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급성장한 내추럴 와인의 인기가 쉬이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내추럴 와인은 포도 재배에서 발효와 숙성 등 양조에 이르기까지 인공적인 개입을 최소화한 와인을 일컫는다. 이렇게 자유분방하고 야생적인 매력을 가진 내추럴 와인은 자기 만족적인 가치 소비와 환경적, 윤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와 결을 함께하며 그 인기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선풍적인 인기와 함께 내추럴 와인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크다. 최소한의 간섭으로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내추럴 와인은, 쉽게 변질될 수 있는 단점과 함께 특유의 자연 발효된 쿰쿰한 풍미를 보인다. 그런데 내추럴 와인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결함이 있거나 다소 질이 떨어지는 와인을 판매함으로써, 소비자들이 내추럴 와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고 등을 돌리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와인 메이커의 고집과 철학을 담아 만든 맛있는 내추럴 와인도 많다는 것! 이를 널리 알리고자 이번 픽커스 테이블의 주제로 선정하였다.
내추럴 와인의 인기는 픽커스 테이블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실감할 수 있었다. 주제가 공개되고 많은 이들의 와인 추천이 이어져,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시음 리스트가 만들어졌다. 또한, 이 와인들을 함께 평가할 패널들 역시 보통 때의 배가 넘는 신청이 몰렸고, 함께 하지 못하는 많은 분께 죄송한 마음을 표해야만 했다.
보다 강력한 리스트의 와인들이 하나씩 차례로 패널들에게 서빙되었다. 모든 정보가 가려진 채 1차 평가를 한 후, 와인의 정보를 확인하며 2차 평가의 시간을 가졌다. 10종 모두 맛있는 내추럴 와인으로 인정을 받으며, 우열을 가리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었다. 그럼에도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와인을 꼽자면, 체코에서 생산한 스파클링 와인, ’도브라 비니체, 크렘 드 뱅(Dobra Vinice, Creme de Vin) 2014’와 이탈리안 레드 와인 ‘피폴리 알리아니꼬 델 불투레 제로(Vigneti del Vulture, Pipoli Aglianico del Vulture Zero) 2015’였다.
내추럴 와인의 끔찍했던 첫 경험으로 등을 돌렸던 이들, 그동안 궁금했으나 선뜻 내추럴 와인을 시도해보지 못했던 초심자들, 이 모든 이들을 위해 준비한 ‘맛있는’ 내추럴 와인 10종을 만나보자!
1. 도브라 비니체, 크렘 드 뱅(Dobra Vinice, Creme de Vin) 2014
생산 지역. 체코 모라비아 / 품종. 리슬링, 피노 누아/ 수입처. 유진재인 셀렉션
[우아한 귀부 와인이 떠올라] 레스토랑에서 처음 내추럴 와인을 접했는데, 음식과의 궁합이 꽤나 흥미로웠습니다. 직설적으로 다가오는 날 것의 느낌이 좋아서 내추럴 와인을 자주 찾게 돼요. 이 와인은 체코에서 생산되는 내추럴 스파클링 와인으로, 재미있는 요소가 많아요. 아주 작은 기포들이 잔잔하게 느껴지고, 꿀 향이 코끝을 훅 치고 들어오더니 토스티한 향이 침샘을 자극하네요. 마치 귀부 와인을 마시는 듯한 깊이감과 향이 가득해요! – 이채륜(회사원)
2. 심포니 블랑 내추럴 및 유기농(Symphony Natural & Organic White) 2018
생산 지역. 스페인 아라곤 / 품종. 가르나차 블랑 / 수입처. 케이엔제이 와인앤스피리츠
