 담백한 맛을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다. 달고 짠 것이 싫은 단백한 맛을 즐기는 이른바 ‘어른 입맛’을 가진 독자에게 적극 추천한다.
중국 느낌이 물씬 나는 진펑청샹(金鳳成祥)
중국 국내 브랜드 가운데 가장 중국 느낌이 물씬 나는 빵집이다. 가격 면에서도 가장 저렴하다. 2~10위안(약 4백 원~2천 원)이면 대부분의 빵을 맛볼 수 있을 정도로 타 브랜드와 비교해 2~3위안(약 400~600원)씩 저렴하다. 필자가 처음 베이징에 도착한 당시 맛본 중국 빵 맛도 바로 진펑청샹(金鳳成祥)의 것이었는데, 땅콩 크림이 매우 건실하게 들어간 빵 맛에 반해 중국 빵에 대한 편견을 일찌감치 버린 기억이 있다.
최근에는 일명 ‘나이테 빵’이라고 불리는 ‘니엔룬(年輪)’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특히 독일에서 제빵 기술을 배워왔다고 알려진 전문가에 의해 생산된 일명 ‘독일식 나이테 빵’은 그 외관이 자른 나무의 나이테처럼 생긴 것이 흥미롭다. 가격은 5.5~8위안(약 1,000 원~1,600원)이며 크기별로 다르게 판매된다. 다소 심심한 듯하면서도 고소한 맛 덕에 뒤돌아서면 다시 생각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물 건너왔다. 브레드 토크(BREAD TALK)
싱가포르에서 생겨나 중국은 물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 등 곳곳에 입점한 글로벌 베이커리 전문점이다. 몇 해 전에는 우리나라 명동에도 1호점 문을 열었다.
가격은 로컬 제과점과 비슷한 수준으로 5~10위안(약 1~2천 원), 케이크 제품 종류는 200위안대(약 4만 원)에 판매된다. ‘브레드 토크’에서 가장 유명한 빵은 ‘플로스(FLOSSS)’라고 불리는 말린 돼지고기를 가루로 빻아 빵 위에 고명처럼 올린 빵이다. 최근에는 매운맛을 즐기는 현지인들을 입맛을 저격하기 위해 ‘FIRE FLOSSS’라는 매콤 버전도 출시됐다.
‘플로스’의 유명세가 얼마나 큰지 이른 아침 또는 정오쯤 빵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 줄지어 구매해가려는 고객들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한국인의 입맛에는 낯선 육포와 같은 맛을 가진 빻은 고기를 올린 빵이지만, 오직 중국인을 위한, 중국에만 특화된 ‘브레드 토크’에서 판매 중이라고 하니 한 번쯤 맛보는 것도 좋다.
타이완에서 대륙으로 진출한 85도씨
베이징, 상하이 등 1선 대도시를 중심으로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껏 대형 백화점과 쇼핑몰에 빼놓지 않고 입점한 85도씨다. 타이완에서 상륙한 브랜드라는 점에서 세련된 맛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에게 유난히 인기가 좋았으나, 최근에는 중국 국내산 브랜드의 성장세에 밀려 2~3선 도시로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가격은 로컬 빵집과 비교해 2~3위안(약 400~600원) 더 비싸지만, 외국인의 입맛에는 한층 더 익숙한 맛이다. 이 집에서 빼놓지 않고 맛봐야 할 제품이 있다면, 부드러운 우유 식빵을 각지게 잘라내 뒤 향긋한 버터와 달걀물, 우유 등을 차례로 발라 구운 ‘니유나이샤오빠오(牛奶小包)’다. 특히 부드러운 빵 겉면에 적달히 발라낸 굵은 입자의 검은 설탕은 빵의 풍미를 배가시킨다는 평이다. 가격은 7위안(약 1400원).
다양한 케이크 종류도 입맛을 돋우는데, 오후 1시부터 6시까지는 진열된 모든 조각 케이크와 커피 또는 차 한 잔을 세트로 16~23위안(약 3~5천 원)에 구매할 수 있다.
필자가 추천하고 싶은 조각 케이크는 페이스트리가 겹겹이 올라간 초코케이크다. 가격은 11위안(약 2천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