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인들이 전에 없는 ‘집콕’ 생활로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요즘, 와인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은 와인 ‘러버’들을 위한 필수 서적 리스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가 채워주지 못하는 허전함을 와인 관련 이야기들로 채우고 싶을 때, 예컨대 와인을 처음 시작하는 초보 와인러버들에게는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맛을 봐야 하는지 또는 어떤 음식들과 찰떡궁합인지를 알려주는 책들이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는 것. 특히 1970년대 출간되어 제법 시간이 지난 작품들까지도 재출간되는 등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분위기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바로 와인 입문자부터 전문가들까지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는 와인 전문 서적 top5를 소개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활용해 와인의 면모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이 책들에 주목해보자.
그 첫 작품은 ‘Adventures on the Wine Route’다. 최근 뉴욕 타임즈가 꼽은 ‘재밌고 유익하면서도 영감을 주는 와인 책’으로 선정한 작품이다. 이 책은 출간된 지 무려 27년이 넘은 고전으로, 긴 세월 동안 꾸준히 와인 분야 베스트 셀러로 등극하면서, 흥미와 정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작품이라는 평가다. 특히 총 288페이지의 양장본으로 제작된 이 책은 지난 2019년 출간 25주년 기념 에디션 판이 재출간된 바 있다.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의 작가 커밋 린치가 1980년대 무렵부터 프랑스 일대를 돌며 와인 여행을 하는 내용을 담은 작품으로, 차가운 동굴에서 와인 메이커들과 함께 생활했던 추억과 햇빛이 햇볕이 좋았던 테라스에 앉아서 긴 시간 와인 한 잔을 곁들인 식사를 즐겼던 기억들이 작가의 정감 어린 시선과 함께 작품 속에 그대로 녹아 들어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가 커밋 린치는 사진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아내 게일 스코프와 두 자녀와 함께 소매 와인숍을 운영하며 여전히 와인 전문가로 뚜렷한 행보를 걷고 있다. 책의 첫 출간 시기였던 지난 1988년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2000년대 들어오면서 와인과 와인 여행에 주목하는 독자들이 늘어나면서 뒤늦게 큰 호응을 얻었다는 평가다.
특히 이 책은 와인 전문 분야뿐만 아니라, 프랑스 여행 관련 서적 중에서도 아마존 전체 순위 41위에 링크됐을 정도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지난 2007년 뉴욕 타임즈는 이 책에 대해 ‘와인과 관련해서만큼은 미국 최고의 책 중 하나’라고 평가했으며, 2012년 월스트리트 저널은 ‘와인 비즈니스와 관련해서 현존하는 가장 최고의 작품’이라고 했다.
두 번째로 소개할 작품은 ‘Beyond Flavour: The Indispensable Handbook to Blind Wine Tasting’다. 이 책은 와인 애호가들이 전문 지식 습득을 위해 반드시 거쳐 간다는 ‘블라인드 테이스팅’ 기술 함양에 도움을 주는 실용적인 가이드 서적으로 꼽힌다. 특히 포도의 주요 품종과 와인 생산 지역에 대한 각각의 특성 등 정보성 기록들이 다수 수록됐다.무엇보다 와인의 맛을 결정짓는 가장 주요한 요소로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의 타닌 구조와 산성의 정도 등이 결정짓는다는 상세한 분석과 기록 등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곧 국가별, 지역별로 다른 와인 스타일이 서로 다른 상반된 맛과 향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면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위한 팁 제공과 와인을 공부하는 이 분야 학생들과 전문가들에게 와인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작품 중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아오고 있다.
특히 이 책의 저자 닉 잭슨은 와인 마스터로 유명세를 얻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 책이 그의 첫 단행본이라는 점에서 많은 분야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신학 박사학위를 받은 내력을 가진 인물로, 현재는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한 ‘Vintage Variation LLC’를 설립, 개인 및 기업 고객들에게 고급 와인의 다양한 맛과 향에 대한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The Botanist and the Vintner: How Wine Was Saved for the World Paperback’ 역시 이 분야 수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특히 식물학자 출신의 작가와 와인 전문가 다수가 함께 참여해 출간된 이 작품은 지난 2006년 출간 직후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 와인 러버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는 작품이다. 더욱이 이 책은 일반 와인 서적들과 다르게 생태학, 정치학 등이 자유 시장 경제 체제 하에서 어떻게 충돌하는지에 대해서 주목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서적들과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책 내용 중에 수록된 기록에는 지난 1860년대 중반부터 프랑스 남동부 지역의 포도나무들이 설명할 수 없는 어떠한 이유로 시들고 죽어가기 시작했다. 이때 몽펠리에 출신의 식물학자 줄스-에밀 플란숑이 조사를 위해 현장에 파견됐고, 그는 포도나무 뿌리가 미세한 노란 곤충으로 뒤덮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곤충의 정체가 무엇이고, 어디에서 비롯됐는지에 대해서 당시에는 그 누구도 확실하게 답변해주지 못했다. 어떠한 정보나 지식이 없었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병은 곧 유럽 일대에서 벌어진 침략 전쟁과 이로 인한 군대의 대이동으로 유럽 전역으로 쉽게 번졌다. 또, 빠른 속도로 미국 캘리포니아까지 번진 이 전염병으로 인해 당시 미국 일대의 포도나무들이 시름시름 앓는 심각한 전염병 사태를 맞아야 했다.
