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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퍼드와 함께 하는 월요일. 핑거 레이크를 탐험하다

제퍼드와 함께 하는 월요일. 핑거 레이크를 탐험하다

Decanter Column 2018년 11월 12일

앤드루 제퍼드가 미국의 “올해의 와인 생산지”를 거닐어보았다.

닥터 콘스탄틴 프랭크에서 바라본 큐카 레이크와 포도밭 전경 / 사진 제공: 앤드루 제퍼드

와인 이름은 레드 캣(Red Cat)이다. 1리터들이 병에 담겨 있고 색상은 체리에이드 색이다. 라벨에는 붉은색 고양이 한 마리가 나무로 된 욕조에 기대어 앉아 있고 울타리 너머에서 흰색 고양이 한 마리가 사랑스럽다는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그 밑에는 “뜨거운 욕조의 전설”이라고 적혀 있다. 해즐릿 1852 빈야드 웹사이트를 찾아가 보면 “사학자들에 따르면 레드 캣을 마시면 마실수록 뜨거운 욕조 속에서 걸친 옷가지의 수가 줄어든다”라고 장난스럽게 쓰여 있지만 함께 그곳을 찾았던 우리들은 아쉽게도 이 말이 맞는지 확인해보진 못했다.

여기에서 캣이란 19세기 초중반까지 미국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었던 품종인 카토바(Catawba)의 줄임말이다. 품종 자체는 화이트이지만 레드 캣은 20% 레드 하이브리드가 블렌딩되어 있다. 2016년에 발표된 논문을 보면 카토바란 미국의 야생 포도 품종으로 우연히 세미용과 교배된 것이라고 한다. “여우 냄새(Foxy)”라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위해 이 와인을 샀다. 여우 냄새란 경험하기 전까지는 수수께끼와 같은데, 미국 토종 포도종에서 나는 풍미로 유명하다. 레드 캣은 풍미가 약하고, 도수가 낮고(11도), 달콤하며, 감상적이지만 분명히 땀 흘리는 고양이라든가 족발 같은 향기가 뚜렷이 난다. 한 번 이 냄새를 맡으면 절대 잊을 수 없다.

핑거 레이크를 둘러보는 이틀짜리 투어 동안 나와 투어 동반자들이 맛보았던 거의 모든 와인은 비니페라 포도만으로 발효된 것이었지만 뉴욕주에서는 여전히 하이브리드와 토종 품종이 총 재배 면적의 83%를 차지한다. 그러니 그런 품종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곳에서 포도 재배의 원천은 바로 이런 품종들이었고 실제로도 그 품종들이 필록세라에 유전적으로 강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의 와인 테이스팅이 가능했던 것이다. 세네카 레이크 남쪽 끝에 위치한 왓킨스 글렌의 와인 판매점을 잠시 둘러보았을 때에도 레드 캣의 무심한 듯한 매력이 과거를 향한 향수에 기댄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살아 숨 쉬는 전통의 일부임을 알 수 있었다. 이 토종 및 하이브리드 포도 품종 대부분이 들어가는 코디얼, 주스, 잼, 젤리 등이 이 와인의 사촌격이라 할 수 있다.

핑거 레이크에서 비니페라 품종의 전통이 시작된 건 최근의 일이다. 우크라이나 출신 망명자인 닥터 콘스탄틴 프랭크가 그 방면의 선구자로서, 1958년에 처음 산 땅에 60가지 비니페라 품종들을 키웠다. 하지만 그 지역에서 비니페라 품종을 매우 천천히 받아들였고, 기존의 토종 양조 전통은 끈질기게 명맥을 이어갔다. “1998년에 내가 여기 처음 왔을 때에는 이 지역을 통틀어 훈련된 와인메이커가 단 둘뿐이었습니다.” 러빈 와인 셀러스의 모튼 홀그렌이 그 당시를 떠올리며 말했다.

