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하이브리드(Hybrid)’라는 단어는 맥주보다 차에 사용되는 것이 익숙하지만, 맥주에서도 하이브리드라 불리는 스타일이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맥주에서 사용되는 ‘하이브리드’에 대해서 설명해볼까 합니다.
라거 맥주는 낮은 온도(8~12도)에서 긴 시간 동안 발효하는 반면, 에일 맥주는 비교적 높은 온도(16~22도)에서 짧은 기간 동안 발효하여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온도와 기간의 차이 외에도 에일 효모에서는 과일의 풍미를 내는 에스테르(Ester)와 화사한 풍미를 내는 페놀(Phenol)이 많이 생성됩니다.
하이브리드 맥주는 라거 맥주를 만드는 방식과 에일 맥주를 만드는 방식을 섞어 만든 맥주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라거 맥주를 에일 맥주를 만드는 온도에 두어 발효를 시키거나 에일 효모와 같이 사용하여 발효시키는 것을 뜻합니다. 반대로 에일 효모를 라거 효모의 발효 온도에 맞춰서 사용하는 경우도 하이브리드 맥주에 속합니다.
이렇게 맥주를 만들 경우, 에일 맥주임에도 불구하고 라거의 청량함과 깔끔한 풍미를 가진 것이 특징입니다. 집중하여 시음한다면 에스테르나 페놀의 풍미가 느껴질 수 있지만, 아주 낮은 강도이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트레이닝한 이가 아니라면 찾아내기는 다소 어렵습니다.
아래에는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맥주를 소개합니다.
1. 쾰쉬(Kolsch)
독일의 쾰른(Koln) 지방에서 만들어진 이 맥주는 에일 효모를 사용했지만 라거 맥주에 가까운 풍미를 가진 하이브리드 맥주입니다. 그중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가펠 쾰쉬(Gaffel Kolsch)’가 있습니다.
밝은색의 외관과 깔끔하고 청량감 있는 풍미에 거의 감지할 수 없을 만큼 소량의 과일 풍미가 나타납니다. 만약 아무 정보 없이 이 맥주를 마신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일반적인 라거 맥주라 착각하기 쉬운 정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맥주는 회나 초밥과 마시는 것을 추천해드리는데, 회의 풍미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입안을 끊임없이 리프레쉬 해줄 수 있어 좋아하는 페어링입니다.
2. 알트비어(Altbier)
알트비어는 쾰쉬가 만들어진 ‘쾰른’에서 멀지 않은 ‘뒤셀도르프(Dusseldorf)’에서 만들어진 맥주로, 쾰쉬와 똑같이 에일 효모를 라거의 발효 환경에서 만들어진 맥주입니다. 쾰쉬와 달리 알트비어는 맥아의 고소한 풍미와 더불어 짙은 외관과 약간의 쓴맛이 더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고소한 맥아의 풍미가 지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효모의 풍미를 찾는 것은 더욱더 어렵습니다. 똑같은 하이브리드 방법을 사용하지만 두 개의 맥주는 꽤 차이점이 있으니 한 번쯤 비교해보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3. 캘리포니아 커먼(California Common)
‘캘리포니아 커먼’은 앞서 소개해드린 맥주와는 반대로 라거 맥주를 에일 맥주 발효 환경에 맞춰 만든 맥주로, 과거 미국의 서부 쪽에서 굉장한 인기 있었던 스타일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이 스타일을 현대의 방식으로 재탄생시킨 ‘앵커(Anchor)’ 양조장은 1970년대까지도 유일하게 이 스타일을 생산하는 양조장이었습니다.
이 맥주는 ‘스팀 비어(Steam Beer)’라고도 불리는데 이에 대한 이야기도 꽤 재미있으니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맥주를 양조할 때 라거 효모뿐만 아니라 에일 효모도 같이 사용하기 때문에 아주 약간의 과일 캐릭터와 고소하고 캐러멜 풍미의 맛이 잘 어우러지는 맥주입니다.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스타일이지만 혹시 국내 양조장에서 만들거나 지인을 통해 얻을 수 있다면 기회 삼아 마셔 보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