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독한 코로나바이러스는 여전히 물러가지 않은 상황입니다만, 그래도 우리들의 마시고 즐기는 생활은 계속될 것입니다. 차이점이라면, 2020년을 휩쓸고 간 변화가 올해의 마시는 삶에도 꽤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오늘은 2020년 주목할만한 와인 관련 각종 숫자를 통해 한 해를 정리하고, 올해에는 과연 어떠한 변화가 올지 짐작해보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1. 2020년, 대한민국 와인 수입 증가율 1위
모두에게 어려운 한 해였지만 와인 수입만큼은 그 어려움을 이겨낸 해였습니다. 2020년 11월 기준 관세청에서 집계한 우리나라의 와인 수입 금액은 총 2억 8,756만 달러입니다. 한화로는 약 3,154억 원 정도 되는 이 금액은 동기간으로 비교했을 때 최근 5년 동안의 전년 대비 성장률 1위를 기록하는 수치입니다. 물론 아직 12월 금액이 집계되지 않은 시점이라 연간으로 총 비교했을 때 얼만큼의 성장률이 나올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11월 기준으로 2018년 혼술 트렌드가 부상하며 18.3% 성장한 수입금액보다도 높은 22.7%의 성장률을 보니 괄목할 만한 실적인 것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또한 12월 금액까지 총 집계 된 이후의 와인 수입금액이 처음으로 3억 달러를 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조심스레 해봅니다. 2018년 이미 16.5억 달러 정도의 와인 수입을 기록한 옆 나라 일본에 비하면 아직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와인이 한 발짝 더 가까워지는 신호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2. 평균 가격 4,600원, 내 생애 가장 저렴한 와인들의 화려한 등장
2020년은 대한민국의 와인 역사상 저렴한 와인들이 가장 화려했던 한 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외식이 쉽지 않았던 코로나 상황에서 집에서 즐기는 ‘홈술’이 인기를 끌었고, 덕분에 와인에 대한 인기가 치솟자 각종 유통업계에서는 초저가 와인들을 앞다투어 내놓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4,900원이라는 ‘국민가격’으로 등장한 이마트의 도스 코파스가 그 첫 출발이었습니다. 첫 출시는 2019년 8월이었지만, 2020년 들어 그 인기가 더욱 불붙은 와인이었죠. 이에 질세라 홈플러스에서도 미국의 가족 경영 양조장인 갤로(Gallo)와 협업하여 2020년 4월, 4,990원의 카퍼릿지를 출시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6월 롯데마트에서는 스페인 와이너리인 비노스 보데가스(Vinos Bodegas)와 함께 만든 레알 푸엔테를 출시합니다. 레알 푸엔테는 4천 원대 와인의 장벽마저 허물고 3,900원의 가격으로 판매되어 또 한 번의 큰 반향을 일으켰죠.
평균 가격 4,600원을 자랑하는 유통업체들의 PB 와인들의 역할은 확실했습니다. 기존 와인 애호가가 아니었던 사람들에게도 와인을 처음 소비하게 하는 매개체가 되었던 것입니다. 실제로 롯데마트에서 2020년 상반기 레알 푸엔테를 구입한 고객들 중 50%는 기존 와인을 구매한 적이 없던 고객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편안한 가격 덕분에 엄청난 판매 기록도 세울 수 있었습니다. 이마트의 도스 코파스는 출시 이후 1년 만에 200만 병 판매 기록을 달성했는데, 국내의 가장 인기 있는 와인이 보통 100만 병 정도 판매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 인기가 보통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더불어 이 추세는 전 국민에게 ‘집콕’이 권유되었던 2020년 내내 계속되었는데요. 2020년 1~11월 이마트에서 판매된 와인 1위가 도스 코파스 카베르네 소비뇽, 2위가 도스 코파스 레드 블랜드, 3위가 도스 코파스 샤르도네인 것을 보면, 그 실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저가 와인들만이 판매량이 늘어난 유일한 와인인 것은 아닙니다. 이마트의 경우 2020년 11월 25일까지 전체 와인 판매 금액은 약 1,100억 원으로, 판매 신장률 30.6%를 기록했고, 롯데마트는 무려 53.4% 신장률을 보여줬습니다. 이처럼 2020년 크게 떠오른 와인이라는 카테고리에는 코로나로 인해 줄어든 외식의 영향이 꽤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백신이나 치료제 등의 발표가 예상되는 2021년의 와인 판매 성장세는 어떨지 궁금해지는 순간입니다.
