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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고 싱그러운 봄의 아로마, 허브(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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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고 싱그러운 봄의 아로마, 허브(Herb)

Angela LEE 2023년 3월 9일

‘푸른 풀’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의 ‘허바(Herba)’에서 비롯된 허브(Herb)는 고대에서는 향과 약초만을 일컫는 단어였다. 하지만 지금은 약, 요리, 향료, 살균, 살충 등에 사용되는 식물 전부를 의미하게 되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허브는 굳이 조미료나 후추 등으로 재료의 나쁜 냄새를 제거하지 않아도 재료의 맛을 살리고 거북스러운 냄새까지 없애 주는 역할을 하는 건강하고 자연적인 조미 향신료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런 허브를 빼고는 요리를 할 수 없다고 믿는 이탈리아나 남프랑스, 또는 우리나라 식단에서도 빠질 수 없는 허브는 그 존재감을 다양하게 드러내고 있다.

산이나 물가 어느 곳이든 뿌리를 내리고 잘 자라는 허브를 우리는 보통 서양 식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우리에게 허브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식물들이 로즈마리, 세이지, 타임, 민트, 오레가노 등 서양의 허브들이기 때문이다. 우리 음식의 대표적인 양념인 마늘, 파, 고추 그리고 민간요법에 두루 쓰이는 쑥, 약모초, 결명자 등도 넓은 의미에서 모두 허브에 속한다.

허브를 요리에 사용하면 요리의 나쁜 냄새를 없애는 동시에 허브 특유의 상큼한 향을 더해주고, 허브가 지닌 다양한 향기가 음식의 맛에 변화를 준다. 일례로 샤프란은 독특한 색소 성분으로 인해 음식을 먹음직스러운 색으로 만들어 준다. 그러나 요리에 허브를 사용할 때는 무엇보다도 적절한 양을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허브를 너무 많이 넣으면 오히려 음식의 맛이 사라지므로 적당한 양을 사용하는 것이 허브의 역할을 100% 살리는 비결이다.

그 밖의 허브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허브 오일이나 허브 식초를 만들어 놓으면 여러 가지 요리에 손쉽게 사용할 수 있고, 독특한 허브의 향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허브 오일을 만들려면 올리브오일에 허브가 푹 잠기도록 하여 일주일쯤 두었다가 허브를 건져내면 된다. 허브 오일은 맛이 색달라 구이 요리를 할 때 이용하거나 샐러드의 드레싱으로 사용하면 음식의 향을 풍부하게 해준다.

허브 식초를 만들 때 한 가지 허브만 넣어 그 자체의 맛을 살릴 수도 있고 고추, 마늘, 통후추 등을 섞거나 허브끼리 섞어서 만들 수 있다. 평상시 요리를 할 때 허브 오일이나 식초를 사용하면 맛과 향이 좀 더 깊어진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허브 오일이나 허브 식초를 만드는 것은 일 년 내내 허브를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보관 방법의 하나이기도 하다.

신선한 허브를 구할 수 없는 가을과 겨울에는 이런 방법 이외에도 올리브오일에 바질을 갈아서 만든 페스토 소스, 그리고 여러 가지 허브를 갈아서 소금과 섞으면 소금이 수분을 흡수해 허브의 향이 밴 허브 소금이 된다. 이런 저장 방법을 통하여 일 년 내내 허브를 이용한 요리를 즐길 수 있고 아울러 건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대표적인 허브

로즈마리 – 상큼하고 강렬한 향기를 풍기는 로즈마리는 민트과의 다년생 허브이다. 바늘같이 생긴 뾰족한 잎과 상쾌한 향을 지녔지만, 맛은 약간 맵고 쓴 편이다. 육류 요리에 많이 쓰이며 생선, 감자요리 등과도 잘 어울려 한줄기를 곁들이는 것만으로도 향미가 풍부하다. 장시간 조리해도 향이 없어지지 않으므로 스튜, 수프, 소시지 등의 향료로도 이용되며, 우스터소스의 향을 내는 주성분의 하나가 된다.

민트 – 민트는 페퍼민트, 스피어민트, 애플민트 등 종류가 다양하다. 민트의 향은 기분을 상쾌하게 하게 만들고 식욕을 돋워주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유럽에서는 민트 소스를 고기 요리의 필수적인 향신료로 사용해 왔다. 톡 쏘는 향미를 갖는 페퍼민트는 차로 마시면 좋고, 달콤하고 상쾌한 향을 내는 스피어민트는 양고기와 잘 어울리며, 샐러드에 소스로 활용하면 과일의 맛을 한층 더 돋워준다. 애플민트는 고기, 생선, 달걀 요리에 쓰면 좋다.

