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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퍼드와 함께하는 월요일. 샤토네프 뒤 파프를 통해 알아본 훌륭한 빈티지의 뉘앙스

제퍼드와 함께하는 월요일. 샤토네프 뒤 파프를 통해 알아본 훌륭한 빈티지의 뉘앙스

Decanter Column 2018년 7월 9일

앤드루 제퍼드가 2016년과 2015년을 비교해본다.

샤토네프 뒤 파프의 포도나무들 / 사진 제공: 장-루이 짐머만/위키피디아

지구 온난화 시대에 무엇이 좋은, 혹은 훌륭한 빈티지를 만드느냐는 질문은 매우 흥미롭다.

충분한 온기와 열매 성숙은 언제나 좋거나 훌륭한 빈티지의 기본 필수조건으로 간주되었다. 위도가 높은 포도밭일수록 이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던 중 2003년이 우리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지독하게 더웠던 여름 탓에 샹파뉴 지역의 이파리가 듬성듬성한 샤르도네 포도는 8월이 끝나기도 전에 바싹 말라버리고, 점토가 적은 자갈 토양의 포므롤과 마고 포도는 굶주린 낙타처럼 주저앉아 버렸다. 그 빈티지는 열기가 과연 얼마나 바람직한 것인지 되돌아보게 했다. 한 마디로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과하면 나쁜 것이다.

반대로 위도가 낮은 지역의 생산자들은 언제나 더운 여름을 신중한 눈으로 바라보았고, 높은 알코올 도수에 대한 비판으로 인해 지역 전체가 단단히 방어 자세를 취하고 있는 오늘날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심지어 서늘한 빈티지가 따뜻한 빈티지보다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예전에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이제는 받아들이는 이들도 나타났다.

믿고 싶은 생각이긴 하지만 그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아직 없다. 최소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에 이미 잘 적응된 포도 품종들은 그렇다. 길고 이례적으로 서늘한 계절이나 오락가락하는 계절은 분명 와인에 산뜻함, 신선함, 적당한 알코올 도수 같은 매력적인 특징을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내적인 풍성함이 부족하다거나, 병 숙성(고급 와인 생산지의 고유 특성)에 필요한 힘과 알맹이 같은 것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런 빈티지의 경우 열매가 고르게 익지 않거나 잘 익지 않을 수 있고, 이때 과일 풍미가 억제되거나 거칠어지거나, 타닌이 금세 사라지거나 하는 문제가 생긴다. 위도가 낮은(따뜻한 기후) 많은 지역에서 이런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2013년과 2014년 프랑스 남부 와인을 널리 테이스팅 해본 사람이라면 좋든 싫든 이런 특징들을 느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서늘하고 건조했던 랑그독의 2013 빈티지에 대한 초기 기대는 실현되지 못했고, 현재 일부 와인은 표현력이 조금 약하고, 향이나 풍미가 부족하며 이례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결론은 이렇다. 위도가 낮더라도, 지구온난화가 있더라도, 좋거나 훌륭한 빈티지는 여전히 관대한 계절을 필요로 한다. 존 글래드스톤이 “열매의 풍미와 아로마 성분이 쌓이고 보존되는 것”이라 정의한 ‘engustment’가 실현되려면 말이다. 그리고 오랜 세월을 견디는 훌륭한 와인은 그런 열매에서 발효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따뜻하고 관대한’ 계절을 말하는가? 그것이 핵심 질문이다. 그 점에서 샤토네프 뒤 파프의 2015년과 2016년 비교가 완벽한 본보기가 될 것이다. 최근 이 지역을 찾아 두 빈티지를 나란히 비교한 적이 있는데 매우 유익한 경험이었다.

의심의 여지 없이 둘 다 따뜻하고 때로는 덥고 건조했던 여름을 기반으로 한 좋은 빈티지다. 둘 다 2013이나 2014와는 달리 내적으로 풍부하고, 힘과 알맹이도 갖추었다. 하지만 30년 전 내 친구 디르크 니에푸르트로부터 배운 것처럼 “좋은 와인의 가장 큰 적은 더 좋은 와인”인 법이다. 2015와 2016 와인을 나란히 테이스팅 해보면 2016이 더 낫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샤토네프의 2016 빈티지는 생기와 활기가 넘치고 완전한 반면, 2015는 열려 있고, 감미롭고, 나른하다.

계절적으로는 어떤 차이가 있었는가? 두 빈티지 모두 시작이 빨랐으나 2016년의 봄이 더 촉촉했고, 그르나슈가 더 성공적으로 개화했다. 2015년에는 6, 7, 8월 3개월 동안 엄청나게 더워서 어리거나 약한 포도나무는 수분 부족을 겪었다. 하지만 2016년 여름에는 낮에는 덥더라도 밤에는 서늘했고, 수은주가 30도 중반에 이르면 어김없이 다시 내려가곤 했다. 2016년의 여름에는 시기적절한 소나기가 종종 찾아왔던 반면, 2015년에는 성장 시즌이 끝날 때야 비로소 촉촉한 비가 내렸다.

