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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먹거리 탐구 a to z②] “보이차 말고, 커피 주세요!”

[중국 먹거리 탐구 a to z②] “보이차 말고, 커피 주세요!”

임지연 2016년 8월 25일

 

오랜 지인과 함께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왠지 아쉬워, ‘니 요 콩마? 워샹자오니슈어활(你有空吗? 我想找你说话儿: 더 이야기 할 시간 있어?)’라고 물었습니다. 마침 폭염 뒤 한 차례 비가 지나간 터라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긴 얘기를 꺼내놓기에 안성맞춤인 저녁이었기 때문이죠.

그녀는 지난 2006년 제가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을 당시 유학을 온 중국인 친구로, 봉사활동을 통해 만났던 소중한 인연이죠. 올해로 약 7년 만에 만나는 것이었으니 헤어지는 발걸음이 아쉬울 만도 했습니다.

이후 대학 졸업 후 중국을 여행하고 있던 저는 중국 광저우에서 한 차례 그녀와 재회했고, 한국으로 떠날 시간이 되었을 때 눈물을 흘렸던 그녀의 순수한 감성이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말로 다 전하지 못했지만, 아마도 그 누군가 나 한 사람만을 위해 울어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제 쪽에서 매우 큰 감동을 받았던 모양입니다.

coffee

그렇게 7년 만에 베이징에 살고 있는 저를 만나러 그녀는 긴 시간 비행기를 타고 와 준 것이죠. 저는 그녀에게 따뜻한 차를 한 잔 나눌 만큼의 시간을 더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또 제 기억 한편에는 언제나 과거의 그녀가 늘 따뜻한 보온병에 찻잎을 넣어 수시로 마시던 차 애호가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왠일인지 ‘커피 한 잔’이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너 커피 마실 줄 아느냐’고 물었고, 오히려 ‘내가 커피도 못 마시는 구식으로 보이느냐’는 답변이 그녀로부터 돌아왔습니다.

그녀의 모습을 통해 과거의 중국인들이 찻잎을 우려 먹길 좋아했다면, 이제는 내로라하는 커피 애호가로 점차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느끼게 된 순간이었죠.

실제로 중국에는 지금껏 해외 유명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 코스타 커피, 카페 베네 등을 대표로 하는 유명 브랜드 커피 전문점을 자체적으로 개발하지 못하고, 대만, 홍콩 등을 통해 수입된 해외 유명 브랜드의 커피 전문점이 대륙 속에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마도, 커피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비교적 긴 시간이 필요한 이유도 있지만, 그만큼의 관심도 애호가도 마니아층도 없었다는 점에서 단순히 해외의 유명 브랜드가 일부 1선 대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프랜차이즈 점을 운영해왔던 것이죠.

지금도 그 같은 분위기는 여전합니다. 커피숍보단 전통 찻집을 더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골목 구석구석마다 작고 아담한 규모의 커피 전문점이 하나 둘 영업을 시작하고 있어 눈길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들 소규모 커피 전문점은 ‘스타벅스’로 대변되는 일반화 된 커피 맛보다 더 고급스러운 맛과 풍미를 가진 ‘스페셜 커피 전문점’을 표방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때문에 가격적인 면에서도 기존의 프랜차이즈점의 것보다 10위안 이상 비싼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획일적으로 운영되는 대형 커피숍에 지친 이들의 발길이 줄곧 이어지며, 온라인상에서도 큰 호평을 받는 분위기입니다.

我的咖啡时间

실제로 중국의 최대 맛 평가 리뷰 전문 사이트 따종디엔핑(大众点评)에서는 ‘我的咖啡时间’에 대한 호평이 줄을 이었는데, ‘나의 커피 타임’ 이라는 감성적인 문구의 작은 커피 전문점의 이름이 좋아 속으로 조용히 읊조려 보고 싶어집니다.

주요 이용 고객들은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 중 비교적 시간이 넉넉한 남성들과 중년 여성들입니다.

chair

‘我的咖啡时间’ 내외부 전경. 내부엔 언제나 그렇듯이 여유로운 시간을 가진 주민들이 와서 조용한 목소리로 담소를 나눈다.