바질 – 토마토를 이용한 요리에 빠질 수 없는 허브 바질은 엷은 신맛을 내며, 달콤하면서도 강한 향기를 갖는 일년생 허브다. 특히 토마토가 들어간 닭고기, 생선요리, 파스타 등에 많이 사용한다. 말린 바질은 신선한 것에 비하여 풍미나 향이 다소 떨어지고, 반면 가루로 만들어 쓰면 향이 진해진다. 신선한 바질을 사용할 때는 너무 큰 잎은 향기가 강하여 쓴맛이 나므로 어린잎을 사용하는 게 좋다. 페스토(Pesto) 소스를 만드는 주재료이며 마르게리타 피자, 토마토 파스타 등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세이지 – 약간 쓴맛과 떫은맛이 나는 세이지는 향이 강해 요리에 많이 사용되는데, 건조한 것이 더 진한 향을 낸다. 주로 육류 요리나 내장류의 냄새를 없애며 고기의 감칠맛을 살려주고, 느끼한 맛이 남지 않게 하며 소화를 돕는다. 주로 닭고기, 양고기, 돼지고기 등의 요리나, 치즈, 소시지 등에 사용된다. 세이지는 깻잎처럼 튀김을 해서 식전 요리의 메뉴로 만들면 식욕을 돋우고, 스파클링 와인과 같은 식전주와 잘 어울린다.

오레가노 – 우리가 자주 먹는 피자의 독특한 맛을 내게 하는 오레가노는 민트과의 다년생 허브 중 하나로, 강한 박하 같은 톡 쏘는 향기의 매운맛과 약간의 쓴맛이 특징이다. 주로 이탈리아 남쪽에서 재배되어 생으로 이용하는 것보다는 건조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탈리아 요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향신료다. 오레가노는 파스타나 피자 등에 넣는 토마토소스나 치즈, 생선, 육류 등의 요리와 궁합이 잘 맞는다.

타임 – 일명 ‘사향초’라고 하며, 향료 및 약용 식물로 오랜 역사를 지녔다. 톡 쏘는 듯한 자극성 짙은 풍미로 요리에 깊은 맛을 더해준다. 생선 요리나 육류 요리의 비린내 제거는 물론, 채소, 육류, 어패류 등 어느 것에나 잘 어울린다. 건조하면 향이 더욱 짙고 열을 가해도 향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차를 끓여 마시면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부, 살균력을 지니고 있어 햄, 소시지, 케첩, 피클 등 저장 식품의 보존제로도 쓰이며 스튜, 수프, 소스 등 오랜 시간 조리하는 요리에 주로 사용한다.

파슬리 – 잎을 잘게 다져 샐러드, 파스타, 고기 소스 등에 뿌려 사용한다. 냄새를 맡을 때는 향이 강하지 않으나 먹을 때 맛과 향을 발하는 파슬리는 지중해식 식단에서는 빠져서는 안 되는 필수 양념이며, 음식의 장식용으로도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는 컬리 파슬리는 잎이 곱슬하게 뭉쳐 있어 장식용으로 쓰이며, 향이 별로 없다. 반면 이탈리안 파슬리는 우리나라 고수 잎과 비슷하게 생겼으나 잎이 조금 더 넓고 향이 강하다. 쁘레제몰로라고 부르며, 거의 모든 이탈리아 요리에 두루 쓰이는 필수적인 향신료이다. 특히 해산물 파스타, 해산물 샐러드 등에 잘 어울린다.

– 회향풀이라고도 불리는 딜은 스칸디나비아어의 딜라(dilla)에서 유래되었다. 딜라는 ‘진정시키다’, ‘달래다’라는 뜻을 가졌는데, 오래전부터 딜에는 진정작용과 최면 효과가 있어 복통이 심하거나 긴장했을 때 딜을 달인 물을 먹었다고 한다. 그 밖에도 딜은 소화촉진과 구취제거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음식에 딜을 사용한다. 스웨덴의 대표 음식인 연어 절임 그라블락스(gravlax), 러시아의 오이 피클인 말로솔(malossol)을 만들 때 꼭 필요하다. 특히 딜은 생선의 비린내를 제거해주고 생선 고유의 맛을 느끼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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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la LEE

꿈에서도 이탈리아어로 잠꼬대를 하며 이탈리아 음식과 와인에 대한 정보를 찾고 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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