3. 화이트 와인의 반격, 판매량이 가장 많이 증가한 와인 1위
통상 한국에 수입되는 와인 중에서는 레드 와인이 절대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2019년 수입된 와인의 55%가 레드, 18%가 화이트, 27%가 스파클링 이라는 통계만 보더라도, 레드와인에 대한 선호를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2020년의 그와는 조금 다른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2020년 1~10월 기준으로 관세청에서 집계된 레드 와인의 수입 금액은 전년 동기간 대비 약 26%가량 증가한 데 반해 화이트 와인은 동기간 대비 약 33%가량 증가한 것입니다. 여전히 비중이 높은 레드 와인 사이를 비집고 올라온 화이트 와인의 성장세가 꽤 가파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더불어 매경 이코노미에서 국내 주요 수입사 및 유통사들을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이마트에서 2019년 대비 판매량이 가장 많이 증가한 와인은 화이트 와인인 ‘Kono Sauvignon Blanc(코노 소비뇽 블랑)’이었다고 합니다. 2020년 1~10월 기준 국내에 수입된 와인의 비율은 여전히 레드:화이트 약 8:2로, 레드 와인 수입량이 절대적으로 높았는데도 말입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와인 수입사 중 하나인 아영 FBC에서도 2020년 판매된 와인 Top3 중 1위와 3위가 모두 화이트라고 매경 이코노미는 밝혔습니다.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집에서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며, 입문용으로 쉬운 화이트 와인에 대한 수요가 많이 늘었을 것이다’, 혹은 ‘저렴하면서도 그 맛이 훌륭한 가성비 좋은 화이트 와인이 많아 집에서 보내는 지루한 일상에 입맛을 돋우기 좋았을 것이다.’와 같은 다양한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분석된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확실히 집에서 술을 즐기는 경우가 늘어나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는 필자의 의견 또한 덧붙여 봅니다.
4. 2020년 가장 수입이 감소한 와인 1위, 스파클링
지금까지 언택트 시대를 맞아 소비량이 급격하게 증가한 와인들을 봐왔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슬프지만 이와 같은 와인 증가의 행보와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는 와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발포성 와인, 스파클링 와인이 그 주인공입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11월 기준 스파클링 와인 수입 금액은 4천만 달러로 동기간 전년 대비 수입 금액인 4.4천만 달러보다 약 -8.3% 감소한 수치를 보였습니다. 12월 금액이 마저 집계된다 하여도, 2019년의 총수입 금액인 4.9천만 달러를 넘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러한 스파클링 시장의 감소세는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이 모여 축하할 일이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상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샴페인이 가장 많이 소비되는 연말연시 모임, 그리고 기타 크고 작은 행사들이 취소되며 타격이 꽤 컸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스파클링 와인 감소세와는 반대로, 2020년 샹파뉴 지방의 기후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을 보였다고 합니다. 덕분에 역사상 가장 빠른 시기인 8월 17일을 포도 수확 날짜로 지정했다고 하는데요. 전 세계에서 희비가 엇갈렸던 2020년이 몇 년 후의 와인 시장에 어떠한 소비세로 돌아올지 쭉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2020년은 정말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습니다. 와인 시장에서도 예외 없이 말입니다. 독자분들의 와인 소비 생활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으셨나요? 위에서 소개한 변화가 여러분들의 하루에도 영향을 미쳤는지 참 궁금합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로 인해 여전히 시장에 어떠한 변화가 올지 확실하지 않지만, 부디 올해는 모두가 밖에서 높게 잔을 들어 올리며, 샴페인을 한 잔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해피 뉴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