그야말로 와인 산업 기반이 흔들리는 재앙을 마주해야 했던 것이다. 실제로 이 시기 프랑스, 이탈리아와 스페인 와인 산업의 3분의 2에 달하는 많은 공장들이 파산했고, 이 분야 종사자 중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식물학자들은 수년에 걸쳐 와인 제조 시설의 과학화와 현대화를 추진했는데, 작가 크리스티 캠벨이 영국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서 당시 사건에 주목하고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1990년대에 작가가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해 적은 글들을 묶은 이 책은 2005년 글렌피디치 식품 음료상을 수상했다.
다음으로 소개한 작품은 작가 줄리아 플린 실러의 ‘The House of Mondavi : The Rise and Fall of an American Wine Dynasty’다. 이 책은 일명 ‘와인 제국’으로 불리는 미국 나파밸리의 몬다비 가족 역사와 몰락에 대한 기록물이다. 작가 줄리아 플린 실러는 이 책을 쓰기 위해 무려 2년 동안이나 현지에서 체류하면서 관련 인물들 백여 명을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그 덕분에 몬다비 가족의 흥망성쇠에 대해 알려지지 않았던 4세대에 걸친 나파밸리 몬다비 가족들의 갈등과 형제들의 법적 소송 사건 등 내부인들만 알 수 있었던 가족 간의 암투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다뤘다는 평가를 받아오고 있다.나파밸리는 그 명성과 규모만큼이나 이 분야 종사자들에게 꾸준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와인 전문 가족기업이다. 실제로 이 책이 주목한 ‘나파밸리’는 지난 1861년 프로이센 출신인 찰스 크러그에 의해 세워졌으며,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였던 체사레·로사 몬다비 부부에게 1943년에 인수됐다. 그렇게 인수된 나파밸리는 피터 몬다비와 그의 형 로버트 몬다비에 의해 1950∼1960년대 들어오면서 이 일대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와이너리로 키우는 데 성공했다. 이 책의 기록에 따르면, 1950~60년대 당시 로버트는 경영을 총괄한 반면 피터는 와인 생산과 관련한 업무를 도맡아 처리했었다.
하지만 이 같은 명성은 형제의 아버지 체사레가 1959년 사망하면서 갈등이 외부화된다. 두 형제는 와이너리의 경영 방향성이 상이했는데, 두 사람의 다른 생각은 곧 형 로버트가 1965년 무렵 와이너리를 떠나 이듬해에 오크빌에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를 새롭게 여는 것으로 갈등은 종점에 치달았다. 그리고 피터는 남은 가족과 함께 크러그 와이너리를 계속 운영해왔고, 지난 1976년 모친 로사 씨가 사망한 후 마크와 피터 주니어 등 두 아들이 아버지로부터 와이너리를 넘겨받아서 운영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07년 첫 출간된 이 책은 몬다비 가족의 그 후 이야기에 대한 후속 작품에 대한 목소리가 이어질 정도로 지속적인 베스트셀러로 꾸준한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와인 서적은 ‘Wine and War: The French, the Nazis, and the Battle for France’s Greatest Treasure Paperback’다. 총 306페이지의 무거운 양장본으로 구성된 이 책은 그 무게만 약 0.5kg에 달할 정도로 제법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책의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작품은 와인을 지키기 위한 전쟁에 대한 내용이 전반적으로 담겨있다. 특히 흥미롭게 지켜볼 내용은 지난 1939년 9월 1일 프랑스 정부가 프랑스 일대를 침략해 들어온 독일 나치 정부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당시 프랑스 정부는 나치 군대에 의해 파괴될 우려가 컸던 자국의 와인 산업을 전쟁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와인 산업 종사자들만큼은 전쟁에 참여하지 않도록 하는 친 와인 산업 정책을 실시했다. 실제로 당시 프랑스 정부는 독일 나치의 폭압에 반대하고, 와인 산업을 지키기 위해서 와인 메이커들을 대상으로 군대 징집을 면하는 특별 정책을 실시했던 것.이 시기 프랑스 정부의 파격적인 정책 덕분에 와인 메이커들은 자신들이 종사했던 포도 농장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었고, 그렇게 농장에서 안전하게 수확된 포도가 최상급의 와인 제품으로 완성될 때까지 군대 징집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행운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전쟁에서 프랑스 인구 중 100만 명이 사망하고 100명이 큰 부상을 당했다. 당시 프랑스 정부의 와인 메이커들을 위한 이 정책이 얼마나 파격적이었으며, 와인 산업을 온전히 지키기 위한 프랑스 정부와 프랑스인들의 고군분투가 얼마나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었던 것이었는지 짐작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그들은 당시의 기억에 대해 ‘와인 전쟁’이라고 부르면서 기억해오고 있다. 이 책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의한 폭압의 전쟁과 와인 산업을 기치로 한 프랑스인들의 저항 의식 등에 대한 기억 파편들을 담담한 어조로 기록한 내용이다.
책의 후반에 등장하는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가장 오래되고 존경받는 와이너리 중 일부가 전쟁 이후에 어떻게 다시 설립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와인 뿐만 아니라 와인 왕조로 알려진 프랑스가 와인 산업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세계 최고의 와인 메이커로서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감수했는지에 대해서 담담하게 서술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