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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퍼드와 함께 하는 월요일. 루시옹의 세 명의 J

제퍼드와 함께 하는 월요일. 루시옹의 세 명의 J

Decanter Column 2018년 10월 29일

앤드루 제퍼드가 모리 근처에서 훌륭한 와인메이커들을 만났다.

왼쪽부터 쥘리앙 몽타뉴, 저스틴 하워드-스네이드, 자크 몽타뉴 / 사진 제공: 앤드루 제퍼드

와인 애호가라면 2003년을 빅뱅 이후 가장 더웠던 여름으로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그 해는 아주 추운 겨울로 시작되었고 가을이 되자마자 한기가 금세 다시 피부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아내 아만다와 샘, 그리고 저는 코르비에르 중앙의 라 비알라스라는, 가정집이 아홉 채밖에 안 되는 작은 마을의 아주 작은 오두막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당시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슈퍼마켓 와인 바이어 중 한 명이었던 마스터 오브 와인 저스틴 하워드-스네이드가 자신의 삶에서 전환점이 되었던 그 날을 떠올리며 말했다.

“10월 말이었어요. 그날 일찍 모리 와인 몇 병을 샀어요. 샘은 그때 다섯 살 밖에 안 됐었죠. 샘은 자고 있었는데, 처마 주변으로 바람이 시끄럽게 불고, 난로의 장작불이 타고 있었어요. 난로 문까지 열어놓고 두꺼운 이불을 몸에 둘둘 감은 채로 클로 델 레이 2001 코르크 마개를 땄죠. 그러자 바로 깊은 검은 과일 향기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고, 거기에 머틀과 주니퍼, 로즈메리 향기가 더해졌어요. 풍미는 마치 부순 흑색점판암 같았죠. 두 잔째 즈음인가, 그때까지만 해도 대단치 않았던 포도밭을 일구는 꿈이 갑자기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만들고 싶어 했던 바로 그런 와인을 찾은 거예요.”

클로 델 레이는 자크 몽타뉴의 작품이다. 올해 여름, 나는 자크와 그의 아들 쥘리앙, 그리고 저스틴(세 명의 J다)과 함께 그들의 셀러에 섰다. 그들의 회상이 이어졌다.

“20년인가 25년 전쯤 큰 위기가 닥쳤습니다. 우리가 만든 주정강화 와인을 원하는 사람이 이젠 없었어요. 시장이 무너지고 있었죠. 무언가 해야만 했습니다.” 자크가 말했다. 그는 찾을 수 있는 것 중 최고의 오래된 그르나슈와 카리냥 구획을 사들였다. 그 포도나무에 미래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같은 때, 유명한 생테밀리옹 가라지 와인메이커 장-뤽 튀네뱅이 바로 그 똑같은 오래된 포도나무에 이끌려 루시용 모리로 왔다. 그리고 클로 델 레이 와인과 사랑에 빠졌다. “그가 내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만들기만 해요. 내가 팔 테니까.’” 자크는 앙 프리뫼르 시즌에 생테밀리옹에 초대받아 갔던 것을 기억한다. 그는 그곳에서 너무나도 놀라운 경험을 했다. 침체에 빠진 주정강화 와인 생산 지구의 이름 없는 와인메이커인 그가 갑자기 잰시스 로빈슨과 미셸 베탄이 테이스터로 참가한 곳에 튀네뱅, 알랭 보티에, 피터 시섹과 나란히 앉게 된 것이다.

튀네뱅은 그 당시 잘나가던 가라지 기법을 따를 것을 종용했다. “말도 안 되는 짓이었죠. 젖산 발효에 새 나무를 쓰고, 그걸로 모자라 나중에 더 썼어요.” 3년 뒤 아들 쥘리앙이 합류했다. 그 시점에서 자크와 장-뤽 튀네뱅은 서로 다른 길을 갔다. 그리고 자크는 와인을 나무통에서 거의 숙성시키지 않게 되었다. “바리크는 이제 그만! 바리크에 완전히 질려 버렸지요.”

