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직격탄을 받으면서 다수의 주(州)에서 주류 관련법 완화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하지만 역사상 가장 느슨한 주류법 완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각 지역마다 상이한 수준의 새 법안과 규칙 탓에 소비자와 유통업체, 소매업자들은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내 40개 주에서는 주류 관련 법안을 완화 조치한 바 있다. 해당 새 법안을 내놓은 지역의 주류 판매점과 주류 유통업체 등 전문 사업장의 경우, 일반 배달 서비스와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가 가능한 상황이다. 즉, 알코올 역시 소비자의 주문 및 배송에 대해 일반 식음료 제품과 동일한 법적 잣대로 허가해오고 있는 셈이다.
반면, 펜실베니아 등 일부 주에서는 ‘코로나19’ 셧다운 기간 주류 전문 판매점 및 유통업체 전체에 강제 휴업토록 하는 상반된 새 규칙을 실행 중이다. 모든 주류 전문 상점과 유통업체가 강제 휴업 중인 펜실베니아 주민들은 근접한 다른 주(州)를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주류를 구매하거나, 온라인으로 주문 배송받고 있다.
펜실베니아 주류법에 따르면 와인 또는 양주 등의 판매는 반드시 주 정부가 허가한 전문 알코올 상점에서만 판매가 가능하도록 엄격하게 관리 감독 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주지사령에 의한 주민이동금지령이 발부된 이후부터 주민들은 웹사이트 등을 통해서만 알코올을 구매, 배송받을 수 있는 상태다. 때문에 펜실베니아주 경계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경우 웨스트 버지니아, 오하이오, 뉴저지 등에 소재한 주류 판매점을 직접 찾아가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하지만 펜실베니아 주민들이 몰리는 문제가 계속되자, 최근 오하이오(Ohio, 웨스트 버지니아(West Virginia) 등의 주에서는 주 정부에 등록된 해당 지역 신분증을 소지한 주민에게만 제한적으로 주류를 판매토록 추가 규칙을 내놓았다. 펜실베니아 주민들은 이웃한 다른 지역을 찾아가는 수고스러움을 감수하고서라도 다양한 알코올을 직접 구매해왔던 기존의 방법을 활용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때문에 이번에는 직접 구매 방법이 소원해진 펜실베니아 주민들이 주 내에 소재한 온라인 웹사이트로 주문이 몰리면서 배송 시일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등 새로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또, 일부 주민들은 경계 지역의 또 다른 온라인 상점을 이용해 알코올을 주문해오고 있지만, 펜실베니아 주 법에 따라 고발 조치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반면 주 정부는 이 같은 행위에 대한 위법성 여부를 판단할 기준을 확실하게 표명하지 않은 상태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Wine & Spirits Wholesalers of America(이하, WSWA)의 마이클 빌렐로(Michael Bilello) 이사는 “지역별로 상이한 주류법과 규칙은 암시장의 규모와 판매량 증가로 이어질 문제가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미 최대 주류 도매협회 WSWA는 미국 전역에 약 400곳의 알코올 도매상점을 운영 중이다.
마이클 빌렐로 이사는 “미국은 과거 금주법을 시행했던 다수의 지역으로부터 이미 충분한 교훈을 얻었다”면서 “소비자들은 주류에 대한 접근성이 높을 때 오히려 건강한 결정을 하는 사례가 많다. 알코올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접근성 차단은 곧 소비자들에게 다른 방법으로 술을 구매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와인과 양주, 맥주 등에 대한 판매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왔던 다수의 지역에 거주하는 소비자들은 안전한 알코올 제품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측면이 컸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일리노이주 하일랜드파크(Highland Park Illinois) 벨스키(Belsky) 전 시장은 “일리노이 주는 연평균 알코올 판매로 약 3억 달러의 세금을 거둬들인다”면서 “주류를 주로 취급하는 레스토랑과 펍 등이 일제히 문을 닫으면서 주 정부 역시 이로 인한 세금 수익을 잃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벨스키 전 시장은 이어 “대부분의 주 정부가 공공 보건 정책을 지금껏 충분히 조정을 잘 해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일부 주 정부와 주지사들은 주류 관련 판매 정책 법안에 대해 다시 한번 강력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공정책은 그 목적이 무엇이든 반드시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 관계자 중 아무도 자신이 지역으로 있는 주민들의 건강을 위태롭게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알코올에 대한 접근이 강제로 차단된 주민들이 주 경계지역으로 이동해 불법적인 방식으로 술을 구매하려고 한다면 이는 모든 이들의 건강을 위태롭게 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 분야 업계 전문가들 역시 경제 활성화와 이웃한 지역 간의 균형을 위해 이 같은 서로 다른 법안과 규제들은 빠른 시일 내에 정리될 필요가 있다는 일관된 목소리를 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알코올 관련 규제에 대한 완화의 요구가 크다는 점에서 향후 각 주별로 유사한 수준으로 통일될 가능성이 큰 새로운 법안들은 미래의 알코올 주류 시장의 확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법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향후 큰 혼란이 야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 주 법안 전문가들은 주류 관련 법안의 완화 조치에 대해 유사한 수준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미국 와이너리 협회(The National Association of American Wineries)는 지난 3월 기준 미국의 와인 판매량은 약 3만 7,376달러의 매출 손실을 기록했다고 집계했다. 다만, 뉴저지와 뉴욕 등 온라인 주문 및 배송에 대한 주류 법안이 크게 완화된 지역에서는 온라인 판매량 폭증으로 같은 기간 판매량 손실 수익을 크게 상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벨스키 전 시장은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을 것”이라면서 “향후 완화된 주류 판매 규제는 향후 이 분야 시장의 규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동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다만 장기적으로 완화될 것이 분명해 보이는 주류 관련 법안과 관련해 이 분야 업계는 큰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는 반면 소비자들은 알코올 중독과 이를 치료하기 위한 비용으로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