이 사근사근한 프랑스/덴마크계 미국인은 프로방스의 샤토 루빈에서 자라 몽펠리에(그곳에서 “투명한 와인 양조”를 배웠다고 했다)에서 교육을 받은 뒤 대서양을 건너 왔다. 처음에는 물리학과 천체물리학을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지금은 아내 리사와 함께 모두 합쳐 53헥타르의 포도밭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주된 곳이 세네카 레이크에 있고 다른 하나는 큐카 레이크의 와이너리와 아름다운 테이스팅 헛간 가까이에 있다. (홀그렌은 이전에 닥터 콘스탄틴 프랭크 와이너리에서 와인메이커로 일하기도 했다)

투어 버스에서 내려 따스한 10월 초의 햇살을 받으며 러빈 와이너리 헛간으로 향했다. 열린 문으로 은은한 산들바람이 들어와 거기 걸린 흰색 커튼을 흔들었다. 공기는 촉촉하고, 달콤하고, 향기로웠다. 공기를 짤 수 있다면 여름의 향기가 가득 밀려나올 것 같았다. 참으로 목가적인 풍경이었다. 모튼과 날씨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나누다 보니 그 상황이 금세 이해되었다. “내가 아는 그 어떤 지역보다도 빈티지별로 날씨가 크게 다릅니다. 어떤 때는 정상적인 계절이라는 것이 존재하긴 한 건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요.” 그가 말했다. 다음 날 만난 큐카 레이크 빈야드의 멜 골드먼은 이렇게 덧붙였다. “5월부터 10월까지는 이곳 기후가 부르고뉴와 꽤 비슷합니다. 문제는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예요. 거의 20도쯤 더 낮죠.”

얼음이 어는 겨울을 대비해 “언덕”을 만들어 놓은 포도나무들 / 사진 제공: 앤드루 제퍼드

얼음이 어는 혹독한 겨울 탓에 이곳의 포도나무는 모두 가을에 “언덕”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접목 부위가 가려지도록 흙을 쌓아 나무 몸통을 덮는 것이다. 그리고 가지치기 하지 않은 채로 겨울을 보낸다. 그것이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매년 추위에 죽는 나무들이 생겨나기 때문에 한 그루마다 몸통(trunk)을 여러 개(두 개에서 다섯 개 정도) 만들어 열매를 맺을 최소한의 눈을 남긴다. 홀그렌에 따르면 매년 포도밭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눈의 수를 세는 것이다. 즉, 가지를 베어 따뜻한 연구실로 가지고 들어가 무엇이 살아남았고 무엇이 그렇지 못했는지 알아본다. 일반적으로 포도밭에 눈이 싹트는 것은 5월 1일 이후다. “하지만 그때에도 서리로부터 안전하지 못합니다. 5월의 마지막 보름날까지는 기다려야 해요.” 세네카 레이크에서도 가장 따뜻한 남동쪽(“바나나 벨트”라고도 불린다)에 위치한 라이언 윌리엄 와이너리의 동명의 소유주 라이언 윌리엄의 말이다.

심지어 여름도 단순치가 않다. 너무 춥거나, 너무 덥거나, 비가 너무 많이 오기 일쑤다. 핑거 레이크에 내리는 비는 너무 국지적이거나 단기간에 무섭도록 쏟아진다. 2018년 여름은 덥고 습도가 높았는데 8월 중순부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세네카 레이크 동부의 한 곳은 단 24시간 동안 228-381mm의 폭우가 퍼부었다. 거기다가 비가 내린 뒤에 날이 따뜻해서 올해는 질병의 우려가 매우 컸다. 이쯤 되면 대단히 목가적이진 않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시장의 형성도 쉽지는 않았다. 모튼과 리사 홀그렌의 목표는 “드라이하고 미네랄 풍미가 있는 리슬링”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그 지역 사람들은 뜨거운 욕조에 앉아 달콤한 레드 캣을 들이키는 것에 더 익숙해져 있었다. 다른 와인에 눈을 뜬 그 지역 몇몇 레스토랑 주인들이 아니었다면 홀그렌 부부는 이 일을 계속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 우수한 비니페라 와인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실제로 이 리슬링도 대단히 매력적이다. 핑거 레이크는 2018년에 「USA 투데이」의 계열사인 텐베스트닷컴(10Best.com)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올해의 와인 생산지”로 뽑히기도 했다.