아버지와 아들에게는 50헥타르의 땅이 있지만 그 중 최고의 8헥타르에서 얻은 열매만 직접 양조한다. 왜 그들의 와인 품질이 그렇게 좋은지 설명이 된다. 나머지 열매는 모리의 협동조합으로 간다. 루시용의 이 숨겨진 별 같은 와인의 테이스팅 노트가 아래에 나와 있다.

한편 저스틴은 아만다와 함께 가을 추위 속에 마셨던 와인을 잊을 수가 없었다. 이후 그 지역의 영국인 와인메이커 리처드 케이스(도멘 드 라 페르튀산)과 친구가 된 그는 좋은 포도밭이 매물로 나오면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하여 그때보다 훨씬 더 추웠던 2004년 2월의 어느 날, 저스틴은 (이번에는 아내 없이 혼자) 클로 델 레이 포도밭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구획 바로 아래에 위치한 쿰 드 로이라는 이름의 돌 많은 편암 토양의 오래된 포도밭에 섰다.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무엇을 찾아야 하는 건지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2월에 포도밭을 보고는 알아낼 수 있는 게 별로 없거든요. 그렇지만…… 사겠다고 했습니다.” 저스틴의 말이다. 그것이 바로 도멘 오브 더 비의 탄생이었다.

어리석은 행동이었을 수도 있었다. 평균 수확량이 헥타르당 25hl 정도이지만 훌륭한 와인은 헥타르당 15hl(이것이 저스틴이 사업 계획을 세우는 데 적용한 수치다) 수준에서만 주로 나오는, 루시용만의 어려움을 간과하기는 힘들었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돈을 벌 수 있는 공급망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우리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또한 생산자로서 우리 와인을 최대한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내 와인을 사줄 소비자가 누구인지 아는 것임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도멘 오브 더 비에서 생산한 와인 중 85%가 영국으로 팔려나가고, 그중에서 약 80%가 이 도멘만의 와인 주문 클럽과 박람회 같은 곳을 통해 직접 판매된다.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소비자들이 우리 와인을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자신의 루시용 포도밭에서 저스틴 하워드-스네이드 / 사진 제공: 앤드루 제퍼드

저스틴 부부는 포도밭을 더 사들여 모두 합쳐 4헥타르가 조금 넘는 땅을 갖게 되었지만, 와이너리를 갖추기에는 모자라서 장-마크 라파주의 시설을 이용한다. 장-마크 라파주는 2007년 마크와 엠마 부르나조-플로렌사로부터 생 로슈를 매입하고 도멘 라파주도 운영하여 총 170헥타르를 보유한 사람이다. 라파주는 오스트레일리아 브로큰우드와 드 보르톨리는 물론 클레어 밸리에서 앤드루 미첼과 함께 훈련을 마친 뒤 컨설턴트 와인메이커로 전 세계를 돌면서 일한 사람이라서 국제적인 시야를 갖춘 저스틴과도 잘 어울린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루시용의 오래된 포도나무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진하고 농축된, 거장다운 와인에 푹 빠져 있다. “이 오래된 포도나무는 마치 요양원에 있는 사람들 같아요. 말을 걸어주기만 하면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지요.” 저스틴이 말했다. 그런데 알코올 도수는?

“소비자들은 15도일 때 이 와인의 풍미를 좋아합니다. 물론 도수가 낮은 와인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이 요즘 유행이라는 것도 다들 알지만 사람들이 와인 라벨을 살펴보고 도수가 높은 걸 찾는다고 말하던 것도 바로 얼마 전 일이에요. 2013 빈티지를 통해 교훈을 얻었습니다. 조금 도수가 낮고 가볍게 만들어졌는데 비평가들이 극찬을 했어요. 하지만 소비자들은 좋아하지 않았고 그 빈티지는 덜 팔렸어요. 그러니까 모든 사람이 낮은 도수의 와인 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하는 건 끔찍한 실수입니다.” 저스틴의 말이다.