수확량 또한 2016년에 보기 드물게 많았기에 많은 생산자들이 (도멘 드 라 바로슈의 줄리앙 바로의 말을 빌리자면) “완벽하다. 모든 사람의 입맛에 완벽하다. 2015도 무척 좋아했지만 2016은 누구나 좋아할 것이다.”라고 평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참고로 2017 역시 2016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생산량은 훨씬 적었다)

테이스팅

빈티지마다 특징을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때로 이례적인 특징을 갖는 스페셜 퀴베가 아니라 도멘을 대표할 수 있는 전통적인 퀴베를 살펴보았다. 2016 와인은 대부분 완성되지 않고 병입되지도 않았다. (2015도 한 종은 그랬다) 그 중 뛰어난 다섯 쌍에 대한 테이스팅 노트가 뒤에 나오지만 전체적인 특징을 하나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따뜻한 기후 지역의 알코올 문제가 때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생산자들은 2016년의 알코올이 2015년보다 대체로 높았다고 말했지만 아마 와인을 맛본 사람 대부분이 2015가 2016보다 “더 알코올이 느껴진다”고 반응할 것이라 본다. 그것은 2016이 더 과일이 산뜻하게 느껴지고 당도가 덜하며, 타닌이 활기차기 때문이다. 2016이 산도가 조금 더 높지만 무엇보다도 집중력과 에너지가 살아있다. 16.5도나 되는 경우에도 맛에 균형이 잡혀 있었던 반면, 2015일부는 14.5도나 15도에서도 뜨끈하면서도 건조하게 느껴졌다. 알코올 도수는 단독으로 평가할 수 없는 문제다. 중요한 건 와인 전체의 균형이다.

레 카이유, 샤토네프 뒤 파프 2015(Les Cailloux, Châteauneuf du Pape 2015)
아직 병입되지 않은 이 와인은 그르나슈 70퍼센트. 무르베드르 17퍼센트, 시라 10%, 약간의 생소로 이루어져 있고, 투명하게 빛나는 붉은색에 조화롭고, 균형 잡힌 스파이스와 야생 버섯의 짭짤한 향으로 시작해 조용하고 따뜻한 붉은 과일로 이어진다. 입안에서도 이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스타일과 드라이한 섬세함이 짭짤하고 은은한 와인에서 메아리치는 걸 알 수 있다. 풍성하고 진한 타닌이 부드럽고 반짝이는 과일 풍미를 뒷받침한다. 90-92점 (14%)

레 카이유, 샤토네프 뒤 파프 2016(Les Cailloux, Châteauneuf du Pape 2016)
아직 병입되지 않은 이 와인은 거의 나른해 보였던 2015 스타일과 반대로 아로마가 빠르게 다가오면서도 생동감 넘친다. 딸기, 자두 셔벗, 트러플, 덤불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모인 힘은 입안에서도 뚜렷하다. 균형감과 세련됨, 신섬함과 아로마의 힘이 자두, 체리, 결이 고운 타닌, 약간의 고기즙에 타임과 로즈메리에 더해진다. 전통적인 퀴베에 어울리지 않는 서정성마저 느껴진다. 93-95점 (14%)

클로 생 장, 샤토네프 뒤 파프 2015(Clos St Jean, Châteauneuf du Pape 2015)
이 맑고 투명한 레드 와인(그르나슈 75%, 시라 15%에 무르베드르, 생소, 바카레스, 뮈스카르댕 약간)은 자두, 딸기, 고지 베리의 아로마에 담뱃잎, 멘톨, 크리스마스 스파이스 아로마가 복합적으로 균형 잡혀 있다. 입안에서는 과일 아로마가 비교적 빠르게 사라지며 말린 스파이스와 베리 껍질, 식물 추출물의 풍미를 남긴다. 깊고, 순수하고, 따뜻한 와인이다. 91점 (16%)

클로 생 장, 샤토네프 뒤 파프 2016(Clos St Jean, Châteauneuf du Pape 2016)
병입하지 않은 이 와인은 짙고 투명한 붉은색에 흙, 따뜻하고 풍부한 과일 아로마를 갖는다. 침이 고이게 만드는 자두와 설탕 뿌린 크러스트의 브램블 파이를 느낄 수 있다. 입안에서는 따뜻하고, 깊고, 풍성하며, 자두와 브램블 풍미를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초콜릿, 은은한 스파이스, 프라이팬에서 긁어낸 구운 고기도 느껴진다. 또렷한 힘과 추진력이 있지만 부드럽고 촉촉한 타닌 그리고 조용히 타오르는 듯한 산도로 잘 감싸여 있다. 완성도 높고 매우 만족스러운 와인이다. 93-95점 (16%)

