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 용산, 연남 등 일명 ‘핫플’이라 불리는 곳들이 있다. 그중 오늘 소개할 곳은 바로 ‘경동시장’이다. “응?.. 경동시장?” 유행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오래된 전통시장이 믿기 어렵지만 오늘 소개할 요즘 가장 힙한 핫플이다.
경동시장 한복판, 스타벅스라고?
경동시장은 서울 청량리에 위치해 제법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큰 시장이다. 하지만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문화가 다소 어색한 2030 젊은 세대에게 경동시장은 그저 잠깐 들리는 버스 정류장과 다름없었다. 그런 경동시장에 갑자기 스타벅스가 입점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메리카노보단 달달한 믹스커피가 더욱 인기일 것 같은 전통시장 한복판에 스타벅스 경동시장 1960점은 어떻게 들어왔을까?
경동시장에 스타벅스를 입점시킨 주인공은 의외로 상인들이다. 경동시장의 운영사인 ‘케이디마켓’이 ‘스타벅스코리아’ 측에 3년간 요청한 끝에 성사되었다. 그저 낡고 허름했던 시장이 현대적인 감각을 만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든 것이다. 실제로 경동시장 스타벅스의 입점 소식에 많은 인파가 경동시장으로 몰렸고, 심지어 경동시장 내 위치한 청년몰의 경우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했다. 경동시장 활성화의 공을 모두 스타벅스에게 돌리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 생각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스타벅스의 공간 기획력
스타벅스는 로컬 공간을 이해하고 공간을 기획하는 것으로 유명한 브랜드다. 특히 이번 경동시장의 경우는 1960년대 지어진 폐극장을 개조해 만든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단순히 스타벅스라는 브랜드가 입점한 것이 아닌, 경동시장이라는 가치와 합쳐진 공간이다. 낡고 허름한 공간의 멋을 그대로 유지한 채 현대적인 공간을 기획했다. 이러한 공간의 디테일은 생각보다 재밌는데, 극장이라는 공간 구성을 그대로 활용해 고객들이 마치 스크린을 보는 것처럼 한 방향으로 의자가 배치되어 있다. 또 엔티크한 조명과 어두운 분위기 역시 1960년대 공간의 느낌으로 채워진다. 이러한 디테일들이 모여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것이다.
오래된 것들의 이야기는 콘텐츠다.
최근 이렇게 전통시장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현대적 브랜드들이 전통시장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광장시장의 onion, 신당 중앙시장의 ‘포25(쌀국수)’, ‘라까예(타코)’ 영동시장의 ‘장생건강원(칵테일바)’ 등이 그 예이다. 그들은 왜 전통시장을 선택했을까?
코로나로 인해 F&B 산업도 온라인 비즈니스로의 속도를 가속화했다. 언택트 시대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비중만큼 오프라인에 대한 수요는 점점 줄어들었다. 오프라인 시장의 경쟁이 심화된 것이다. 과거 맛있는 음식과 멋진 공간이면 충분했던 것을 넘어 브랜드의 콘텐츠가 잘 녹아있는 공간 경험이 중요해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래된 것들의 이야기는 브랜드가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또 전통시장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현대적 브랜드의 조화로움은 젊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치로 재창출 되고 있다.
전통시장의 활성화는 사실 오래전부터 계속되어온 해결되지 않는 숙제였다. 다양한 정부지원사업과 상권을 살린다는 컨설팅은 사실상 큰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각 시장마다 있는 청년몰은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기엔 매력적이지 못했다. 상권을 살리는 것은 능력 있는 생산자의 기술이나 정책이 아닌 소비자들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브랜드의 콘텐츠다.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싶다면 생산자의 편의와 입장이 아닌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좋은 공간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고, 오늘 문득 스타벅스 경동시장 1960 지점에 아웅다웅 모여있는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표방하는 핫플은 세대와 성별이 구별되지 않는 이러한 공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옛것의 익숙함과 지금의 새로움이 만나 더욱 다채로워지는 전통시장의 공간들은 앞으로 F&B의 큰 흐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