나도 동의한다. 그리고 14.5%나 15% 와인을 거부하는 사람이라면 루시용의 햇빛과 돌멩이, 바람, 그리고 쑥 들어갔다 솟구쳐 오르는 언덕을 가장 잘 표현하는 와인들을 즐길 기회를 결코 얻지 못할 것이다. 지금부터 이어질 테이스팅 노트에서 그것을 잘 표현했기를 바라지만, 그건 정말이지 아쉬운 일일 것이다.

세 명의 J가 만든 와인들

도멘 오브 더 비, 더 비 사이드, 코트 카탈란 2015(Domaine of the Bee, The Bee-Side, Cotes Catalanes 2015)

힘들었던 2014 빈티지의 경우 해충으로 인해 수확량의 절반을 버려야 했지만 나머지를 가지고는 평소보다 더 가벼운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어냈다. 카리냥은 별로 남지 않았지만 “그르나슈는 피노 같은 스타일을 보였고 그걸로 뭔가 해야만 한다고 느꼈다”라고 그가 설명했다. 그렇게 더 비 사이드가 탄생했다. 이제는 하나의 제품군으로 자리 잡은 이 와인은 이 도멘의 그르나슈와 외부에서 구입한 그르나슈를 블렌딩하여 더 가볍고 은은한 스타일이며, 긴 콜드 소크(장-마크 라파주가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기법이다)를 거쳤다. 색상은 맑은 붉은색이고, 신선하고 순수한 딸기 향을 느낄 수 있다. 절로 입맛이 다셔지고, 향기가 풍부하게 퍼지며, 생기 넘친다. 여운에서 감초 같은 산뜻함도 찾을 수 있다. 탄닌이 거의 없다시피 하여 살짝 차게 마셔도 좋다. 90점, 알코올 도수 14.5%

도멘 오브 더 비, 코트 뒤 루시용-빌라주 2015(Domaine of the Bee, Cotes du Roussillon-Villages 2015)

이 도멘의 핵심 제품인 이 와인은 그르나슈와 카리냥을 거의 비슷한 비율로 섞어 만든다. 카리냥 대부분을 스테인리스 스틸 통에서 발효시키고, 그르나슈와 나머지 카리냥은 뚜껑을 열고 뒤집어 놓은 데미-뮈에서 차게 담가놓은 다음 하루에 펀치다운을 2, 3회 정도 하며 발효시킨다. 그런 다음 데미-뮈와 바리크(4분의 1은 새 것)에 나누어 담고 14개월 동안 숙성시킨다. 색상은 어둡고 짙으며, 풍부하고 화려한 검은 과일 향기 – 잘 익은 댐슨자두와 달콤하고 촉촉한 블랙베리 – 를 풍긴다. 입안에서는 과일 풍미와 달콤함, 촉촉함이 풍성하게 느껴지지만 동시에 산뜻한 탄닌과 잘 익은 산도의 신선함도 있다. 가벼운 당도가 드라이하고 살짝 스파이시한 여운으로 이어진다. 진지하면서도 만족스러운 루시용 와인으로 지금도 마시기 좋지만 숙성하기에도 좋다. 93점, 알코올 도수 15%

도멘 오브 더 비, 싱글 배럴 No. 14, 카리냥, 코트 카탈란 2015(Domaine of the Bee, Single Barrel No 14, Carignan, Cotes Catalanes 2015)

라 로크 포도밭 위쪽 구획에서 얻은 100% 모리 카리냥을 데미-뮈에서 발효시켰다. “카리냥이 너무나도 잘되어서 블렌딩으로 써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웠습니다.” 저스틴의 말이다. 색상은 매우 어둡고 세련된 검은 과일 향기가 난다. 달콤하면서도 신선하고 생명력 넘친다. 입안에서는 깊고, 강하고, 진하다. 마구 발휘되는 힘이 느껴지지만 야만적인 동시에 근엄하다. 이 와인보다 돌멩이 투성이에 바람에 시달리는 이곳 풍경을 잘 표현한 싱글 비 와인은 없을 것이다. 94점, 알코올 도수 14.5%

도멘 오브 더 비, 레 제누, 코트 카탈란 2015(Domaine of the Bee, Les Genoux, Cotes Catalanes 2015)

