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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男, 지고지순 20년 중국 와인 순애보

프랑스 男, 지고지순 20년 중국 와인 순애보

임지연 2023년 10월 30일

프랑스 보르도와 미국 캘리포니아는 와인 생산을 위한 최적의 기후를 가진 곳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 두 곳과 거의 같은 위도에 위치한 중국 서북쪽 신장위구르자치구(이하 신장) 역시 이상적인 포도 생산지로 견적할 만한 곳이라는 평가를 받아 최근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매년 9~10월 톈산 산맥 북쪽의 마나시현은 포도 수확으로 분주한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신장은 프랑스 전 국토의 3배에 달하는 광활한 크기로, 건조한 기후와 풍부한 일조량이 유명하다.

출처: China Daily

20년 넘게 신장의 매력에 푹 빠져 와인 전문가로 현지에서 유명세를 얻은 파란 눈의 프랑스 국적 남성이 화제다. 바로 올해 57세의 프레드 노로(Fred Nauleau) 씨가 그 주인공인데, 그는 30대 중반 신장을 처음 찾았다가 ‘와인’ 생산을 위한 최고의 자연 환경에도 불구하고 당시로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탓에 숨겨진 보물을 찾았다는 강한 느낌을 받고 이 지역에 장기간 정착하게 된 사례다. 최근 그는 중국 관영 영문 매체인 차이나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와인은 맛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세계 만국 공통어”라고 평가하며 와인에 대한 여전한 애정을 표현했다.

현재 중국 중신(CITIC) 그룹의 궈안(Guoan) 와인회사에 소속돼 중국에서 손꼽히는 파란 눈의 와인 전문가로 통하는 노로 씨는 프랑스 루아르 밸리에서 청소년기를 보냈고, 이후에는 보르도에서 농업 공학을 전공했다. 이후 1990년대 후반부터는 국립농업 식품 환경연구소, 프랑스 와인 연구소 등에서 근무하던 중 2000년 여름 중국 신장으로 이주한 이색적인 경력을 가진 인물이다.

그가 포도 재배와 와인에 운명을 걸 수 있었던 가장 큰 계기는 그의 조부와 삼촌 역시 오랜 기간 대규모 포도 농장을 운영, 직접 재배한 포도로 와인을 제조해 온 그야말로 와인 전문가들이었다는 점이 주요했다.

특히 그가 현재 정착해 살고 있는 신장은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여러 나라에 걸쳐 있는 톈산 산맥이 있는 지역으로 톈산은 ‘하늘의 산’이라는 별칭이 붙었을 정도로 광활한 지역에 걸쳐 있다. 그 높이가 얼마나 높은 지 한 여름에도 일부 봉우리에는 빙하가 남아있을 정도인데, 그가 재배하는 포도 농장은 톈산 산맥의 바로 북쪽 인근에 있다. 그리고 이 일대는 매년 9~10월이 포도 수확의 최적기이기에 그는 최근 세심한 손길로 분주한 포도 수확기를 보내는 중이다.

농업기술팀 팀원들과 협동으로 재배한 포도 한 송이마다 정성껏 숙성도를 꼼꼼히 평가해 최적의 수확 시기를 결정해 오고 있다. 그와 그의 팀원들이 하는 업무는 포도 재배와 수확 외에도 소비자들의 취향을 연구하고,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는 새로운 와인 맛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를 위해 와인 저장고의 와인 숙성도를 관찰, 섬세한 온도 조절로 각각의 와인이 담긴 병의 외부 상태를 확인해 최상의 상태로 숙성시키는 것에 집중해 오고 있다.

그는 “톈산 산맥의 북부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는 포도는 알알의 모양이 둥근 형태로, 기후와 토양이 최적의 상태에서 재배되고 있는 덕분에 색과 향이 탁월하게 좋다”면서 “와인은 소비자들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산지마다 가지고 있는 각 지역의 특성을 최대한 담아내 장점을 크게 키워 소비자들에게 지역적 특징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신장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는 와인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가 최근 관심을 가지는 것은 과거와 크게 달라진 중국 시장 내에서의 높아진 와인의 위상이다. 이전과 다르게 중국의 MZ세대로 통하는 젊은 세대 사이에 와인에 대한 긍정적인 호기심을 그 스스로 목격하고 체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14억 인구가 있는 중국에서 머지않은 시기에 폭발적인 와인 시장의 성장이 있을 것이라고 그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확신했다.

하지만 그의 ‘나홀로’ 중국에서의 생활은 종종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인해 어려움에 봉착하곤 했다. 건조한 기후와 풍부한 일조량, 그리고 고품질의 와인 생산이 가능하다는 잠재력이 있는 지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팀원들과의 완전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다는 점은 그가 신장에 거주하며 와인을 꾸준하게 연구하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장애물처럼 느껴졌던 것.

초창기 신장에 정착하기로 했던 시기 그는 중국어를 거의 구사하지 못했고, 통역가나 번역가들의 도움을 받아 화이트보드에 작업과 관련한 프레젠테이션을 동시에 진행하는 데 무려 2~3일이 걸릴 정도로 팀원들과의 소통에 난항을 겪어야 했다.

출처: China Daily

와인 제조법을 설명하기 위한 과정은 물론이고 화이트와인의 새로운 맛을 개발하기 위한 각종 실험에서 실험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과 후속 작업을 완료할 시기를 특정하는 과정 등에서도 기본적으로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점이 완벽한 와인 생산을 추구하는 그의 성향상 매우 고단한 시간을 보내게 했다.

20여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여전히 중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긴 세월 동안 함께했던 팀원들 덕분에 이제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소통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게 됐다. 팀원들 역시 프랑스 국적의 그가 최고의 와인을 구현하기 위해 와인 제조 실험실에서 판자를 바닥에 깔고 ‘쪽잠’을 자는 것을 본 후로 그의 열정을 100% 이해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공동 작업에서의 협조가 한결 수월했다.

그 후 신장 출신의 중국인 아내를 만나 현지에 정착했는데, 아내 덕분에 신장의 장부라커 초원과 톈산 산맥의 해발 1,700m의 첸 호수, 언덕 지대에 위치해 굴곡진 밀밭과 비옥한 평야가 어우러진 라벤더 정원 등을 장기간 여행하면서 이 지역이 가진 와인 생산지로의 최적의 자연 환경에 또 한 번 감탄했다.

그가 신장 지역에 대한 또렷한 확신을 갖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중국 당국이 국가급 전략으로 지원 중인 일대일로를 직접 목격하고 있는 이유도 크다.

그는 신장에서의 와인 생산 비전에 대해 “지난 5월 신장에서 일대일로 행사가 성대하게 개최됐다”면서 “행사 개최 직전이었던 4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방중한 바 있는데, 당시 프랑스는 중국과의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중국의 국제와인기구(IOV) 가입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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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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