[오묘한 매력의 향수 와인] 최근 프랑스 파리와 부르고뉴 여행을 하면서 내추럴 와인을 알게 되었는데, 그동안 내가 취향이라는 변명 아래 좋아하는 것만 선택해왔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추럴 와인을 접하면서 생전 처음 느껴보는 다양한 풍미를 알게 되었답니다. 복합적이고 오묘한 매력의 아로마를 가진 이 와인은 향을 맡는 순간, 이미 게임 끝! 향수로 비유하면 탑 노트는 프루티하고 플로럴한데, 미들노트와 베이스노트는 은근 이끼향이 나는 패츌리가 연상돼요. 게뷔르츠트라미너와 소비뇽 블랑의 매력을 한데 모은 듯 해요. – 갈지은(회사원)
3. 이 카치아갈리 ‘자그레오’ 비앙코 로카몬피나(I Cacciagalli ‘Zagreo’ Bianco Roccamonfina IGT) 2017
생산 지역. 이탈리아 캄파니아 / 품종. 피아노 / 수입처. 어벤져스와인
[순수하지만 강렬한, 궁극의 내추럴 와인] 올바른 먹거리를 찾고자 하는 인간의 당연한 욕망이 지금의 내추럴 와인에 대한 폭발적인 인기를 가져온 거라 생각해요. 최근에는 궁극의 내추럴 와인으로 평가받는 오렌지 와인이 떠오르고 있죠. 피아노 품종으로 만들고 암포라에서 발효 숙성시킨 이 와인은 오렌지 필 마멀레이드 향이 가장 먼저 코를 매료시킵니다. 기분 좋은 미네랄리티와 산도, 그리고 타닌이 입안을 잡아주어 아주 좋아요! 햇볕 쨍쨍한 바닷가에서 마시고 싶은, 순수하지만 강렬한 느낌의 와인입니다. – 권혜미(와인 어드바이저)
4. Sincero(신체로) 2017
생산 지역. 이탈리아 토스카나 / 품종. 산지오베제,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 / 수입처. 비노비노
[자연과 인간을 향한 생산자의 철학을 온전히 담아] 와인에서 생산자의 철학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연과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담긴 내추럴 와인에 반할 수밖에 없는 이유죠. 이러한 생산자의 철학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이 와인은, 내추럴 와인에서 흔히 보이는 특유의 콤콤한 향이 있어요. 하지만 이 향들이 아주 기분 좋게 느껴지고, 부드러운 타닌과 질감이 입안을 즐겁게 해줍니다. 적당한 당도와 기분 좋은 산도 등 전체적인 밸런스도 아주 좋아요. – 우동환(와인 어드바이저)
5. 부루이, 비에이 빈느(AOC Brouilly, Vieilles Vignes) 2016
생산 지역. 프랑스 보졸레 / 품종. 가메 / 수입처. 트레드수드
[고진감래] 직업상 식자재와 음료에 관심이 많은데, 자연 그대로의 맛과 향을 보여주는 내추럴 와인은 정말 재미있는 와인이에요. 전형적인 내추럴 와인의 꼬릿하면서 숙성된 향과 함께 붉은 과일 향이 기분 좋게 올라와요. 하지만 강렬한 향과는 달리, 막상 입에 머금으면 부드러우면서 밸런스 좋은 산도와 당도, 그리고 상큼한 과실의 풍미로 인해 굉장히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이에요. 타닌이 강하지 않아, 연어와 같은 붉은 살 생선과도 잘 어울릴 것 같아요. – 황재원(식품 MD)
6. 피폴리 알리아니꼬 델 불투레 제로(Vigneti del Vulture, Pipoli Aglianico del Vulture Zero) 2015
생산 지역. 이탈리아 바실리카타 / 품종. 알리아니코 / 수입처. 와이넬
[컨벤셔널 와인과 내추럴 와인, 그 사이 밸런스를 기가 막히게 맞추다] 1년 전 처음 내추럴 와인을 만났을 때 첫 모금을 넘기는 순간, 헉! 하고 너무나 놀랐었어요. 그런데 재밌게도 그 독특한 풍미가 자꾸만 생각이 나는 거예요. 그래서 그 뒤로 자주 찾아 마시게 되었답니다. 이 와인에서도 내추럴 와인 특유의 발효 향이 확 느껴져요. 하지만 그 묵직하고 복합적인 풍미들 속에서 아주 깊은 달콤한 과실 향이 존재감을 내뿜으며 입안을 꽉 채워줘요. 처음에 타닌이 짱짱하게 느껴지는데, 시간을 두고 열어 두면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거로 생각해요. – 김아람(프리랜서)
7. 로 쁘띠 팡떼 디폴리트(Lo Petit Fantet d’Hippolyte) 2018
생산 지역. 프랑스 코르비에르 / 품종. 카리냥, 그르나슈, 시라 / 수입처. 르셀리에