샤토 라 네르트, 샤토네프 뒤 파프 2015(Ch La Nerthe, Châteauneuf du Pape 2015)
이 맑고, 가볍고, 투명한 레드 와인은 한 5년은 기다려야 얻을 수 있는 아로마의 우아함과 조화를 이미 얻은 것처럼 보이는 2015 빈티지 중 하나다. 허브, 멘톨, 달콤한 딸기, 마른 덤불에 개암나무와 부드러운 크림이 느껴진다. 그르나슈 44%, 시라 28%, 무르베드르 24%에 다른 품종들이 조금씩 더해진 이 와인은 입안에서도 세련되고, 우아하고, 부드럽고, 이미 진화했으며, 섬세한 타닌과 오래 지속되는 산도가 마음에 든다. 테이스팅 테이블에서 끝나는 와인보다는 음식과 곁들이기 좋은 전형적인 와인이다. 91점 (14.5%)

샤토 라 네르트, 샤토네프 뒤 파프 2016(Ch La Nerthe, Châteauneuf du Pape 2016)
아직 병입하지 않은 이 와인은 2015에 비해 색상 면에서 눈에 띄게 진하고, 선명한 붉은 과일과 검은 과일에 송아지 가죽의 달콤함이 어우러진다. 라 네르트만의 우아함이 잘 드러나면서도 빈티지 자체의 활력도 느껴진다. 그 점은 입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촘촘하고, 생생하고, 길고, 깨끗하고 신선하면서도 균형 잡힌 산도가 좋다. 거대한 느낌 대신 모차르트 같은 조화와 균형, 그리고 독특한 질감의 기교가 놀랍다. 93-95점

피에르 우셀리오 에 피으, 샤토네프 뒤 파프 2015(Pierre Usseglio et Fils, Châteauneuf du Pape 2015)
그르나슈 80%에 시라 10%, 무르베드르와 생소를 5%씩 블렌딩한 이 와인은 가볍고, 매끄럽고, 투명하며, 딸기향과 약간의 들꽃 향기가 매력적이고 순수하게 느껴진다. 입안에서는 지속되는 딸기 맛에 낮은 산도와 단단한 타닌, 입안을 채우는 따뜻함이 더해진다. 지금 매우 매력적인 만큼 그 건조한 온기가 더 커지고 어린 매력이 사라지기 전에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 89점 (15%)

피에르 우셀리오 에 피으, 샤토네프 뒤 파프 2016(Pierre Usseglio et Fils, Châteauneuf du Pape 2016)
병입하지 않은 이 와인은 2015보다 더 어두운 색을 띠지만 물론 투명하다. 아로마는 붉은 과일보다 검은 과일이 더 많이 나타나고, 이에 어울리는 힘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입안에서는 농축된 힘과 함께 단단한 타닌 구조, 붉은 과일(체리와 딸기)과 검은 과일(자두와 브램블)의 매끄러운 블렌딩이 좋다. 2015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던 향기로운 스타일이 여기에서는 더욱 확대되고 깊어졌다. 심지어 타닌마저도 향기롭게 느껴진다. 또한 2015에서는 못 느꼈던 고기의 짭짤한 깊이를 얻을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92-94점

라 비유 돈종, 샤토네프 뒤 파프 2015(Le Vieux Donjon, Châteauneuf du Pape 2015)
그르나슈 75%에 시라와 무르베드르 각각 10%, 생소가 5% 블렌딩된 이 와인은 다른 와인들보다 색상이 진하지만 역시 투명하다. 달콤한 양피지 향기에 짭짤함이 더해진 우아한 아로마가 전면에 나타나고 멘톨도 약간 있지만 주로 과일이나 스파이스라고 할 수 있다. 입안에서는 촉촉하고, 향기롭고, 세련되고, 부드러운 타닌이 풍부하며, 바람에 잘 말린 자두에 라즈베리 맛도 느낄 수 있다. 아로마에서 예상한 것보다 조금 더 과일 풍미가 크지만 산도 대신 달콤한 추출물과 글리세롤로 균형이 잡혀 있다. 91점 (14.5%)

라 비유 돈종, 샤토네프 뒤 파프 2016(Le Vieux Donjon, Châteauneuf du Pape 2016)
이 병입하지 않은 와인은 2015보다도 더 색이 진하다. 어두운 붉은색은 겨우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다. 2015보다 훨씬 더 진한 스파이스가 느껴지고 스타일 면에서 극적이고, 흥미롭고, 위엄 있다. 아니스, 향 스파이스, 촉촉하고 불붙이지 않은 담뱃잎 향기가 가득하다. 놀라울 만큼 촉촉하고 풍부하며, 먹음직스러운 타닌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자두, 사과, 브램블 베리가 아직 온전히 발달되기 전처럼 느껴지지만 과일 뒤에 숨겨진 꽃과 진한 소시지 향기 같은 놀라운 아로마의 복합성도 보인다. 여운이 길고, 생생하고, 활기 있다. 금세 먹어도 좋지만 분명 몇 년 정도 끄떡없이 보관할 수 있는 고급 샤토네프 뒤 파프다. 94-96점 (14.5%)

  • 작성자 Andrew Jefford
  • 번역자 Sehee Koo
  • 작성일자 20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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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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