러빈의 모튼 홀그렌 / 사진 제공: 앤드루 제퍼드

이 부근의 포도 재배도 영국의 경우처럼 지구 온난화의 수혜를 입을 수 있을까? 의견은 분분하다. 낙관론자라고 자평하는 멜 골드먼은 “평균적으로 볼 때 우리는 기후 변화로부터 수혜를 입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곳 와인메이커 스테이시 누전트의 시각은 다르다. 그녀와 함께 닥터 프랭크 와이너리에서 상사로 일했던 모튼 홀그렌도 의견이 다르다. “날씨가 너무 변덕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게 저의 가장 큰 걱정이죠. 3월부터 눈이 트기 시작하면 정말 큰 문제입니다.”

앞서 우리가 레드 캣 외에 맛보았던 “다른 거의 모든” 와인이 비니페라 와인이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거기에 포함되지 않은 와인 중에 주목할 만한 것은 체피카에서 만든 2016 펫 낫 카토바였다. 이것을 맛본 건 호숫가의 욕조 속이 아니라 뉴욕의 유니언 스퀘어 카페에서였다. 유명 소믈리에 파스칼린 레펠티에와 핑거 레이크 와인메이커 네이선 켄달이 함께 만든 이 와인은 스타일 면에서 레드 캣과 극과 극에 있다. 최신 유행 와인으로 컴백한 이 와인이 비니페라와 토종/하이브리드 품종 모두 성공할 수 있는 이 지역만의 성공 비결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나도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핑거 레이크 와인 테이스팅

펫 낫 카토바, 체피카, 2016(Pet Nat of Catawba, Chepika, 2016)

이 카토바 와인의 여우 냄새는 땀 냄새나 고양이 냄새라기보다 족발이나 돼지 털을 연상시켰다. 그 자체로도 독특하지만 이 매력적이고, 깔끔하고, 맑은 펫 낫 와인은 그것 말고도 다른 서너 가지 특징을 갖는다. 흥미진진하고, 목적의식 뚜렷하고, 희한할 정도로 음식과 잘 어울리는 이 와인은 마시는 사람에게 많은 기대를 품게 한다. 기대가 어긋날 수도 있지만 또 한 편으로는 무엇이 핑거 레이크 와인을 매력적으로 만드는지 많은 것을 배울 수도 있다. 100점 만점에 86점. 알코올 도수 10도.

드라이 리슬링, 마그릿, 닥터 콘스탄틴 프랭크 2016(Dry Riesling, Margrit, Dr Konstantin Frank, 2016)

이 섬세하지만 한편으로는 인상적인 드라이 리슬링은 세네카 레이크 동쪽 양질토에 2001년 심어진 포도나무 열매로 만든 것이다. 미묘하고 달콤한 듯한 사과와 다른 과수원 과일 향기가 난다. 풍미는 기본적이고, 순수하고, 매우 자극적이다. 산도가 리터 당 7.4g, 당도는 0.3%에 불과한 와인에서 느낄 수 있는 그대로다. 톡 쏘는 사과와 레몬에 미네랄 소금의 신선함이 느껴진다. 상쾌하고 날카로우며 해산물에 곁들이면 아주 좋을, 레스토랑 와인 리스트마다 올려야 할 바로 그런 종류의 드라이 리슬링이다. 91점. 알코올 도수 12도.

앰버 르카치텔리, 닥터 콘스탄틴 프랭크, 2017(Amber Rkatsiteli, Dr Konstantin Frank, 2017)
자르 리슬링과 상세르를 50대 50으로 블렌딩한 것을 상상해보면 이 연한 금색 핑거 레이크 르카치텔리가 어떤 아로마를 가지고 있을지 대략 알 수 있다. 풍미는 팽팽하고 긴장된 아로마보다 더 뚜렷하고 단도직입적이다. 은은한 질감의 여러 풍미들 사이로 으깬 야생 능금, 홉, 망고 맛이 오간다. 앰버 와인으로서 약간의 탄닌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실험을 하는 듯하다. 10일간 껍질과 접촉시키고 암포라에서 9개월 숙성 뒤 병입했다. 89점. 알코올 도수 12도.

