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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Fine)’ 와이너리 투어 in 카네로스

올해의 휴가철도 서서히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미국으로, 유럽으로, 동남아로 훌쩍 떠나 본인만의 시간을 만끽했는데요,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나파 밸리와 소노마 카운티가 있는 샌프란시스코행 항공권을 예약했을 겁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늦은 휴가, 또는 내년 휴가철에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할 분들을 위한 ‘Fine’ 와이너리 투어를 소개합니다.

파인 다이닝은 음식의 무게에 맞춰서 순서대로 테이블이 완성됩니다. 와이너리 투어도 파인 다이닝과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스파클링으로 시작하여 가벼운 소비뇽 블랑, 무거운 샤르도네를 거쳐 가벼운 피노 누아, 무거운 보르도 블렌딩으로 마무리되는 “Fine” 테이스팅 투어를 기획해 다녀왔습니다. 카베르네 소비뇽이 황제로 군림하고 있는 나파 밸리보다는 스파클링 와인부터 화이트, 레드 와인을 모두 생산하고 있는 소노마 카운티가 “Fine”이라는 컨셉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 소노마의 입구인 카네로스로 출발했습니다.

 

글로리아 페레(Gloria Ferrer by Freixenet)

글로리아 페레는 한국에서 카바로 사랑받고 있는 프레시넷이 1986년, 미국 소노마 카운티의 카네로스 지역에 세운 와이너리입니다. 프레시넷 가문의 자랑스러운 아메리칸 드림인 글로리아 페레는 샴페인과 동급의 품질을 고집하는데요, 샹파뉴 지역의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 포도 클론을 그대로 들여온 카네로스의 첫 번째 와이너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글로리아 페레의 모든 스파클링 와인은 와이너리 소유의 밭(Estate vineyard)에서 세심한 관리를 받은 포도만으로 만들어집니다. 무엇보다도, 창립 후 지금까지 병입 후 2차 발효와 푸피트르를 이용한 리들링까지, 샴페인과 동일한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는 점이 글로리아 페레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이유입니다.

글로리아 페레는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미국 내 와인샵과 레스토랑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사실 카네로스의 와이너리를 찾는 사람들의 목적은 따로 있습니다. 뿌연 안개와 사나운 바람에 지친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맑고 푸른 하늘, 초록으로 뒤덮인 포도밭, 그리고 탁 트인 경치를 즐기기 위함입니다. 여기에 시원한 스파클링 와인이 곁들여지면 완벽한 주말 나들이가 완성되겠죠?

탁 트인 경치를 바라보며 스파클링 와인을 즐기는 순간이란! 예약 없이 입장 가능합니다.

예약을 통해 독립된 야외 공간에서 Private Lunch special을 즐길 수 있답니다.

글로리아 페레 브뤼와 로제 브뤼. 둘 다 피노 누아 비율이 높아 묵직한 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테이스팅 노트, 어울리는 음식, 블렌딩 비율까지 친절히 설명해주는 코스터.

추천 메뉴: 스파클링 와인 샘플러 3종
가격: $30 / 시간: 10am – 5pm

 

셔그 패밀리 와이너리(Schug Family Winery)

창업주 월터 셔그는 조셉 펠프스의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와인메이커입니다. 독일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꿈 꾸고 대서양을 건너온 월터 셔그는 1973년부터 1983년 동안 조셉펠프스의 와인 메이커로 일하며 ‘인시그니아’ 라는 걸작을 탄생시킵니다. 당시 월터는 조셉 펠프스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었지만, 1980년, 조셉 펠프스가 피노 누아 생산의 중단을 결정하자 자리를 박차고 나와 카네로스에서 셔그 패밀리 와이너리를 세우게 됩니다. 조셉 펠프스라는 화려한 배경을 뒤로하고 피노 누아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자기만의 길을 개척한 것입니다. 그리고 셔그 패밀리 와이너리만의 독자적인 피노 누아, 샤르도네, 그리고 인시그니아 블렌딩의 레드와인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셔그 패밀리 와이너리의 테이스팅은 글로리아 페레와는 다르게 아담한 공간에서 가족적인 분위기 아래 즐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싱글 빈야드의 우수한 와인 6종을 $10 이라는 놀라운 가격에 맛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테이스팅은 자몽과 열대과일 향이 지배적인 소비뇽 블랑으로 시작합니다. 이어 두 종의 샤르도네, 두 종의 피노 누아, 마지막으로 인시그니아 블렌딩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마무리 됩니다. 테이스팅 매니저에 따르면 아시아 사람들은 재미있게도 주력인 피노 누아보다 인시그니아 블렌딩을 더 선호한다고 합니다. 조셉 펠프스의 인시그니아를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즐길 수 있다면 귀로는 월터의 피노 누아 이야기를 들으면서 온 정신은 레드 블렌딩으로 쏠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더군다나 셔그 패밀리 와이너리는 나파 밸리 세인트 헬레나의 조셉 펠프스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훨씬 가깝습니다.

테이스팅 룸에서 셔그 패밀리 와이너리의 클럽 멤버로 보이는 한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할머니는 이곳의 와인을 강력히 추천하면서도 소노마의 숨겨진 보석으로 남아있길 바란다고 하더군요. 자기만 알고 싶은 아지트가 영원토록 계속되길 바라는 할머니의 순수한 마음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조셉 펠프스와 월터 셔그. 이 둘은 둘도 없는 단짝이었다고 합니다.

인시그니아 블렌딩을 너무 자세하게 알려주는 레이블. 블렌딩을 비율을 공개해버리는 저 자신감.

추천 메뉴: 바 테이스팅
가격: $10 / 시간: 10am – 5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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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현

샌프란시스코에서 WSET Diploma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MW가 되는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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