레 제누(무릎이라는 뜻)는 최고의 해에만 생산되고, 품종에 관계없이 쿰 드 로이 포도밭의 가장 오래된 나무에서 나온 열매만 쓴다. 이것은 그르나슈와 카리냥에다가 그르나슈 그리와 그르나슈 블랑도 블렌딩되었다. 모두 90년이 넘는 나무에서 나온 것이다. 레드와 화이트가 섞여 색상이 연하고, 아로마가 풍미만큼이나 큰 즐거움을 안겨준다. 밀랍, 검은딸기, 꽃가루, 딸기, 타임, 용담 뿌리 등등, 오래 향기를 맡을수록 더 많이 찾아낼 수 있다. 질감은 비교적 매끄럽고, 어떤 면에서도 달콤하거나 과장되지 않았지만 아슬아슬한 균형을 이룬 성숙미로 가득하다. 92점, 알코올 도수 14.5%

클로 델 레이, 르 사비나, 코트 뒤 루시용-빌라주 2017(Clos del Rey, Le Sabina, Cotes du Roussillon-Villages 2017)

이 가성비 최고의 와인(이 지역 소매상에서 10유로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다)은 그르나슈가 3분의 2이고 시라와 카리냥이 더해졌다. 순수한 모리 과일을 한 번에 들이킬 수 있다. 두툼하고, 빽빽하고, 달콤한 과일을 느낄 수 있지만 동시에 드라이하고 소박한 여운을 남긴다. 이곳의 극적인 분위기와 위엄으로 가득하다. 91점, 알코올 도수 14.5%

클로 델 레이, 라라곤, 코트 뒤 루시용-빌라주 2016(Clos del Rey, L’Aragone, Cotes du Roussillon-Villages 2016)

카리냥 위주(우리끼리 하는 말이지만 그보다 조금 더 들어갔을 수도 있다)다. 이 품종이 아주 오래되고, 바람에 마르고, 편암이 풍부하며,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지중해 관목지에 둘러싸인 곳에서 자랐을 때에만 낼 수 있는 독특한 향기로 가득하다. 마치 진 증류소에서 일하는 사람의 여행 가방처럼 블랙커런트와 야생 자두에 자몽 중과피(껍질 안쪽의 흰 부분), 루타, 용담, 향나무 향기가 난다. 풍미는 빽빽하고, 깊고, 입안에서 마치 부서지는 것 같다. 팽팽하고 꽉 조이며, 엄격하고, 길다. 아로마가 마치 속삭이듯 내내 이어진다. 지금까지 내가 맛본 카리냥 중에 최고의 와인이다. 아쉽게도 현재로서는 누구도 영국으로 수입하고 있지 않다. 96점, 알코올 도수 14.5%

클로 델 레이, 코트 뒤 루시용-빌라주 2015(Clos del Rey, Cotes du Roussillon-Villages 2015)

이 도멘 최고의 이 와인은 130년 된 나무들로 구성된 작은 구획에서 나온다.(카리냥 3분의 2, 그르나슈 3분의 1) 아마 프랑스에서 가장 단순하고 꾸밈없지만 동시에 감동적일 만큼 아름다운 와인 라벨일 것이다. 약간의 오크가 느껴지긴 하는데 그것이 실수라고는 말할 수 없다. 과일은 여전히 아로마를 지배하는데 지금은 약간 크림처럼 부드러운 풍미와 함께 밀랍의 매끈함과 균형도 갖추고 있다. 입안에서는 최고의 “가리그 리큐르” 스타일로 만들어진 걸 알 수 있다. 풍성한 블랙커런트가 호화롭고, 빽빽하며, 마치 언덕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처럼 메아리친다. 같은 와인의 2013과 2004 빈티지를 잠깐 살펴보았는데 아로마의 층이 시간과 함께 겹겹이 쌓이고(제비꽃, 버섯, 가죽) 와인은 더욱 감미롭고 촉촉해지는 걸 알 수 있었다. 94점, 알코올 도수 14.5%

  • 작성자 Andrew Jefford
  • 번역자 Sehee Koo
  • 작성일자 2018.10.8
  • 원문기사 보기
  • 이 기사는 Decanter의 저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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