드라이 리슬링, 폴링 맨 빈야드, 큐카 레이크 빈야즈 2017(Dry Riesling, Falling Man Vineyard, Keuka Lake Vineyards 2017)

최고 수준의 핑거 레이크 리슬링은 거의 대부분 극도로 섬세한 과일 풍미에 드라이하고 엄격한 풍미가 결합되어 있는데 큐카 레이크 서쪽에서 자란 이 순수하고 강렬한 싱글 빈야드 와인에서 바로 그런 풍미를 찾을 수 있다. 폴링 맨 리슬링의 세 개 빈티지를 호수 조금 더 위에서 자란 에버그린 렉 리슬링 세 개 빈티지와 비교할 기회를 얻었는데, 후자가 더 풋풋하고 루아르 스타일인 반면 전자는 폴링 맨 포도밭의 순수한 과일 풍미가 더 느껴졌다. 89점. 알코올 도수 12.3도.

블랑 드 블랑, 러빈 2008(Blanc de Blanc, Ravines 2008)

개인적으로 핑거 레이크의 스파클링 와인은 품질 면에서 앞으로 기대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이곳의 거의 모든 와인이 그렇듯 과일 풍미로 거의 가려지지 않는 산도의 핵심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있다. 과도한 과일 풍미가 오히려 와인의 집중력을 흐려놓는, 샴페인과 비슷한 스타일 스파클링 와인에서는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런 와인의 잠재력을 막는 것이 있다. 바로 이 지역에 평범하고, 둥글둥글하고, 가격 저렴한 오래된 전통의 스파클링 와인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곧 고객의 기대치와 와인메이커의 야심 두 가지 모두가 높은 목표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러빈에서는 그렇지 않다. 세네카 레이크의 오래된 아젯싱어 포도밭에서 만든 이 인상적인 드라이 샤르도네는 효모 찌꺼기와 함께 거의 10년을 보냈다. 깨끗하고 산뜻한 사과와 레몬 향기에 신선하고 단호하며 강력한 풍미, 그리고 질감과 진한 풍부함을 찾을 수 있다. 88점. 알코올 도수 13도.

드라이 리슬링, 아젯싱어 빈야드, 러빈 2015(Dry Riesling, Argetsinger Vineyard, Ravines 2015)

석회암이 풍부한 아젯싱어 포도밭에서 난 이 우수한 리슬링은 연한 금색을 띠고 섬세한 초록 사과와 라임 향기를 지녔으며, 촉촉하고 순수하고, 저돌적인 풍미 뒤에 약간의 빵 풍미를 가졌다. 에덴 밸리 리슬링에 코토 뒤 루아나 야스니에르 슈냉을 섞는다면 이런 맛이 나지 않을까. 91점. 알코올 도수 12.5도.

그뤼너 벨틀리너, 라이언 윌리엄 2015(Gruner Veltliner, Ryan William 2015)

초록/금색을 띤 이 세네카 레이크 화이트 와인은 식물 수액과 백후추의 전형적인 그뤼너 벨틀리너 아로마를 수줍은 듯 드러낸다. 입안에서는 대부분의 그뤼너보다 더 풋풋하지만 설익은 듯한 맛이 아니고 촉촉하다. 너무 과일 풍미에 치우치지도 않았다. 수줍지만 만족스러운 화이트 와인으로 이 지역의 여러 열등한 리슬링보다 훨씬 더 낫다. 89점. 알코올 도수 12.5도.

카베르네 프랑, 라이언 윌리엄 2012(Cabernet Franc, Ryan William 2012)

이 카베르네 프랑은 내가 방문한 짧은 기간 동안 맛본 것 중에 가장 성공적인 핑거 레이크 레드 와인이었다. 전반적으로 이 지역은 화이트가 레드보다 우수하다. 푸른빛이 도는 어두운 붉은색에 오크 아로마가 뚜렷이 느껴지지만 자두와 야생 자두도 분명히 느껴진다. 산도가 구조의 주를 이루지만 이 경우에는 풍부한 과일 풍미와 특히 인상적인 탄닌이 와인의 균형을 잡아주고 위엄과 힘을 가져다준다. 90점. 알코올 도수 13.6도.

  • 작성자 Andrew Jefford
  • 번역자 Sehee Koo
  • 작성일자 2018.10.29
  • 원문기사 보기
  •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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