[시간이 주는 마법] 일찍이 내추럴 와인이 대중화된 일본에서 처음 접한 후, 끊임없이 변화하는 매력에 끌려 내추럴 와인을 계속 마시고 있어요. 한식과 일식 등 여러 음식과도 아주 쉽게 페어링할 수 있는 내추럴 와인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이 와인도 오픈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복합적으로 맛이 변해요. 처음에는 꼬릿하고 쿰쿰하면서도 고소한 향이 인상적이에요. 향에 비해 맛은 너무나 달콤한데, 끝에는 마치 포트 와인처럼 달달하면서 플로럴한 향이 더해져요. 여러 복합적인 맛이 오래 지속돼요. – 전소현(마케터)
8. 엑스트라 리브르 르 세드르(Extra Libre Le Cedre) 2015
생산 지역. 프랑스 카오르 / 품종. 말벡 / 수입처. 신세계엘앤비
[편안하면서 우아한 내추럴 와인] 내추럴 와인의 매력은 단순합니다. 기존의 와인과는 달리 야생적이면서 자연 친화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야생적이라 해서 거칠고 불편한 풍미가 있어야 한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 와인은 미각적으로 우아한 느낌을 줘요. 첫 향에서 스파이시한 향이 강하지만, 입안에서는 검붉은 과일 풍미가 신선하게 느껴지고 목 넘김이 매끄러워요. 목 넘김 후에 전해지는 타닌이 우아하고 부드러우며, 전체적으로 산도와 타닌 등 밸런스가 아주 좋은 내추럴 와인입니다. – 남재준(자영업)
9. 티칼 – 내추럴(Tikal – Natural) 2015
생산 지역. 아르헨티나 멘도사 / 품종. 말벡, 시라 / 수입처. 그레이프코리아
[절제된 단란함]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내추럴함, 즉 자연스러운 맛이 내추럴 와인의 가장 큰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추럴 와인의 선호를 극단적으로 만드는 가장 큰 요소인, 향수에서 맡을 수 있는 굉장히 다양하고 복합적이며 독특한 향을 느낄 수 있기에 내추럴 와인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이 와인에서는 내추럴 와인 특유의 암모니아 향이 강하지 않게 은은히 퍼지고 블랙베리, 민트, 정향 등이 향기롭게 발현됩니다. 부드러운 첫 느낌의 커피 향이 점점 강렬해지면서 입안을 가득 채워 좋은 느낌을 주네요. – 김영배(회사원)
10. 팍스톤 나우 쉬라즈(PAXTON Now Shiraz) 2018
생산 지역. 호주 맥라렌베일 / 품종. 쉬라즈 / 수입처. 유와인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발견하는 재미] 일반 와인은 레이블만 봐도 풍미가 예상되고, 그 맛과 향이 예상과 적중할 때가 많아요. 하지만 내추럴 와인은 품종과 생산 지역을 안다고 해도 전혀 다른 풍미로 깜짝 놀랄 때가 많죠.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어요. 이 와인에서는 더운 지역에서 아주 잘 익은 포도로 만들어 농축된 단맛이 느껴져요. 코끝과 혀끝에서 느껴지는 짜릿함에 이어, 진~한 검은 과실 풍미가 떠올라요. 음식 없이도 기분 좋게 마시기 좋은 와인이에요. – 양정주(UX 디자이너)
Tip. 각 와인의 자세한 정보 및 모든 패널들의 리뷰는 AI 기반 주류 검색 서비스, 마시자GO 앱과 매일 하나의 와인을 추천하는 Wine Pick에서 만나볼 수 있다.
[Pickers’ table이란?] 픽커스 테이블은 소비자가 현재 가장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반영한 주제를 선정하여 격주로 진행되는 시음회이다. 각 주제에 맞춰 선정된 와인을 시음한 패널들의 리뷰는 Wine Pick 기사 컨텐츠와 마시자Go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Wine Pick이란?] 와인 픽은 픽커스 테이블에서 소개된 와인을 매일 하나씩 추천하는 서비스로, 마시자Go를 통해 와인 정보와 소비자의 시음평을 확인하고 예약 서비스를 통해 와인을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