‘我的咖啡时间’ 내외부 전경. 내부엔 언제나 그렇듯이 여유로운 시간을 가진 주민들이 와서 조용한 목소리로 담소를 나눈다.

주로 가벼운 책이나 매월 발간돼 비치되는 잡지에 실린 가십거리들을 뜨거운 커피에 녹여 오래 도록 음미할 수 있는 이들이죠.

저 역시 지인과 방문한 그 뒤로 자주 찾곤 합니다. 뭣보다 커피숍 내부에 온전히 녹아 있는 ‘여유로운 일상’이 좋기 때문이죠.

오전 11시 즈음 느즈막이 문을 열어 저녁 8시면 문을 닫는데, 가장 느긋하게 하루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시간에만 잠깐 영업을 하고, 그 뒤론 손님이 찾아와도 막 갈아놓은 커피가 없어 팔 수 없다고 고집을 피우는 젊은 주인장의 태도도 왠지 마음에 듭니다.

매일 오후 2시에는 그날그날 판매할 신선한 원두를 볶아내는데, 커피숍 앞으로 지나칠 때마다 코끝을 자극하는 향이 좋아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가고 싶죠.

-가격표-

※에스프레소 20위안(약 3600원)
※아메리카노 28위안(약 5000원)
※카푸치노 33위안(약 6000원)
※카페라테 33위안(약 6000원)
※모카치노 33위안(약 6000원)
※주소:北京海淀区彩和坊路10号中关村 11大厦119号(近中关村购物广场)
※연락처: +86 (010)62684746

 

最美过光

‘가장 아름다운 시간(最美过光)’을 담아낸 공간이란 의미의 커피 전문점입니다.

찾아오는 외국인들이 많은 탓에 중국식 발음을 힘껏 소리 내지 않아도(예컨대, 카페라떼를 주문 할 때마다 ‘나티에’라고 발음할 필요없이 ‘카페라테’라고 편히 발음하면 된다) 점원이 ‘알아서’ 쉽게 주문을 받아주니 여간 고마운 것이 아닙니다.

‘最美过光’의 내외부 모습. 하얀 거품이 그야말로 ‘제대로’ 올라간 깊은 풍미를 자아낸다.

 

더욱이 하얀 거품을 두껍게 제대로 만들어 올린 카푸치노 맛은 이 지역 일대에서 가장 ‘으뜸’이라고 칭송을 받곤 하는데, 그 가격은 20위안 대(약 3600원)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죠.

이 곳을 찾을 때면 필자가 잊지 않고 찾는 메뉴로는 카푸치노 외에도, 진한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모카치노 등 다양한 커피류의 음료를 만나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아낌없이 투 샷을 넉넉히 넣어 커다란 대접 사이즈의 컵에 내어주는 에스프레소는 단 돈 8위안(약 1440원)이라는 점에서 더 없이 매력적인 가격이죠.

주로 찾는 고객들은 외국인 유학생들과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습니다. 베이징 대학 캠퍼스 내에 자리 잡고 있지만, 학생들보다 외부인들이 많은 이유는 이 곳이 캠퍼스 내 비교적 오픈된 공간에 자리하고 있는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인근에 유명한 레스토랑 ‘헐리우드’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통 서양식 음식을 맛보기 어려운 중국의 특성 상 양식 맛을 ‘흉내 낸’ 레스토랑이 많은데, 할리우드 레스토랑에서 만큼은 갓 구어 낸 정통 수제 햄버거와 샐러드를 얹힌 돈가스, 스테이크, 스파게티 등을 저렴한 가격에 맛 볼 수 있어, 인근 지역 주민들의 명소로 자리해 있죠.

때문에 ‘헐리우드’에서 맛있는 한 끼 식사 후 ‘最美过光’에서 커피 한 잔으로 8월의 뜨거운 하루를 여유롭게 보내는 것은 카페의 이름처럼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는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가격표-

※에스프레소 8위안(약 1440원)
※아메리카노 15위안(약 2700원)
※카푸치노 20위안(약 3600원)
※카페라테 20위안(약 3600원)
※모카치노 23위안(약 4100원)
※카라멜모카치노 23위안(약 4100원)
※바닐라라테 23위안(약 4100원)
※그린티라테 24위안(약 2300원)

※주소: 北京市海淀区颐和园路5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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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찾는 인생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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